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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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오일 전부터 등 쪽에 빨간 발진이 생기며 가려워서 연고도 발라보고 잠 잘못 잔 것처럼 결리는 것 같기도, 기분 나쁘게 우리하여 파스도 붙여 봤지만 소용없었다. 다른 증세는 없어 그깟 등짝 좀 아픈 거야 며칠 지나면 낫겠지 했다. 오늘 혈압약 타러 병원 간 김에 의사 선생님께 저는 이상하게 등 쪽이 이러저러하다고 말씀드리니 어디 좀 보자고 하길래 속옷을 올려 보여 줬더니 두 번도 안 보고 대상포진이란다. 헉, 대상포진은 따갑고 아프지 않나요? 저는 가려워서 더모베이트 연고와 파스를 붙였었는데요. 며칠 됐느냐고? 오일은 지난 것 같다고 더 일찍 오셨으면 좋았을 거라며 72시간 내에 오시면 바로 치료가 되는데 잘못하면 6개월 정도 갈 수 있다고 항바이러스 균 퇴치하는 처방약 하루에 3번 꼭꼭 드시라고 하며 통..

나의 이야기 2024.03.27

알렉세이 나발니

명동에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어 가는 길, 러시아 작가 푸쉬킨 동상 앞에 꽃다발이 쌓여 있기에 뭔 일이지 궁금해 올라가 보니 러시아 민주화의 상징인 나발니가.. 추모의 주인공이었다. 서울의 번화한 거리에 이웃 나라 영웅을 기리는 고마운 마음들에 숙연해졌다. 하얀 플라스틱 촛불 형상은 찬바람에 나부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꽃 한 송이 준비 못한 나는 하나하나 주워서 고인 앞에 가지런히 놔주고 가방에서 물 후지 꺼내 나 발디의 비바람에 얼룩진 액자와 사진을 닦아 자세를 바로 잡아 주었다. 몸도 마음도 잘 생긴 사람! 부디 독재 없는 별나라에서 편히 쉬시길.. 두 손 모아 합장하고 내려왔다. 만물이 생성하는 계절에 안타깝게 스러진 벽안의 러시안인 불의에 저항한 자 끝까지 굴복하지 않은 자 진실로 강한 자 바..

나의 이야기 2024.03.21

이게 뭐게~~요?

할머니, 이게 뭐게~요? 맞춰보세요. 하린이가 수수께끼를 내면서 하는 말이다. 1. 도둑이 훔친 돈을 뭐라고 할까요? 2. 자가용의 반대말은요? 3. 다리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요? 4. 신발이 화가 나면요? 등등 네 가지 문제를 냈는데 하나라도 맞춰봐야지 한참을 요리조리 머리를 궁굴렸지만 답이 하나도 떠오르질 않는다. 신발이 어떻게 화를 내? 으음~ 난센스 퀴즈라 했지. 라며 생각을 해봐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 아둔한 내 머리로는 모르겠다 싶어 "잘 모르겠네 뭐야?" 하고 백기를 들었다 하린이는 베실베실 웃으며 정답이라며 답을 내놓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낱말들이다. ㅎㅎㅎ~ 기발한 답에 아하! 그렇구나 감탄이 절로 나올 만치 절묘했다. 그렇지만 한심한 나는 답을 듣고도 납득 안되는 문제가 있다. "자..

카테고리 없음 2024.03.10

제비가 보고 싶다

우리 집 봄은 노란 개나리 울타리에서 시작되었다 죽은 듯했던 나뭇가지에 노란 물이 돈다 싶으면 금세 샛노란 울타리로 변했다 나 어렸을 적 우리 집은 삿갓만 한 초가집이 아니고 안채 뒷채, 그리고 3백 평 텃밭을 거느린 집이었다. 삼월삼진은 강남 갔던 제비들이 봄을 물고 오는 날. 텃새인 참새들 노는 마당에 어느날부터 밀쑥한 제비들이 나타나 지붕 위를 빙빙 돌다가곤 했다. 새끼를 부화시킬 적합한 장소가 어딘지? 작년에 자기들이 낳고 자란 집을 찾는지 제비 속 마음은 모르지만 몇 날며칠 하늘을 비행. 드디어 번지수를 찾았는지 바닥 지저분한 흔적에 눈치 챈 아버지는 마루밑에 있던 베니다판을 꺼내 톱으로 자르고 다듬어 둥지 밑에 대주셨다. 일 년 만에 만난 환영 인사고 집 지을 건축 자재 흙이나 볏짚등을 받아내..

나의 이야기 2024.03.02

할머니 잘못 아닙니다.

이 글은 옛날 10년도 더지난 . 저를 딸처럼 챙겨주시기에 저도 친정어머니처럼 따랐던 이웃에 사셨던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할머니 잘못이 아닙니다. 벨을 누르자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신다 은빛 머리에 꼿꼿하게 올이선 하얀 모시 적삼을 입은 95세 어른이다 건강한 모습에 "할머니, 건강하시네요라고 인사를 드리니-그렇죠 뭐- 사람이 나이가 들면 아파야 정상인데 난 왜 아픈 데가 없는지 몰라 이 귀신같은 꼬락서니로 왜 이렇게 오래 사는지 몰라. 건강한 것이 죄인양 정색을 하고 말씀하신다 "할머니! 요즘 유행어가 있어요 "구구팔팔이삼사라고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만 아프다 돌아가시는 거 말하는 거예요" -그건 팔자 좋은 늙은이들이나 하는 말이지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로 사는 나에겐 해당되는 게 아니에..

