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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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 GPT에 물었다

챗GPT' 켜고 떠난 팩트체크 속초 여행 스마트폰을 열고 ChatGPT(이하 '챗GPT')를 실행시킨다. 매년 똑같이 보내는 여름휴가가 지겨워 이번 여름휴가 땐 챗GPT 속 AI 비서를 '임시 고용'해보기로 했다. 챗GPT는 Open AI(오픈에이아이)에서 2022년 11월 말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 우선 일주일간 '무료 체험판'부터 써보기로 했다. 어차피 휴가는 일주일. 휴가 끝나고 해고(구독 취소)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드는 음성을 선택하고 가성비 여름 휴가지부터 물었다. 제주도·속초·부산·경주…. 질문을 조금 달리해도 제주도와 속초가 상위를 차지했다. 비서와 함께라면 조금 색다를 수 있겠단 기대에 속초로 정하고 질문을 이어간다. "속초 여름휴가 가성비 코스를 추천해 줘." AI 비..

신문스크랩 2024.07.24

불교·무속·민속 넘나들며 韓 기층문화 그린 박생광

화가는 하늘로부터 유일한 재능 하나만 가지고 지구로 유배온 인간인가 내가 아는 대부분 화가들은 가난하고 사기 당하고 비참하게 살다 가신분들이 많다. 게다가 작가의 손을 떠난 그림은 예술품이 되어 부와 명성은 자본가들의 몫이 된다.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주 주말 매거진 "김인혜 살롱"에 한국화의 대가 "박생광" . 이분 역시 고단한 삶을 살다 가셨다. 빈세트 반 고흐도 노력했지만 다른 건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신은 당신을 비참하게 살라고 재능을 준 걸까요". 그렇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죠" 시대를 잘 못 타고난 거 같아요 미래 사람들을 위해 저를 화가로 만드신 거 같아요 "그림을 왜 그려요?" 생각을 멈추려고요 고흐가 어느 사제와 나눈 대화중. 몸무게 40㎏의 작은 사내는, ..

신문스크랩 2023.09.05

자전거 도둑

예전에 어느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하여 가장 감명 깊은 영화가 무엇인지 등을 질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제 경우 답은 1959년 제작된 미국 영화 '벤허'였습니다. 찰턴 헤스턴 등 출연 배우들의 명연기와 박진감 넘치는 전차 경주 등 스펙터클한 장면뿐 아니라 가슴 저미는 사랑 이야기까지 담고 있어 예술성과 오락성을 두루 갖춘 명작입니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조차도 시사회를 마치고 "하나님, 제가 이 영화를 만들었나요?"라고 감탄하였다고 합니다. 아카데미상도 11개 부문이나 수상하였습니다. 저에게는 더 이상의 영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벤허' 외에도 잊히지 않는 영화가 몇 편 더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1948년 이탈리아 비토리아 데시카 감독이 만든 '자전거 도둑'입니다. '벤허'와는 달..

신문스크랩 2023.07.17

민병돈 前 육사 교장

전설의 육사 교장 ‘진짜 군인’ 민병돈 올해는 정전협정 70주년입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타가 공인하는 ‘뼛속까지 군인’ 민병돈 전 장군을 만났습니다. 민 전 장군은 노태우 대통령 코 앞에서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며 당시 정부의 북방정책을 비판하고 옷을 벗은 군인입니다. 그는 “전방에서 고생하는 병사들이 ‘북한은 우리의 동반자’라고 하는 정부의 말에 얼마나 혼란스러웠겠느냐”며 “나라도 바른 말을 해야 했다”고 했습니다. 민 전 장군은 그렇게 34년여의 군 생활을 마쳤습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 특전사령관 등 요직을 거쳤던 그는 ‘민따로’로 불렸습니다. 따로 논다는 뜻이죠. 대세가 아닌 소신을 따르다보니 생긴 별명이었습니다. 1987년 6월 항쟁 때는 대통령의 계엄령에 반대했습니..

신문스크랩 2023.06.07

"자식같은 내 책들, 도서관도 안받아준다니…" 강우량 기자

애서가들 "내 지적 자산 기증하고 싶어도 받아줄 곳 없다" 한탄 작년 8월 말 수도권 한 대학에서 정년퇴직을 한 A교수는 퇴직 당시 30년 넘게 연구실에 뒀던 장서 1만여 권을 정리하느라 한참 애를 먹었다. 집에 가져가기엔 워낙 방대한 양이었던 탓에 학교 도서관에 기증하려 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그 뒤 지역 공공 도서관은 물론, 자기가 사는 아파트 내 도서관에도 제안했는데 줄줄이 거절을 당했다. 그는 "학교 도서관은 여유 공간이 없어 퇴직하는 교수의 책은 안 받는다 하고, 공공 도서관과 사설 도서관은 '신간'이 아니면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한 사람이 평생 축적한 서적들은 사회문화적 자산인데, 이 책들을 보낼 곳이 없다는 게 무척 난처했다"고 했다. 그는 결국 제자들과 학생들, 교직원들에게 책을 나눠..

