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시야시야<대구문학신문>

삶과 글의 관계

앤 셜 리 2013. 6. 18. 21:55

 

글과 삶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기에 앞서 우리는 우리말과 삶의 관계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글이라는 것이 본디 말을 옮겨 놓은 것이므로 말과 삶의 관계를 생각지 않고서는 글과 삶의 관계만을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 본디 우리말은 어떠했을까?

우리말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우리의 선조가 이 땅의 산과 들에서 집에서 한가족끼리 또는 이웃 사람들끼리 어울려 주로 농사일을 하면서 말하고, 이야기하고, 속삭이고, 의논하고, 하소연하고, 외치고, 부르짖고, 노래하면서 가꾸어 온 말이다. 그래서 우리말은 농사일에 쓰이는 말이 많고, 사람과 자연의 모습과 움직임을 나타내는 말이 중심으로 되어 있다.

아침저녁 하늘에 나타나는 노을의 빛깔, 바람의 움직임, 구름과 안개와 비의 이름과 모양과 움직임, 온갖 꽃들의 모양과 빛깔과 향기를 나타내는 말들, 새와 짐승의 울음을 나타내는 말들-이런 말들은 세계 어느 나라 말에도 그 보기가 없을 만큼 푸짐하다. 또 사람의 얼굴 표정, 마음의 움직임, 일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들이 넉넉한 것도 자랑할 만하다.

말이 이미 이렇게 풍성하니 그 말을 적어 보이는 글자가 또 거기에 걸맞게 창조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말에는 어찌씨(부사)와 움직씨(동사), 그림씨(형용사)가 아주 발달해 있다. 그 까닭은 우리말이 추상의 논리를 펴나가는 것보다는 사실을 전하고, 사물 그 자체를 그려 보이고, 감정을 나타내고, 이야기를 하기에 알맞은 말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하기에 알맞은 말, 노래하기에 알맞은 말이기에 영어같이 '과거완료'나 '과거진행 완료' 따위의 때매김(시간표현)이 소용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오늘날의 말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서로 이야기하는 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줄어들었다. 어떻게 되어 가는 판인지 한쪽에서만 말한다. 모든 방송이 그렇고, 연설이고 웅변이란 말이 그렇고, 학교의 수업이 그렇고, 교회의 설교가 그렇다. 아이들은 말을, 주고받는 것으로 배우지 못하고 듣기만 하고 받아들기만 하면서 배운다. 말을 배우는 과정부터가 '비인간화'되어 버렸다.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계속해서 지껄이기만 하고, 한쪽에서는 쉴 새도 없이 듣기만 해서는 살아 있는 말을 배울 수가 없다.

글을 쓸 때, 글 속에 나오는 어떤 대상이 눈앞에 바로 나타난 있는 듯 또렷하게 그려 보이려면 무엇보다도 그 대상을 잘 알아야 한다. 즉, 관찰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동안의 글쓰기를 돌아볼 때 관찰은 글쓰기에서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관찰이란 결국 제삼자로서 보는 것이다. 자세히 보라, 깊이 보라, 속에 들어가 보라, 대 상이 되어 보라, 마음으로 보라......무슨 말로 보는 태도를 가르치려고 애쓰든 결국 제삼자로서 보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관심이 처음부터 없다면 아무리 자세히 보려고 해도 알맹이를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관찰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마음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곧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심이요, 애정이다.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것, 그리고 그 관심과 애정을 어느 쪽으로 그 무엇에 두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관심과 애정이 가 있는 자리, 그 자리는 곧 그 사람이 살아가는 자리요, 세계다. 여기서 우리는 또다시 '삶'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 삶이 없이는 삶을 바로 보고 바로 생각하지 않고는 어떤 글도 제대로 쓸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제각기, 자기가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확인해서 그것부터 써야 한다. 자기의 삶을 바로 보고 그것을 풀어가려고 하는 데서 비로소 삶 속에 들어온 것이라야 나뭇잎 하나라도 구름 한 조각이라도 비로소 제대로 살아 있는 모양과 빛깔을 띠고 나타날 수 있다.

 


-우리문장쓰기, 이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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