동강 풀 꽃 피는 언덕

깨우침의 말씀

템플스테이(길상사)

앤 셜 리 2023. 8. 10. 06:34

맑고 향기롭게 근본 도량 길상사에서
템플스테이 초창기 때 20여 년 전 얘기입니다


※사진은 모두 네이버 이미지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계절도 뒤죽박죽입니다.
ᆢᆢᆢᆢᆢᆢᆢᆢᆢᆢᆢᆢᆢ
휴가로 바캉스로 서울거리가
한산했던 8월 3일
성북동 가파른 언덕을 숨차게 올라
길상사 일주문에 들어서자
법당 안마당은 매미소리와 독경소리로 가득했다
시민선원 (템플스테이어)
12.30~1시까지 집결 입소하는 날이다
작은 꽃밭을 지나 사무처에서
접수확인, 시계 핸드폰 액세서리 귀중품은
지퍼백에 넣어
맡기고 명찰과 도복, 개인 사물함을 지정받았다
한 팀 30명, 도복으로 갈아입으니 사회적 신분은 모른다 다 같은 중생들, 나갈 때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에야 알았다  누가 권사님인지. 사업가인지
식당 사장님인지
누가 교수님인지 누가 모델인지 의사인지.


설법전에 모인 우리들 부처님 세계로 안내해 줄
스님들 한 분 한 분 소개받고
경내에서 지켜야 될 기본예절. 누굴 만나든 합장으로 인사하고 특히 묵언할 것을 강조했다.

합장하고 선채 그대로 무릎을 꿇는 사찰 절법을 배웠다.
사뿐히 내려앉는 모습이지만 초보자에게는 마음을 모으지
않고는 자세가 쉽지 않았다.

(대원각때, 기생들이 춤 추었던 곳) 지금은 부처님 말씀 설법전.


5~6시까지 저녁 공양시간
 
첫끼니는 비빔밥
10명씩 조를 나눈
팀 조장이 공양간에서 받아온
밥과 찬을 발우에 차례차례 나눠준다.
발우는, 밥, 국, 찬, 물그릇이다
지글지글 끓는 돌솥비빔밥은 아니어도 단순하고 소박한 맛이 과연 절밥이다.

ᆢ오관계ᆢ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식사 전에 외는 감사문>

정리하고 양취하고 1시간 휴식시간

저녁 예불시간
스님의 설법 듣고
경전 필사도 하고 108배 또 하고
밤 9시에 취침에 들었다.


극락전


새벽 3시
겨우 잠든 것 같은데 보살님이 들어와서 창문을 열어 젖히고 새벽 예불 시간이란다.
아, 스님들은 한밤중에 깨어나야 하나보다 나는 죽어도 스님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정신이 드니
만물의 잠을 깨운다는 스님의 북소리가
대법당 뜰안의 나무와, 흙과 나를 깨웠다.

하루 첫 예불시간, 기도문 들고
어둔 새벽 첫 공기를 마시며 도반들과
극락전을 찾아갔다
은은한 향내와 엄숙함이 영가를
모신곳이라는 걸 알았다
가사장삼을 입은 스님들은 벌써
불상 앞에 삼배를 올리고
우리들은 옹기종기 한쪽에 모여 순서대로 따라 했다
회주스님의 법문 중에 "만물이 다 부처님이다" 란 말씀은 불교 초짜에게는
흡사 장님에게 태양빛을 보라는 것으로 들렸다
스님들의 염불이 이어졌다
목탁소리에 맞춰 한 배 두 배 세배~~

(기증한 천억이 백석의 시 한줄만도 못하다)라고 했던 김영한과 백석시인
시주 길상화 공덕비와 사당

포행
걸으며 하는 명상법,
발이 나갈 때 디딜 때를 집중
마음을 모으라는데
나는 도량의 풍경들이 들어왔다
당시 천억 대의 사찰을 법정스님께 무상기증한
김영한 님과 백석시인의 애달픈 사랑얘기가
자꾸만 떠오른다 그분들이 보았을 하늘을,
그분들이 딛었을 땅 위에서 ᆢ
다른 곳으로 달아나려는 마음을
몇 번이나 잡아 왔다
 

조별로, 방 청소
화장실 청소 세면대 정리ᆢ
마당 쓸기 등
울력이 끝나면
새벽 6시!
아침 끼니로는 통밀죽을 먹었다
각 그릇에 음식을 받은 뒤 백김치 한 조각을
찬 그릇 옆에 붙인 후 첫 숟갈을 뜬다
허기진 목으로 흘러내리는 죽은 어찌나
부드럽고 고소한 지 그릇을 싹 비웠다.

