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2022/10 6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지난 주말 신도림 현대백화점 영화관 7층 다큐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를 친구 3명과 관람. 노인 우대권도 5천원에서 7천원으로 올랐네 올랐다 해도 50%나 활인 된 가격 우리들이 무엇이관데 이렇게 대우를 받는지 고마운 우리 나라. 시네마 에세이,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는 같은 예술가이며 자신의 아버지인 '인간 김창열'화백을 이해하기 위해 (어머니는 프랑스) 김오안 감독이 아버지의 삶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 영화다 부모에게 주는 최고의 헌사, 전좌석 25명 소극장 앞자리는 화면이 가깝다 보니 속이 미십겁고 되려 보이질 않는다 표 끊을 때 예약하고 우리는 뒷좌석에 앉았다. 통통 튀는 극장판 광고가 끝나고 갑자기 화면이 엄숙해졌다 평안남도 맹산의 아버지 고향, 울창한 산에 굵고 탐스러운 함박눈이 하늘에서 ..

책. 2022.10.29

못난 사과

못나고 흠집 난 사과 두세 광주리 담아놓고 그 사과만큼이나 못난 아낙네는 난전에 앉아 있다. 지나가던 못난 지게꾼은 잠시 머뭇거리다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한 장 꺼낸다 파는 장사치도 팔리는 사과도사는 손님도 모두 똑같이 못나서 실은 아무도 못나지 않았다. 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시는 한마디로 삿된 것이 없는 생각이라고(공자) 불치의 병 (정영상) 나이 들수록 슬픔도 자라는가 올해 내 슬픔은 서른여덟 살 먹었다 내 싸움과 술버릇은 동갑이다 앞으로 중독이 되어 불치의 병이 될 슬픔이여 겨울 골짜기 가슴 깊이 가랑잎 쌓이..

좋아하는 "시" 2022.10.25

조오현스님

허망한 인간사 나이는 뉘엿뉘엿한 해가 되었고 생각도 구부러진 등골뼈로 다 드러났으니 오늘은 젖비듬히 선 등걸을 짚어 본다 그제는 한천사 한천 스님을 찾아가서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어보았다 말로는 다할 수 없으니 운 판 한 번 쳐보라, 했다 이제는 정말이지 산에 사는 날에 하루는 풀벌레로 울고 하루는 풀꽃으로 웃고 그리고 흐름을 다한 흐름이나 볼 이름이다 전문 설악을 상징하는 세 사찰 낙산사, 신흥사, 백담사 회주. 장관이나 도지사가 찾아오면 방에 앉아서 맞지만 면장이나 이장 또는 농협이나 우체국 직원이 찾아오면 산문 밖까지 나가 맞는 분. 복사꽃 흐르는 저 물에 아득히 떠나가니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세상 아니라네 어제, 그저께 영축산 다비장에서 오랜 도반을 한 줌 재로 흩뿌리고 누군가 훌쩍 어린 그 울..

깨우침의 말씀 2022.10.24

하늘에다 외쳤다 (언니와)

며칠 전,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조계사에서 열리는 가을축제 국화꽃 전시회에 올해는 언니와 가고 싶다고. 언니는 평생 경제는 어려움이 없지만 남편 시집살이가 보통이 아닌 세월을 보냈다. 남편은 이북이 고향인 데다 기인에 속한다. 기인 형태가 너무 많아 뭘 먼저 얘기해얄지 모르겠다. 82세인 형부는 대학까지 나왔는데도 친구가 한 명도 없다. 한 때 공부 잘했던 친구 소식을 모르니 학교 동창들이 어렵게 연락처를 찾아내어 영등포 롯데백화점 찻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도 나가질 않았다 그날, 형부 노인 친구들은 바람맞고 들어갔을 거다 누굴 만난다는 것은 모두 쓸데없는 짓, 형부 소신이다 코로나 시대엔 병균 옮아 온다고 언니를 더 옥죄였다 아파트 창문 틈새를 파란 테이프로 막아 세상 공기도 차단시켰다. 옷도 사 입지..

가족 이야기 2022.10.22

종로구 익선동 골목 길

종로3가역엔 출구가 몇 다시 몇 번까지 붙을 정도로 많다. 한 때, 서울의 심장, 맥박이라 할 정도로 경제 중심지답다. 지금은 그 영광을 뒤로하고 옛 정취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여기서 한 발짝만 벗어나면 고층빌딩은 여전하다. 빌딩 숲 속에 낮은 자세로 숨어있는 보석 같은 장소. 13번 출구로 나와 종로 세무서 근처 한옥마을이 있었던 곳. 골목마다 개성 있는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개발 허가가 나지 않아 그런지 꼭 시골 조금 번화한 장소처럼 예스럽다. 원래는 국악의 거리였다. 국악에 필요한 장신구 의상 장구, 북, 꽹과리, 등 작가 김유정이 지독히 짝사랑했던 기생 박녹주 생가도 이 골목 안에 있다. 수많은 사연과 발자취가 남았을 조선시대 골목길은 말이 없다. 영영 비밀을 감출 태..

나의 이야기 2022.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