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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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 2만 돌파… 작품 대여 뒷 이야기

앤 셜 리 2013. 11. 8. 21:40

 

미술 전시의 성패(成敗)는 출품작 수준에 달렸다. 아무리 큰 미술관이라도 모든 주요작을 다 보유할 수는 없는 법. 때문에 기획자들은 최적의 작품을 찾아 백방으로 뛴다. 전시장에 고요히 걸려 있는 그림이 우아한 백조의 자태라면, 피를 말리는 기획자의 노고는 물 밑에서 쉴 새 없이 버둥거리는 백조의 발짓인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사가 함께 주최하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이 일반 관람 8일(휴관일 제외)째인 6일 관람객 2만3614명을 맞았다. 이 전시도 개막까지 손에 땀을 쥐는 사연이 있었다.

소파에 앉아 스케치 중인 남자와 그를 구경하는 여자를 그린 김인승(金仁承· 1910~2001)의 '화실(畵室)'(1937, 194×163㎝), 장기 두는 노인들의 여유를 화폭에 담은 장리석(張利錫·97)의 '소한(小閑)'(1956, 194×143.5㎝)은 국회도서관에 걸려 있던 것. 이 두 그림을 빌려달라고 요청하자 국회도서관은 "벽이 빈다"며 난색을 표했다. 결국 전시 운영위원인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이 김창열(84)의 물방울 그림 한 점과 강익중(53)의 달항아리 그림 한 점을 전시 기간에 대신 빌려주기로 하면서 대여가 성사됐다.

이중섭(李仲燮·1916~1956)의 '소'(1953년경)는 서울미술관의 '얼굴' 작품.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56) 유니온약품 회장이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던 1983년 복제품으로 샀다가, 27년 후인 2010년 본인이 소장했던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1954)에 차액을 얹어주고 구입한 작품이다. "우리 미술관 '외양간'이 빈다"면서 망설이던 안 회장은 결국 "더 많은 사람에게 이중섭과 그 작품을 알린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면서 작품을 빌려줬다. 그가 '소'와 바꾼 '길 떠나는 가족'도 전시에 나와 있다.

장두건(張斗建·95)의 '장미꽃이 있는 정물'(1959)은 빨강·분홍·흰색 장미꽃을 투명한 색채로 표현한 화사한 그림. 1950년대 현대미술관 전시 도록에 실려 있었지만 도무지 행방을 할 수 없었다. 이 그림은 운영위원들이 탐정 수사를 방불케 하는 '추적'을 거듭한 끝에 겨우 소장자를 찾아 전시에 나오게 됐다. 전시회장을 찾은 소장자도 "내 그림이 이곳에 걸리다니 보람 있다"고 만족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못봐서 아쉽다… 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 이중섭 '흰 소'

'100선'의 유력한 후보였으나 아쉽게도 나오지 못한 그림도 있다. 한국은행 로비에 걸려 있는 김인승의 '봄의 가락'(1942)은 한국은행 측이 "액자를 벽에 붙여 놓아서 떼어내려면 공사가 크다. 은행의 '상징'이라 다른 곳으로 내보내기 힘들다"고 했다.

이중섭의 '흰 소'(1954년경)는 소장자인 홍익대미술관이 "작품을 수복(修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곤란하다"면서 거절한 경우.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1897~ 1972)의 제16회 국전 심사위원 초대 출품작 '임천(林泉)'(1967)은 개인 소장자가 "거실에 걸어놓고 매일 보는 그림이라 내 주기 어렵다"고 했다.

박완서 소설 '나목(裸木)'의 주요 소재인 박수근(朴壽根·1914~1965)의 '나무와 두 여인'(1962) 역시 소장자 사정으로 전시장 벽에 걸리지 못했다.

 

졸졸, 두런, 탁탁… 소리가 들리는 30㎝짜리 그림

엽서 세 장을 이어 붙인 크기에 불과한 3호짜리 이 작은 그림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야겠다. 박수근(朴壽根·1914~1965)은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 양구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다. 형편이 어려워 미군 부대에서 그림을 그려 생계를 유지했다.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먼 이 화가는 그의 성품처럼 소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풍경을 즐겨 그렸다. 길거리나 시장뿐만 아니라 빨래터도 그의 작품의 좋은 소재가 됐다.박수근의 빨래터 그림은 40호, 20호 등 두세 점 정도가 더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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