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창작 시

쌀 배달

앤 셜 리 2023. 3. 6. 06:42

쌀 배달

쌀은 떨어져 가는데
내가 사고 싶은 '강화 섬쌀 고시히까리'
는 아무 데나 없다.

농협에만 있는데 배달을 안 해준단다
할 수 없이 유모차를 끌고 농협을  갔다.

작물 코너에 앉아 있는 아주머니에게
"이 무거운 쌀을 어떻게 가져가라고
배달을 안 해 준대요"라고 하자


이 쌀은 농협에서 엊그제 사온  철원 오대쌀(78.000원) 2023년 2월 도정
고시히까리는 일본 품종이라선지 사기 힘들다.


아주머니 하는 말
"쌀값은 7만 원인데 배달비로 2천 원 감해서
6만 8천 원에 드리는 거예요"라고 한다
"2천 원 감해 주지 말고
일자리 겸 사람을 쓰면 좋을 텐데요"
아주머니는 미소만 지을 뿐 말이 없다.
'그렇겠지 위에서 하는 일이니ᆢ'

무거워야 7.8킬로 아기들 태우는 가녀린
유모차에 20킬로 쌀 포대를 얹으니 바퀴가
파르르 떨린다.
'이건 말도 안 돼요 갑자기 이 무거운 게 뭐예요 용도 껏 사용해 주세요'
항의하는 것 같았다.

계산을 하는데
아주머니가 뜬금없이 묻는다
"종교가 뭐예요?"
"다원주의(多元主義)에요"
"예??"
종교마다 으뜸 되는 경전이 있는데
그 말씀 따라 노력하며 산다는
뜻인데 모르는 것 같았다.

조용히
다시 말해 주었다
나의 종교는 "사람"이라고 ᆢ
그제야 알아들었는지 격하게
공감하며 은행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유모차에게 미안해하며 조심조심
집에 오는 길
최저 일자리 마저
빼앗긴  한 가정의 (쌀 배달해 주던)
젊은 아빠 얼굴이 따라온다.

2019.1.19일 일기

서정임

'창작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사식당  (8) 2023.10.14
오래 머물다 떠나시길..(봄)  (6) 2023.03.24
츤데레식 글  (4) 2023.03.06
간데요~글쎄  (12) 2023.01.23
내가 왔다  (0) 202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