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나의 이야기

노인끼리

앤 셜 리 2024. 6. 4. 18:33

2024.6.3일 월요일 맑음.


시장 갈 때는 사야 될 품목이 별로 없었다
들기름 한 병과 할아버지 좋아하시는 떡
한팩 정도였다.
막상 시장에 와 보니 갑자기 이것저것 사야 될게 보인다.


들기름 1병이 아닌 2병. 오징어채도 다음엔 오른다기에 한봉. 야채가게엔 싱싱한 오이도 보이네 다섯 개씩 묶어 두 묶음 10개. 4천 원 오이값이 많이 내렸네 오이소박이 담아볼까 야들야들한 부추도 한 단. 애호박 2개. 대파 한 단. 바구니에 담을 때는 무겁다는 생각은 못하고 단순해진다.

할아버지와 쇼핑카트 끌고 코스트코만 다녔지 시장은 오랜만이다. 정작 떡집은 문 닫아 계획에 없는거만 산거다. 축 늘어진 짐이 돌덩이처럼 무겁다
시장 올 때는 꼭 카트를 가지고 다녀야지 다짐한다.


아파트 앞, 다 와서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서 숨도쉬고 팔 다리도 쉬고
쉬고.. 나무밑에 사람, 休(쉴 휴) 자가 절묘하네. 할머니 한분이 옆에와 앉으며
씩 웃으며 끄떡 인사하신다
나도 끄떡 인사를..
"언니는 어디 사슈?" 묻는다
"요기 아파트요"
"할머니는 어디 사세요?"
"개봉 3동요 운동하러 왔어요"
예에~
"개웅산이 가까운데 여기 먼데까지
오셨어요?"
"허리 다리가 아파 산에는 가까워도 못 가요"
평지를 걸어야 안전하다고..


대부분 아파트는 나무도 많고 꽃도 많고
쉴 의자도 많고 조경이 잘되어 있다. 주민들 걷는 운동 하라고
어린이 놀이터처럼 푹신한 둘레길도 만들어 놓았다. 현명한 선택을 한 할머니는 분명 지혜로운 분일께다.
말씀이 고팠던지 당신은 89세고 고향은 전라도(전남)보성. 6녀 1남에 남편은 방광암으로 세상 뜨고 7년 전 애들 가까운 곳으로 왔다고.. 지금은 장가 안 간 아들과 단둘이 사는데
아들이 도대체 말을 안 한다고..
"어머니가 뭘 잘못하셨나 왜 그럴까요?"
고향에선 베도 짜고 모시도 짜고 차밭에 찻잎도 많이 땄어요.
고생했다는 얘기다.


"따님이 여럿이니 좋으시겠어요?"
거기에 대해선 어쩐 일인지 대답을 안 하고 씁쓸한 미소만 짓는다.
"집에서 몇 시에 나오셨어요?"
"날마다 9시에 나와요"
"물은 가지고 다니세요?"
오늘은 깜박 잊고 안 가져왔네요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10분.
집에 같이 올라가 시원한 물 한잔 드리면 좋겠는데 할아버지가 집에 계셔요 제가  올라가 물한병 가져올 테니 여기 계셔요


아이고~ 먹은 거나 다름 없다고 완강히 사양하신다.
가시면 제가 헛걸음하게 돼요
부탁을 하고 물과 당분 섭취할 과자를 갖다 드렸다. 병마개를 따서 드리니
숨도 안 쉬고 반 병을 마시네.
저는 이만 올라갈 테니 더 쉬었다 가세요.
대화 상대가 없어지니 아쉬운지
"다리 아프다고 힘들다고 집에만 있으면 늙은이는 금방 앉은뱅이가 된다" 는 신신당부의 말을 힘주어 두번이나 하며
나를 보냈다. 아마도 한번은 당신한테
또 한번은 말 상대가 되어준 나에게
건강하라는 얘기일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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