나의 이야기 2024.02.20

세월이 가면

2024년, 어제는 입춘 오늘은 2월 5일, 천진회 정 과장님의 부음 소식. 인정사정없이 닥쳐온 세월에 떠 밀려가셨구나 저녁까지 잘 드시고 3일 밤 12시에 눈 감으셨다.. 고종명 하신 거다. 돌아가셨구나~한 번만 생각해도 되는데 싸한 가슴이 가라앉지 않는다 영안실 때문에 하루 지난 오늘에 문상을 받는다고... 요즘은 3일장이 아니고 오일장도 되고 육일 장도 된다는 사모님 얘기다. 나는 이분을 자주 만났던 것도, 눈 맞추고 얘기한 적도 별로 없으니 추억도 없다. 남편의 직장 선배로 여럿이 일 년에 두어 번 뵀을 뿐이다. 아, 따로 초대받아 사모님과 넷이 식사한 적은 있었다 88세 소년, 7.8. 세 천진무구한 아이가 그대로 나이만 들어 쇄해 지신 분. 말씀이 없으셨고 허허 웃는 게 대화였던 분. 나를 보..

이웃들 2024.02.06

나만의 책 만들기

지난해 끝자락, 동네 평생 학습관 프로그램에 "포토북 만들기" 강좌가 올라왔다. 책을? 어떻게? 내가? 무겁고도 낯선 장르다 살아가는 생기가 점점 약해져 갈 때 뭐라도 부딪쳐보자 신청을 했다.출판의 문턱을 낮춰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나만의 독립출판 플랫폼을 교보문고 퍼플에서 제공해 준다는 강사님 서두다. 수강생 10명 여행, 사진, 육아, 그림, 시, 에세이, 등산 각자 자기만의 색깔로 도전!. 가이드 자료 PDF를 다운로드하여 강사님 따라 필요한 자료 꺼내 이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강사님은 그러셨다 간판 만드는 어느 분은 자기만의 노하우를 설득력 있게 아들에게 남겨주려고 독창적으로 책을 만든 분도 계셨다고... 나는 세상과 관련된 기술도 없고 이 시대 키워드도 아닌 지난 십여 년 손녀딸 둘을 키우..

나의 이야기 2024.01.16

고독이라는 병 1 (석가의 고독)

이 책은, 1960년도에 동양 출판사에서 간행한 원고를 현재의 맞춤법에 맞게 편집한 것이다. 나 자신의 고독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 한 방법이 글을 쓰는 일이었다. 어떤것은 나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했다.우리 모두가 안고있는 삶의 이야기가 그 출발과 내용 되었다. 철학적 얘기는 들어가 있으나 그 흉내는 낼 자신이 없었다. 생각하는 옆 사람들과 정이 통하는 얘기라면 좋겠다. 그렇게 써두었던 글이 모여 고독이라는 병으로 태어났다. 수필, 책 출간은 나에게 어색할만큼 반갑고 쑥스러운 일이다. 바쁘게 어딘가로 달려가는 군중속에서 이런 이야기도 있었구나 이해하며 읽어주기 바란다. 2015년 김형석 고독이라는 병. 정신적 권태를 독서나 사색에서 채우는 사람들도 있다..

책. 2024.01.13

모순

대통령 앞에서 울어버린 청년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엄창환 대표가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민사회 단체 초청회 간담회에서 "정권이 바뀌었는데 청년정책 달라진 게 없다"라고 말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젊음의 정열을 퍼부을 일자리를 달라는데 대책 없는 나라님. 갈수록 심해지는 청년들의 기회 상실과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양극화 속에서 부가 세습되고 신분이 고착되는 부조리.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의 변혁은 불가능하다는 체념일까. 도전의지를 잃어버리고 좌절에 빠진걸까. 얼마나 북받치는 설음이 있기에 전 국민 앞에서 눈물이 터졌을까 저항 불능의 환경 때문일까 덩치 큰 청년의 눈물에 tv화면을 보는 나는 누를래야 누를 수 없는 안타까움에 덩달아 눈물이 뚜르륵~~ 이유는 모르지만 슬픔, 형언할 수 없는 아픔..

책. 2023.12.27

뒷모습이 아름다운 부부

부부의 걷는 뒷모습이 어찌 편안한지 신문에서 찍어왔다. 1983년 김녕만 사진작가 작품이다. 서로 손을 잡거나 유난스럽지 않아도 소박하고 듬직한 부부의 뒤태다. 눈길에 고무신이 차갑고 미끄러울 텐데도 커다란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담담히 걷는 아내와 새끼줄 멜빵이 어깨를 짓누를 법도 하련만 대수롭지 않게 아내와 보조를 맞추며 걷는 남편. 각자의 짐을 자신에게 맡는 방식으로 감당하며 한 목적지를 향해 걷는 부부의 모습이 잃어버린 옛 풍경을 다시 만난 듯, 반갑기도 왠지 서럽기도 하다. 가슴 뭉클 한 이 사진을 자꾸 보게 된다. 40년 전이니 이 부부는 생존해 있을까?.

나의 이야기 2023.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