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
"수"라는 여인
앤 셜 리
2023. 11. 11. 22:42
11.10일 수요일
우리 일 년에 봄, 가을 두 번 만나요.
그리고는 어떤 통신으로도 소식 감감!
때만 되면 약속은 철통같이 지키는
띠동갑.
커피 향에 저절로 따듯해지는
전광수 카페, 정동길 노란 은행나무 잎
엔딩 장면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우리는 묵언으로
한 해를 보낼 마음의 의식을 치뤘다.
작은 신문사 기자 생활을 했던 '수'는 천상 가을 여인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우수에 젖은 눈
뒤로 질끈 묶은 머리는 자연스럽고 멋스러웠다.
객지벗 십 년도 지난 우리 사이
무엇의 끌림이었을까.
육십 대 초반 그녀는 이혼녀였다.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다만 점잖으셨던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이혼하고 살라는 유언과 유산을 남겨줬다는 얘기에 오죽하면 그러셨을까
짐작만 한다.
이혼할 때 초등학생이던 두 아들은
지금은 2,30대가 되어 영국에서,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전성기 클럽에서 만나 6년여를 가깝게 봤지만 그녀의 교양과 지적인 풍경이 아깝고 홀로 지내는 사실이 안타까워 챙겼고 그녀는 나를 나이 든 사람이니 챙겼고 서로의 약점이 끈이 돼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함께 책 좋아하니 영혼을 나누는 시간이 좋았고 새로 읽어야 될 책이 생겨 좋았다.
세월도 나이도 허물 수 있는 건
책뿐인가 한다.
밖은 어름장 같이 추운 날, 온돌 한방 찻집에서 차를 마신 후 헤어지며 내년 꽃 필 때 뵙자고 건강하셔야 된다며 종각역에서 나를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