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가족 이야기

하늘에다 외쳤다 (언니와)

앤 셜 리 2022. 10. 22. 10:22

종로 홍보관

며칠 전,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조계사에서 열리는 가을축제 국화꽃 전시회에 올해는 언니와 가고 싶다고.

언니는 평생 경제는 어려움이 없지만 남편 시집살이가 보통이 아닌 세월을 보냈다.

남편은 이북이 고향인 데다 기인에 속한다.

기인 형태가 너무 많아 뭘 먼저 얘기해얄지

모르겠다.

열반에 드신 부처님

82세인 형부는 대학까지 나왔는데도 친구가 한 명도 없다. 한 때 공부 잘했던 친구 소식을 모르니 학교 동창들이 어렵게 연락처를 찾아내어

영등포 롯데백화점 찻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도

나가질 않았다

그날, 형부 노인 친구들은 바람맞고 들어갔을 거다

누굴 만난다는 것은 모두 쓸데없는 짓, 형부 소신이다

 코로나 시대엔 병균 옮아 온다고 언니를 더

옥죄였다

아파트 창문 틈새를 파란 테이프로 막아 세상 공기도 차단시켰다.

 

옷도 사 입지 않는다 아파트 분리수거 때 주어다 입고 지금도 형부가 입어주기를 기다리며 45평 아파트를 차지하고 대기하고 있다. 오백 살까지 살아도 다 못 입을 양이다

쓰다 버린 우산이며 가방 인형, 버려진 화분 등

쓰레기들을 끌어온다. 문고리에도 뭔가 걸려있다.

어쩌다 가전제품 AS 기사들 오면

"어, 이 집 뭐지 희한한 집 몰골에 고개만 갸우뚱" 거리며 나간단다.

주워 온 모자에 운동화 퍼런 반반지에 뻘건 양말

아들이 군에서 입었던 군복 윗도리를 입고 돌아다니면 언니는 환장하겠단다.

뭐라고도 못한다 얼마나 크게 화를 벌떡벌떡 내는지 안 건드리는 게 상수란다. 아들 말이라면 꼼짝 못하는데도 이 부분은 아들말도 소용없다

이러다 보니 집안은 바닥부터 벽, 천장까지(천정은 달력에서 오린 그림들) 빈곳이 없다

미칼렌젤로의 이탈리아 시스티나 성당 천장을 흉내 내려나보다

방송국에 제보하면 얼른 달려올 "세상에 이런 일이"  깜이다.

다행인 것은 언니 영역, 안방과 부엌만큼은 침범못하게 형부와 싸워 이겼다.

그런데도 요즘 이 금지 구역을 조금씩 침범하고 있다나.

 

욕심이 많아 아직도 돈 벌러 다닌다

(중학교 지킴이)

돈이 문제가 아니고 12~5시까지는 집을 비우니 그 시간은 자유 시간이다.

어디를 가든 늦어도 4시 30분까지는 집에 돌아와

야 한다. 

12시에  출근하자마자 뒤따라 나와 1시(부천에서 오는 시간 1시간 걸림)에

개봉역에서 만난다

 

종각역에서 내려 조계사 가는 길

옛 조선왕조 때 관료들이 살았던 곳. 청진동!

싱싱한 서울 아름다운 서울, 하늘은 푸르고

신선한 가을바람이 이마를 스친다

넓은 도로와 높은 건물들 젊은 사람들 물결 속에서

언니는 "서울 구경 참 좋다" 라며  하늘에다 외쳤다.

창살 없는 감옥에서 풀려난 해방감일께다

조계사에서 꽃 구경하고

부랴부랴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조금 남은 시간, 종로 홍보관에 들려 종로구의 역사적 건물과 자연 영상을 떠날 시간을 재며 보았다.

아들 하나, 서울법대 수석으로 졸업해 대통령상까지 받고 사법고시 한번에 합격하고 장가 잘 들어 아무 걱정 없이 다 누리고 살아도 남을 복을 마다하고 스스로 가난하게 살며 마음 문을 닫고 사는 형부를 가엾다고 생각하면 처제는 뭘 몰러 할 것이다. 자기가 최고다

독불장군으로 누구의 감정이나 공감 배려는

안중에 없다.

그 정신세계를 어찌할지 언니만 생각하면

속상하다.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형부가  엄청 단순하다

지혜로운 언니는 형부와 부딪치지 않고 요령껏 어려운 이웃들들을 챙기고 코로니로 장사가 안될때는월세도 깍아주고 그런 자부심으로 산다

 

형부 몰래 4시간을 007칠 작전처럼 성공한 하루

언니도 80이 되어가고 남은 시간 다르게 써야 되니

이렇게라도 언니를 불러내는 편이다.

어떤 때는 어렵게 합법적으로 어느때는

비합법적으로 ᆢ

헤어진후

오후 4시 반쯤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집에 안착했다고. 후~~~

고타마 석가모니 부처님 앞에서 형부 고자질한 거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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