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2022/06/30 11

(만남)3

대한민국 명사101인의 대표 추천작 "책을 통해 조르바의 자유를 간접 체험하고 심각하게 괴로웠다" "조르바가 가르쳐 준 자유의지를 접한후 인생이 뒤흔들렸다" 바람이 거센 어느 날, 동트기 직전 피레에프스 항구의 한 카페. 젊은 지식인인 화자는 몇 달간만이라도 책들을 버리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결심한다 배를 기다리며 단테의 신곡에 막 몰두 하려고 할 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다 고개를 돌려보니 한 육십대 남자가 유리문 너머로 그를 보고 있다. 남자는 다짜고짜 다가와 자신을 데려가라고 요구한다. 생각지도 못할 수프를 만들 줄 아는 요리사이자 꽤 괜찮은 광부이며, 산투루 연주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 남자가 바로 자유인 알렉시스 조르바이다 화자는 그의 도발적인 말투와 태도가 마음에 들..

책. 2022.06.30

크레타 섬 (4)

아프리카에서 달려온 검은 파도가 크레타섬을 물어뜯으려고 으르렁 거렸다 크레타의 시골 풍경은 생각을 다듬은 구성, 군더더기 수식어가 없는 은근한 문장 체대한 절제하여 표현한, 잘 쓴 산문같은 느낌이 들었다 경박한 것도 인위적인 구석도 없다 표현할 것은 위엄 있게 엄격한 항간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감성과 애정 풍경 나왔다 공기중에 레몬 나무와 오랜지 나무가 흘리는 향기가 진동했고 넓은 바다는 끝없는 시구가 흘러 넘첬다 나는 암초사이의 갈매기처럼 바위틈에 앉아 오래도록 바다를 바라 보았다 마음은 바다를 따라가다가 어느새 파도 한자락이 되어 바다의 리듬 속으로 잠겼다. ㆍ카잔차스키ㆍ 책이 아닌 살아 있는 인간들로 부터 기쁨을 얻기 바랐다.내게는 감상적인 계획이 있었는데 갈탄광산이 성공 하게 되면 모든것을 나눠 ..

책. 2022.06.30

오스탕스 부인(5)

어둔밤 완전한 침묵에 내 이마와 목에 피가 흐르는 소리만 겨우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영혼은 바람이 되고 바람은 또 정신이 되고 정신은 다시 무로 돌아간다... 비가 내리면서 씨앗이 부풀어 터지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행복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순간이 흘러간뒤에야 그것을 돌아보면서 그것이 얼마나 행복 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 오후가 되면 나는 알이 고운 모래를 한웅큼 집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따듯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다 손은, 우리 인생이 새어나가다가 결국에는 모두 사라지는 모래시계였다. 손 그 자체도 사라졌다. 보스, 나는 중심을 잘 못잡아요 악마가 이쪽에서 당기고 하느님이 저쪽에서 당기면 한중간에서 나는 두토막으로 끊어지고 말아요 훔친 고기가 맛있다 마누란 흠친 ..

책. 2022.06.30

고르디우스의 매듭 처럼(6)

영감, 우리는 가난뱅이야 하나님이 다 가지고 계시거든 조르바, 그럼요 하느님은 다 가지고 계시겠죠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지만 말이에요 그 늙은 구두쇠가 우리에겐 아무것도 안줬거든요 영감, 그런소리마! 하느님을 탓하면 안되지 그 불쌍한 늙은이가 우리만 믿고 있잖은가 촌 영감이 눈살을 찌푸리며 조르바를 꾸짓었다. 신을 통하여 구원 받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구해야 한다 고 주장한 카잔차스키. 하느님은 모든걸 가지고 있는데 굶어 죽으면서도 하는님께 감사하는 건 미친 짓이다. 조르바는 학교 문턱에도 안가봤으니 지식을 채워 넣을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세상만사 모든일을 겪어서 마음이 확 트였고 두둑한 배짱도 있다 우리가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모든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

책. 2022.06.30

그리스인 조르바(수도원 )8

우리 탄광이 그다지 수익을 못낸다는 걸아는 노인이 나를 위로했다 "성모님이 선생님께 큰 수익을 보내주시길 기원합니다. 마을을 위해 아주 좋은일을 하고 계세요. 가난한 가장들에게 생활비를 대주는 셈이거든요 축복 받으세요" "값진걸 얻으려면 값진걸 팔아라" "값진게 뭘까요?" 영혼을 구하는겁니다 영혼은 천당으로 곧바로 갈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 책 한권을 뽑았다 천천히 마음내키는 곳을 펴서 읽었다 읽다가 닫아두고 다시읽고 결국 그 책을 덮었다 시가 메마르고 인간적인내용이라곤 없다는 걸 느꼈다 공허하게 지껄이는 것 같았다 박테리아 한마리도 없는 깨끗한 물이었지만 영양분 하나없는물 같았다 생명이 없는 시였다 머리로만 씨앗을 키워내는 지적 놀음 교묘하게 만들었지만 속은 텅빈 구조물이 되어버린 것..

