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좋아하는 "시"

二十樹下(이십수하)

앤 셜 리 2014. 7. 26. 17:34

 

 二十樹下(이십수하)

스무나무 아래 / 김삿갓

 

二十樹下三十客이십수하삼십객 :  스무나무 아래 서른 나그네가

四十家中五十食사십가중오십식 :  마흔 집안에서 쉰밥을 먹네.

人間豈有七十事인간개유칠십사 :  인간 세상에 어찌 일흔 일이 있으랴.

不如歸家三十食불여귀가삼십식 :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서른 밥을 먹으리라.

 

二十樹 :  스무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나무 이름

三十客 :  三十은 '서른'이니 '서러운'의 뜻. 서러운 나그네.

四十家 :  四十은 '마흔'이니 '망할'의 뜻. 망할 놈의 집.

五十食 :  五十은 '쉰'이니 '쉰(상한)'의 뜻. 쉰 밥.

七十事 :  七十은 '일흔'이니 '이런'의 뜻. 이런 일.

三十食 :  三十은 '서른'이니 '선(未熟)'의 뜻. 설익은 밥.

 

☞ 함경도 지방의 어느 부잣집에서 냉대를 받고

나그네의 설움을 한문 수자 새김을 이용하여 표현한 시이다.

 

 

죽 한 그릇(無題무제)

 

四脚松盤粥一器사각송반죽일기 :  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天光雲影共排徊천광운영공배회 :  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主人莫道無顔色주인막도무안색 :  주인이여, 면목이 없다고 말하지 마오.

吾愛靑山倒水來오애청산도수래 :  물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한다오.

 

산골의 가난한 농부 집에 하룻밤을 묵었다. 가진 것 없는 주인의 저녁 끼니는 멀건 죽.

죽 밖에 대접할 것이 없어 미안해하는 주인에게 시 한 수를 지어 주지만 글 모르는 그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難貧(난빈)

가난이 죄

 

地上有仙仙見富지상유선선견부 :  지상에 신선이 있으니 부자가 신선일세.

人間無罪罪有貧인간무죄죄유빈 :  인간에겐 죄가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莫道貧富別有種막도빈부별유종 :  가난뱅이와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貧者還富富還貧빈자환부부환빈 :  가난뱅이도 부자되고 부자도 가난해진다오.

 

 

姜座首逐客詩(강좌수축객시)

강좌수가 나그네를 쫓다

 

祠堂洞裡問祠堂사당동리문사당 :  사당동 안에서 사당을 물으니

輔國大匡姓氏姜보국대광성씨강 :  보국대광 강씨 집안이라네.

先祖遺風依北佛선조유풍의북불 :  선조의 유풍은 북쪽 부처에게 귀의했건만

子孫愚流學西羌자손우류학서강 :  자손들은 어리석어 서쪽 오랑캐 글을 배우네.

主窺첨下低冠角주규첨하저관각 :  주인은 처마 아래서 갓을 숙이며 엿보고

客立門前嘆夕陽객립문전탄석양 :  나그네는 문 앞에 서서 지는 해를 보며 탄식하네.

座首別監分外事좌수별감분외사 :  좌수 별감이 네게는 분에 넘치는 일이니

騎兵步卒可當當기병보졸가당당 :  기병 보졸 따위나 마땅하리라.

 

김삿갓을 내쫓은 주인은 나그네가 갔나 안 갔나 확인하려고 갓을 숙이고 엿보는데

김삿갓은 문 앞에 서서 인심 고약한 주인을 풍자하고 있다.

 

 

逢雨宿村家(봉우숙촌가)

비를 만나 시골집에서 자다

 

曲木爲椽첨着塵곡목위연첨착진 :  굽은 나무로 서까래 만들고 처마에 먼지가 쌓였지만

其間如斗僅容身기간여두근용신 :  그 가운데가 말만해서 겨우 몸을 들였네.

平生不欲長腰屈평생불욕장요굴 :  평생 동안 긴 허리를 굽히려 안했지만

此夜難謀一脚伸차야난모일각신 :  이 밤에는 다리 하나도 펴기가 어렵구나.

鼠穴煙通渾似漆서혈연통혼사칠 :  쥐구멍으로 연기가 들어와 옻칠한 듯 검어진 데다

封窓茅隔亦無晨봉창모격역무신 :  봉창은 또 얼마나 어두운지 날 밝는 것도 몰랐네.

雖然免得衣冠濕수연면득의관습 :  그래도 하룻밤 옷 적시기는 면했으니

臨別慇懃謝主人임별은근사주인 :  떠나면서 은근히 주인에게 고마워했네.

 

어느 시골집에서 비를 피하며 지은 것으로 궁벽한 촌가의 정경과 선비로서의 기개가

엿보이는 시다. 누추하지만 나그네에게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베풀어 준 주인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면서 세속에 굽히지 않으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艱飮野店(간음야점)

주막에서

 

千里行裝付一柯천리행장부일가 :  천릿길을 지팡이 하나에 맡겼으니

餘錢七葉尙云多여전칠엽상운다 :  남은 엽전 일곱 푼도 오히려 많아라.

囊中戒爾深深在낭중계이심심재 :  주머니 속 깊이 있으라고 다짐했건만

野店斜陽見酒何야점사양견주하 :  석양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내 어찌하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길, 어쩌다 생긴 엽전 일곱닢이 전부지만

저녁놀이 붉게 타는 어스름에 술 한 잔으로 허기를 채우며 피곤한 몸을 쉬어가는 나그네의 모습.

 

 

失題(실제)

잃어버린 시

 

許多韻字何呼覓허다운자하호멱 :  수많은 운자 가운데 하필이면 '멱'자를 부르나.

彼覓有難況此覓피멱유난황차멱 :  그 '멱'자도 어려웠는데 또 '멱'자를 부르다니.

一夜宿寢懸於覓일야숙침현어멱 :  하룻밤 잠자리가 '멱'자에 달려 있는데

山村訓長但知覓산촌훈장단지멱 :  산골 훈장은 오직 '멱'자만 아네.

 

김삿갓이 어느 산골 서당에 가서 하룻밤 재워 달라고 하니 훈장이 시를 지으면 재워 주겠다고 하면서

시를 짓기 어려운 '멱'(覓)자 운을 네 번이나 불렀다. 이에 훈장을 풍자하며 재치있게 네 구절 다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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