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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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미래를 알고 싶은가, 그러면 그대의 오늘의 삶을 보라.

필사..탄허스님 편전라도 김제의 젊은이 택성은 오대산 한암 선사와 20여 통의 서신을 주고받았다. 어언 3년간이었다. 그 뒤 택성은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채 오대산으로 찾아든다. 상당한 학문의 경지에 오른 상태에서 구도 열정에 불타던 택성은 출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 당대의 선지식을 찾아왔다. 아내와 1남1녀를 두고 온 탄허는 도의 요채를 깨닫고 귀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대산은 다시 보기 어려울 법기를 돌려보내지 않았다. 이 젊은이가 바로 한암에 이어 오대 산문을 이끌며 한국 불교의 선교禪敎를 회통시킨 탄허(1913~1983) 선사다.탄허는 일찍이 사서삼경을 중단 없이 모두 외울 만큼 천재였다. 그는 유학의 꽃인 주역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책을 살 돈이 없었다. 독립운동가였..

책. 2026.10.26

향봉스님

익산 미륵산 사자암 주지 상좌도 공양주도 없이 홀로 밥 지어먹고 글 쓰고 산책한다. 어린 시절에 백양사로 출가했고 해 인사 선방을 거쳐 (불교 신문) 편집국장과 부사장을 지냈다. 조계종 총무원 포교부장 총무부장 중앙총회 사무처장 중앙종회의원 등을 역임하며 불교계 실세로 활동하기도 했다. 반면에 1973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서 수필집 (사랑하며 용서하며)가 60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 저자로 유명세를 떨쳤다. 지은 책으로는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 "산골 노승의 푸른 목소리" "일체 유심조" "선문답" 등 20여 권을 편했다. 또한 경찰청 치안본부 경순승실장과 조계종 경승단 초대단장을 역임했으며 청평사 보광사 내장사 주지를 지냈다. 늦은 나이에 철이 들어. 인도 네팔 티베트 중국으..

책. 2026.10.07

사랑하며 용서하며

열린 눈멀어 가거라경봉 대선사 편.제가 군에 있을 때 또렷이 하는 한 경계(境界)를 얻었어요. 전생도 없고 내생도 있을 수 없으며 사후의 극락과 지옥 운운은 물론 육도 윤회설마저 우는 아이 달래기 위한 초콜릿 과자 같은 방편 법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스님 께서는요?뚜렷한 경계 두 번 얻으면 큰일 날세, 요놈아! 가까이 오라기에 좋아라고. 가까이 다가갔더니만 손바닥을 펴라 신다. 영문도 모르고 손바닥을 펴자마자 탁 하며 큰 스님의 손바닥이 향봉이의 손바닥을 친다. "방금 무슨 소리가 났지. 방금 소리 난 그놈을 잡아와 봐라. 한 경계 얻은 생짜배기 촌자야". 소리 찾는 신용을 하며 방바닥을 엉금엉금 기어 보려다가, 큰 스님 손바닥 친 것은 뜻을 알 바 없으니 시원 통쾌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사후에 세계..

책. 2026.10.03

생색내지 않는 곳. 산

정신 안정제가 필요할 때 산이 구원일 때도 있다. 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편하고 행복해지는 나는 혼자 배낭 메고 서울대학교 가는 121번 버스를 타고 자주 관악산에 간다. 1시간 10분이면 종점에 도착한다.주중에는 자리가 있지만 주말에는 자리를 기대하면 안 된다. 커피는 집에서 가져오고 김밥 한 줄은 초입에서 사면된다. 어느 때는 동네 파리바게트에서 샌드위치를 사기도 한다.구름 낀 하늘이었지만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던 날, 호수 공원을 지나 연주대 쪽으로 올라갔다. 산 입구에는 영등포 로터리처럼 러시아워지만 올라갈수록 등산객은 줄어든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산은 가파르고 크고 작은 돌들이 제멋대로 흩어져 한 발 한 발 잘 디뎌야 한다.산이 좋은 점은 고통으로 고통을 이긴다는 점이다. 누가 건드리지도 않..

나의 이야기 2026.08.17

ㆍ아내의 사명 끝.

기인이었던 형부가 돌아가셨다.중환자실에서 사망이 선고되자언니는 슬픔보다 '편안히 갔구나2년여를 죽음을 응시하며 살았던 불안한 시간에서 해방되었구나' 안심이 되었다고 한다..(목근육 손실로 음식을 제대로 넘기지 못함)나는 언니가 보이지 않는 사슬에서 드디어 벗어났구나 생각도 동시에 들었을 거 같다. 아들은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들어가고부터목이 쉴 정도로 울었다.준종합병원에는 임종실이 따로 없어서 힘센 남자간호사에게 끌려나가기도 했다.하루 한 번만 면회가 가능한 엄숙한 곳에서다.아들은 아버지를 종합병원 영안실(특실)로모셨다.상주는 딱 한 명, 옆에 며늘하나만 서 있을 뿐이다.손주는 어리고..돌아가신 형부는 86세아들은 43세문상온 사람 중에 남자노인은 한 명도 못 봤다.누굴만난다는 것은 모두 쓸데 없는 짓이..

가족 이야기 2026.08.02

오지랖도 나잇대가

역에 지하철이 도착하면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진다.노인분들 엘리베이터를 향해 발걸음이 급하다.만원이라 삑~소리가 나면 나중에 탄 앞 손님은 내려 야하기 때문이다.그렇게 사람들은 순식간에 사라진다.나는 내 앞에 엘리베이터 문이 커다랗게 열려 있어도잘 타지 않는다. 특히 여름에는 더.서로 몸 부딪히며 한 곳에서 호흡을.. 남는 게 시간인지라 천천히 에스카레이터를 찾아간다.몇 년 전까지도 운동삼아 계단으로 오르내렸다.요즘은 안전문제도 그렇고 숨도 차고 해서 문명의 이기를 이용한다.어제도 긴 우산대를 흔들어가며 에스카레이터를 향해 걸어가는데 내가 내린 지하철 문이 스르르 닫친다.지하철 문은 두 개다 먼저 안쪽문이 닫히고 다음에 자살방지용 겉문이 닫히는 구조다.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 승객이 총알처럼 달려와 머..

나의 이야기 2026.07.22

누구의 손길일까요

누구의 손길일까요길가 조각난 터에 씨앗 뿌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낸 그대는 누구신가요고요한 눈길 가진 사람들 발길 멈추게 하고초롱초롱한 자태로 삭막한 마음 환하게 밝혀준 그대는 사랑입니다.비스카라, 안젤로니아, 페튜니아 같은 어려운 꽃 이름이 아니고 유년 시절에 보고 자랐던 그리운 꽃 이름들, 백일홍, 채송화, 맨드라미, 코스모스, 봉숭아. 얼마 만인지 두 팔 벌려 끌어안고 싶은 반가움이었습니다.한마디로 고맙다는 말을 길게도 썼습니다.그대 손길이 너무 감사해서.

예쁜 꽃들..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