신문스크랩 2022.11.25

화가·문인·교육자·여성운동가로 불꽃처럼 살다간 1920년 한국 최초의 '신여성'이라 불리는 나혜석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 화가·문인·교육자·여성운동가로 불꽃처럼 살다간 그녀, 나혜석 1920년 한국 최초의 '신여성'이라 불리는 나혜석이 제작한 판화 한 점을 보자. 파마머리에 롱코트를 걸친 여성이 바이올린을 들고 길을 걷고 있다. 그녀를 향해 두루마기를 걸친 두 노인이 노골적으로 손가락질을 하며, '저것이 무엇인고' 외친다. 다른 한편에서는 젊은 남성이 그녀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한다. 조롱의 대상이자 동시에 호기심의 대상인 '저것'은 20세기 초 한반도를 강타한 신개념, '신여성'이었다. 나 참판댁 아기씨 작품 아래 'Rha'라고 크게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작가 나혜석! 그는 1896년 수원의 이름난 가문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군수였고, 대대로 고위 관료를 지낸 이 집안을 사람..

신문스크랩 2022.09.18

장유정의 음악정류장

몇 년 전 독립운동가요를 찾아 중국 옌볜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조선족 어르신이 노래를 불러주셨는데, 내게는 익숙한 김정구의 '수박행상'(조명암 작사, 손목인 작곡, 1939년)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라디오로 한국 전파를 잡았을 때 들어서 익힌 노래라 하셨다. 긴 세월 먼 거리를 돌아 만난 '수박행상'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이 노래는 수박 장수가 익살스럽게 수박을 사라고 외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곡의 종명이 '만요(漫謠)'로 표기되어 있으나 음악적으로는 신민요풍이다. "야, 이거 참 싸구나"라는 말로 시작하는 '수박행상'은 수박을 먹으면 어떤 효능이 있는지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노인네가 잡수시면 젊어지고 처녀총각 잡수시면 사랑이고, 목마를 때 잡수시면 ..

신문스크랩 2022.08.26

박수근의 굴비

박수근의 굴비, 반 고흐의 청어 정상혁 기자 입력 2021.12.10 03:03 한 쌍의 건어(乾魚)가 미술관에서 매혹적인 향을 흘린다. 굴비와 청어. 국민 화가 박수근(1914~1965), 또 다른 의미의 국민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유화로 그려내 선물한 물고기가 서울과 파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잘 마른 생선, 사연이 꾸덕꾸덕하다. ◇결혼식장으로 간 굴비 박수근 1962년작 ‘굴비’(14.3×28㎝).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박수근 1962년작 ‘굴비’(14.3×28㎝).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평생 가난하고 따뜻했던 화가 박수근의 그림을 가장 많이 취급한 곳이 서울 반도화랑이었다. 박수근은 당시 화랑 직원으로 일하던 박명자 현(現) 갤러리현대 회장에게 곧잘 “미스 박 시집갈 때 꼭 그..

신문스크랩 2022.01.11

60년간 최고 악단들 이끈 명지휘자 "세상 구원 못 해도, 예술은 소중한 일"

노인 한 명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지난 10월 21일, 가장 넓고 깊은 경험을 쌓은 노인이 세상을 떠났다. 세상의 지휘자들 가운데에서, 가장 화려하지 않고, 가장 겸손하고, 가장 조용하게 살았지만, 최고의 실력을 지녔고 가장 많은 명반을 녹음했던 지휘자 중의 한 명인 베르나르트 하이팅크(Bernard Haitink·1929~2021)가 92년의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이력을 나열하려면 어떤 지면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유명 지휘자들은 외향적인 화려함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통솔력이나 세련된 제스처나 매력적인 외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 평범한 외모에, 독특할 것이 없는 동작에, 눈을 끌 사생활이나 기벽도 없다. 도리어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다..

신문스크랩 2021.11.09

괜찮아? 밥 먹자

아무튼, 줌마] 이영미는 책을 디자인하는 사람입니다. 1980년대 전설의 인문교양잡지인 '샘이깊은물'을 비롯해 여러 아름다운 책들을 빚어낸 관록의 손입니다. 그에게 6년 전 루게릭이 찾아옵니다.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돼 모든 근육의 움직임이 멈추며 언어 기능이 상실되고 결국 호흡곤란으로 죽음에 이르는 병입니다. 50대 중반. 사업 실패로 빚에 허덕이는 남편 대신 경제적 가장으로 살며 두 아들과 월셋집을 전전해온 그에게 루게릭은 신이 내린 가장 잔인한 형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덤덤하고도 유머러스하게 이 고통을 마주하기로 합니다. '누울래? 일어날래? 괜찮아? 밥먹자'란 제목의 책은 희소병 진단을 받은 그날부터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었던 2018년 8월까지 페이스북에 써내려간 글입니다. 시인 최영미는 ..

신문스크랩 2021.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