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나의 이야기

운이 좋은날일까 나쁜날일까

앤 셜 리 2024. 6. 27. 07:21

지난 일요일 수원 조카딸 결혼식에 갔다가 식장에서 자리를 옮기다 고꾸라지는 불상사가 생겼다.
다행히도 아들이 차를 가져와 집에는 쉽게 왔다.

무릎과 팔목만 다친 줄 알았는데
차에서 내리는데 왼쪽 발등도? 절뚝절뚝! 집에 올라와 살펴보니 오른쪽 팔목 무릎. 왼쪽 발등은 부어 있었고 엉덩이 반쪽은 시커먼 멍이 차지했다.



발목은 걸을 때만 아픈데 무릎과 팔목은 푹푹 쑤시고 아프다. 짝지가 지난번 엘리베이터 문 닫칠 때 부딪혀서 병원에서 진통소염제 타온 약이라고 아직 먹어도 괜찮은 날자니 이거라도 먹어보라고 내줬다. 아픈 게 더 센지 진통제 약이 소용없다. 손가락도 움직이고 붓지 않은 걸 보면 뼈는 괜찮은데 아프다.
일요일이니 병원도 못 가고 집에 있는 약을 바르고 압박붕대를 감아 얼음 찜질하며 팔을 끈으로 매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당장 내일, 더 덥기 전에 미사리에서 만나자고 약속했었던 친구들과의 약속을 깨트려야만 했다.
미안했다 설레어했는데..


예식 끝나고 뷔페 식사를 하는데 놀라서 그랬는지 먹어지질 않았다 저녁, 배가 고파 질뚝질뚝 부엌으로 가 압력 밥솥을 비틀어 열려니 아악 소리가 나온다.
옆에 있던 짝지 "큰일 났네" 심난한 목소리다.
나는 싱크 댈 붙잡고 한참 웃었다.
평소에 실실 싱거운 소리만 하던 사람이 진짜 큰일 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내가 덧붙였다 "1차는 내가 큰일이고 2차는 자기가 큰일이다"라고 말하며 또 웃음보가 터졌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는 거 먹어".
"뭐든지 시켜 내가 할게". 기죽은 소리다.

자기 과일 깎아봤어? 그럼 깎아봤지 하길래 참외를 깍아 달라고 했더니 제법 큰 참외였는데 반은 껍데기로 나간거 같다.


이튿날 병원 가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하도 아파서 뼈에 살짝 금이라도 갔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모두 괜찮단다.
갑작스러운 타박에 주변 조직들이 놀라서 그런 거란다. 소중한 내 시간을 허물 뻔했는데 그렇게 세게 넘어지고도 무사하다는 것은 내 살집 덕이 아니었나 생각되었다.
물리치료 계속 받으라는 처방과 진통 소염제 발목보호대 손목 보호대를 사가지고 왔다.



전신에 어열을 먹고도 오히려 운이 좋았던 날이라고 그날에 아첨하며 짝지의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할머니 추어탕 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왔다.

엄지와검지 손끝으로만 살살 그림을 그려봤다. 쇼츠 영상 따라 지우고 또 지우고 하면서..


다음 날, 다쳤다는 소식 (별일 없냐고 우연찮게  전화를)을 들은 부천 언니는 한달음에 달려와 토종 삼계탕과 제부 좋아하는 생고등어
조림을 해놨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생각됐는지 제과점에서 우유와 빵을 한 보따리 사주고 갔다.
나도 도울일 생겼다며 전날 잠이 안 오더란다. 참 순박한 우리 언니.

하윤이가 버리고 간 노트, 뒷장에 동물 일러스트 연습.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졌다.
나는 건드리지 마하는 듯, 어느 소 근육
쓸데만 앗 소리 나게 아프다.
막바지 삶 넘어지면 끝장이다 조심해라
수없이 들었지만 닦쳐보니 순간이었다.
그래도 복구 능력이 떨어진 우리 세대는 꺼진 불도 다시 보듯 조심 또 조심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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