책. 2022.06.30

그리스인 조르바(수도원)9

우리는 순식간에 교활한 눈 탐욕스러운 입술 콧수염, 턱수염 ,숫염소 따위의 수도승들에게 둘러 쌓이고 말았다 신문은 안갖고 왔소? 수도승하나가 짜증스럽게 물었다 신문이오? 여기서 어디다 쓰시게요? 내가 놀라서 물었다 답답한 양반이군 신문이 있어야 저 아래 세상에서 일어나는일을 알게 아니오 세상이 그들을 버렸어도 그들은 세상을 버리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서 대도시와 상점 여자들과 신문이 어른댔다 조르바가 우리는 서명받을 서류 때문에 수도원장을 뵈러온거요 (광산에 케이블 설치 하기위한 산 임대) 보스 당신은 착한 사람이에요 겨울에 이불위에 있는 벼룩도 감기에 걸릴까봐 이불속에 집어 넣는 착한 보스 이따금 회오리 바람소리를 닮은 비통한 가락이 들려왔다 꾀꼬리가 창가에서 노래를 시작하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른 꾀..

책. 2022.06.30

조르바 철학(9)

믿음이 있나요? 그렇다면 문설주에서 떼어 낸 나뭇조각도 거룩한 물건이 되는겁니다.믿음이 없다면? 그야 거록한 십자가도 그런 사람에겐 나뭇 조각이되고 마는거죠 조르바는 머리속에 난리가 났는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이를 먹으니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그것들이 모두 불쌍하거든요.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이 불쌍한 것! 이런 생각이 들어요 누군지는 몰라도 이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하겠지. 이 사람 안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죽어서 땅 밑에 누울테고 구더기 밥이 될테지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나 다름 없습니다. 보스, 저건너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저 파란색, 저 기적이 뭔가요? 바다? 바다입니까? 꽃으로 된 초록색 앞치마를 입은 저건요? 땅이라고 그럽니까? 이런걸 만든 ..

책. 2022.06.30

우리는 벌레(오스탕스부인의 죽음)10

인간이란 얼마나 이상한 기계입니까? 그 속 에빵. 물고기, 포도주 당근 같은 걸 채워주면 이게 한숨이나 웃음, 꿈이 되어서 나오잖아요 무슨 공장처럼 말이지요 삼부스러기 같은 오스탕부인의 머리카락. 십자가는 치료할 수 없는 병에 걸렸을 때만 특효약이 필요한 것처럼, 먹고 마시고 사랑할 동안에는 별 쓸모가 없는 게 그리스도인인 것처럼, 여자는 그리스도를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 줌 흙이야. 배가 고픈 것도 알고, 웃기도 하고, 키스도 하던 한 줌의 흙. 흙 한 덩이면서도 사람을 울리던 것 지금은 어떻게 됐나 우리를 이 땅에 데려온 악마는 누구고 이 땅에서 데려갈 악마는 또 누군가! ᆢ조르바가 오스탕부인의 죽음 앞에서ᆢ 우리는 우리 내부에 잠든 죽음과 공포라는 망령을 깨우지 않으려고 최대한 조심했다 세계라는 ..

책. 2022.06.30

조르바(위대한 인간)11

지구가 새로 창조 된것처럼 빛났다 밖에서 새들이 노래하는데 천사가 노래하는줄 알았어 올리브 나무속에서는 작은새들이 아침 햇살에 취한채 재잘대고 있었다 나는 황량한 해변에 작별도 전하고 가슴에 새겨 함께 떠나려고 물가를 걸었다 나는 그 해변에서 수많은 기쁨과 즐거움을 체험했다. 조르바와 함께한 생활은 내 가슴을 넓혀 주었다. 그의 말 몇마디는 내 영혼을 쉴수있게 만들었다. 조르바는 자존심이 강하고 교육받은 이들보다 훨씬 이성적이며 더 깊은 사상을 가진 그를 존경했다 우리들이라면 몇년을 고통스럽게 공부하여 얻은 것들을 그는 단숨에 가 닿았다 우리는 그를 일컬어 "위대한 인간" 이라고 했다. 만약 그가 그보다 한차원더 높은 곳으로 뛰면 "그는 미쳤다" 고 했을 것이다. 생에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고 일견 방..

책. 2022.06.30

그리스인 조르바(작별)12

모든게 끝났다 조르바는 케이블, 연장 운반용 수레, 쇳조각들과 목재를 모두 해변에 쌓아 놓아 카이크 선이 실어 갈 수 있도록 했다. "조르바 저건 모두 당신에게 줄게요. 선물입니다. 행운을 빌어요" 조르바는 울음을 참으려는 듯 침을 삼켰다. "우리는 헤어지는 겁니까? 보스는 어디로 가시려고요?" "조르바, 나는 외국으로 갈 생각이에요.내 배속에 들어앉은 염소란 놈이 아직도 종이를 더 씹어 먹어야 배가 부르겠대요" "보스, 내가 그렇게 얘기 했는데도 아직도 못 알아 들으셨소?" "조르바, 당신 덕택에 많이 배웠어요.당신 방법을 써 먹을까 생각 중이에요. 당신이 버찌를 잔득 먹고 그걸 정복한 것처럼 나도 책을 책으로 정복해 볼까 합니다. 종이를 잔득 먹으면 언젠가는 구역질이 날거 아닙니까? 구역질이 날 때 ..

책. 2022.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