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공과대학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1학년 수업을 하다 인도 학생을 발견하고 물었다
. “자네는 인도공대(IIT)에 안 가고 왜 미국까지 왔나?” 학생이 말했다. “IIT에 지원했다가 떨어졌어요.”
IIT 출신으로 인도 최대 경제지 ‘아웃룩’ 편집위원인 산디판 데브가 책 ‘IIT 사람들’에 쓴 실화다.
IIT의 설립 모델은 MIT였다.
그런데 작년 영국 더 타임스는 IIT를 MIT, 버클리 공대에 이어 세계 3위 공대로 평가했다. MIT가 진땀 날 일이다.
▶샘 클라크라는 인도계 사업가가 회사를 미국 증시에 상장시키려고 뉴욕의 투자은행을 찾았다.
은행은 그에게 “샘 대신 크리슈나무르티라는 인도 이름을 쓰라”고 충고했다.
미국 내 ‘인도 태풍’을 말하는 일화다.
넷스케이프를 만든 짐 클라크는 “기업의 성공 확률은 IIT 출신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주(駐)인도 대사를 지낸 경제학자 갤브레이스는 “IIT가 실리콘밸리를 인도 식민지로 만들었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IIT 입시 문제가 그제 조선일보에 실렸다.
서울대 교수들이 분석해보니 40문제 중 절반은 대학 1학년 과정을 마쳐야 풀 수 있고 나머지는 우리 수능에서 가장 어려운 수준이었다.
객관식이지만 오답을 찍었다간 감점당한다. 매년 25만명이 이런 문제를 놓고 겨뤄 2500명이 선발된다.
인도 정부는 재정만 지원할 뿐 입시를 비롯한 모든 교육을 IIT에 일임한다. 그래서 IIT 별명이 ‘인도교육대’다.
▶1961년 네루 총리가 카라그푸르에 세운 IIT는 이제 델리, 뭄바이까지 7개 캠퍼스를 거느렸다.
델리 IIT는 뉴델리역 21㎞ 남쪽 너른 숲 속에 있다.
관광객들은 우중충한 건물에 실망한다.
기숙사, 식당, 연구실 모두 퀴퀴한 냄새가 나고 냉방은커녕 덜컹대는 고물 선풍기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이런 IIT 출신이 미 항공우주국(NASA) 직원의 32%, IBM 엔지니어의 28%를 차지한다.
▶IIT 학생을 스카우트하려고 매년 300개 기업이 찾아온다.
그 중에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구글 같은 초일류 회사가 70개다.
그렇게 뽑혀 나간 인재들이 돌아와 기업을 일구고 후배를 가르치면서 IIT는 21세기를 이끌 ‘수퍼 코끼리’로 컸다.
인도에서 IIT는 가난한 집 머리 좋은 학생들에게 가장 유력한 신분상승 통로다.
인재를 나름의 방식으로 뽑는 자율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