식후,
찬 그릇에 숭늉이 따라지는데
이때 백김치를 젓가락으로 꼭 잡고
발우 속을 깨끗이 씻는다
그릇을 닦고 난 숭늉을 마신다
(어느 학생은 "설거지 물을 마시고 간다"
유리창 문에 써놓고 갔다고 했다ㅋ,)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그릇 4개를 포개 갈색 보자기에 싸
내 번호칸에 넣음으로 한 끼 식사가 끝 난다
 
자유시간 한 시간도 묵언이다
굵은 빗줄기에 좀 식혀진 사찰 누각에 고즈넉이 앉아 사색에 빠졌다.
우거질 대로 우거진 절간 나무들,
후덥지근하고 하늘이 찌뿌둥하더니
굵은 소낙비가 다시 쏟아졌다
파드득! 아름드리 숲에 숨어 있던
큰 새 한 마리가 갑자기 지붕 위로 날아가고
바람소리 빗소리에 놀란 참새들도 째재짹~ 날갯짓이 바쁘다.

송광사 불일암 법정스님의 의자

선이란?
한없이 마음을 여는 것
선량한 의지로 무거운 죄를 지은 사람도
이해와 배려로 용서할 수 있다
선으로 해석하는 능력!.

눈 감은채 푹신한 좌대에 앉아 명상에 들면
마음이 고요해지니 졸음이 엄습했다
성철스님 말씀이 생각났다
세상에서 젤 무거운 건 잠 올 때 눈꺼풀
들어 올리는 거라고ㆍ
여기저기
죽비 맞는 소리가 들린다
일이 몸에 밴 육신은 일이 보배라는 걸
절실히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죽비는 소리만 요란하지 아프진 않다.
나도 맞아봐서 안다.
스님이 살금살금 다니며 갑자기 어깨를 치니 놀라는 거다.


법문
영원한 자유로움에 거하라
괴로움은 현상만 있을 뿐
내가 괴롭다는 느낌에서 벗어나라
중생의 병은 왜곡된 세계관 때문 그래서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어 몸을 낮추는 108배 예닐곱 번부터
얼굴은 붉게 달아오른다.

법정스님 유골 모신 곳.

색즉시공
색(色)은 공(空) 일뿐 눈에 보이는 현상은 인연(因緣)
따라 끊임없이 생겼다가 소멸하는 것
인간은 공속에 사는 존재.
어리석음 욕심 성냄(탐진치)에서 벗어나라
쉽게 해석한 불교 경전을  듣고 또 듣고ᆢ
들을 때만큼은 금방 해탈이 되는 것처럼 말귀는 잘 알아듣는다.

끝날엔 불 붙인 향 끝을 팔 안쪽에 살짝 대고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염불!
길상사에서 3박 4일
교육받은 증서와 "유정천" 이란 석자를
받았다.

8.6일 퇴소
불교는 기복종교가 아닌 깨달음의 종교!
속세의 쓴맛단맛 재밋는 것들에 길들여진 중생에게
있는데도 없는 듯 살라는 버거운 주제를 안고
길상사 선원을 나섰다
 


비 오는 거리 꽉 막힌 교통, 지하철 속의
냄새 < 샴푸나 섬유유연제>가 갑자기 낯설었다
많은 말들과 휴대전화 벨소리
조용한 산사에서 100 배 째 101 배 집중
하던 시간과 겹쳐지며
"내가 별천지에 있다 내려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기 출가자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 불교문화 체험을 하게 해 주신 스님들과 보살님들께 거기서 배운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로
인사 드립니다♡

당시, 핸드폰이라야 전화만 받고 걸 수 있는 때,  글쓰기, 사진 찍는 기능이 없던 시절 메모식으로 써놨던 글.
그때, 길상사 사찰에서 우리에게 드린 세심한 정성!.
부처님이 잠시 우리를
품어 주신 것 같았습니다.

1996년1월 작고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리운 그 작가에 실려 있었다.이제 백석은 저승에서라도 나타샤 자야를 다시 만나 못 다한 사랑을 불태우고 있을지 모른다.
좌측에서 세번째 백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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