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가족 이야기 95

하늘에다 외쳤다 (언니와)

며칠 전,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조계사에서 열리는 가을축제 국화꽃 전시회에 올해는 언니와 가고 싶다고. 언니는 평생 경제는 어려움이 없지만 남편 시집살이가 보통이 아닌 세월을 보냈다. 남편은 이북이 고향인 데다 기인에 속한다. 기인 형태가 너무 많아 뭘 먼저 얘기해얄지 모르겠다. 82세인 형부는 대학까지 나왔는데도 친구가 한 명도 없다. 한 때 공부 잘했던 친구 소식을 모르니 학교 동창들이 어렵게 연락처를 찾아내어 영등포 롯데백화점 찻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도 나가질 않았다 그날, 형부 노인 친구들은 바람맞고 들어갔을 거다 누굴 만난다는 것은 모두 쓸데없는 짓, 형부 소신이다 코로나 시대엔 병균 옮아 온다고 언니를 더 옥죄였다 아파트 창문 틈새를 파란 테이프로 막아 세상 공기도 차단시켰다. 옷도 사 입지..

가족 이야기 2022.10.22 (11)

이 아이들은 바다를 볼 수 있을까

24개월 전, 조카가 태어났다. 아이의 할아버지는 아이의 뒷모습 사진을 문자로 보내며 말씀하셨다. "유주가 바다라는 단어를 배운 곳". 사진을 다시 보니 바다였다. 아이가 있는 곳은 해변이었고, 앞에는 바다가 있었다. '바다에 간 유주'라고 하지 않고 '유주가 바다라는 단어를 배운 곳'이라고 하셔서 기억에 남았다. 새삼스레 깨달았다. '바다'라는 단어는 비로소 바다를 만나 완전해지는 것이다. 아닌가? 바다라는 대상은 '바다'라는 단어가 있으므로 안전해지는 건가? 세상의 모든 사물에 이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름들을 배워나가는 일은 얼마나 신비로운가. 평면이었던 세상이 입체가 되고, 내가 그 세상을 이룬다는 깨달음도. 그래서 아이를 보면서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고 하나 싶었다. 종종 그 사진을 생각한다..

가족 이야기 2022.03.21

3년전, 고성산불에

세상에나 이렇게 변했네요 영랑호 숲속 작은집 기억들 나시지요 행복1번지 가족모임때 각자 맡은 음식 가지고 속속 도착 했던 곳. 3년전 고성산불 화마가 여기까지... 골격만 남기고 이즈러진채 옛 여행객을 맞네요 팬션앞 갖가지 초목들은 우후죽순 제멋대로 자라 얼키고설키고 스산한데 가을바람에 마른 나뭇잎 우수수 울려놓고 가버리네요 우리는 과거에 내집이었던냥 망연자실 그 앞에 서 있구요 여기쯤일까 저기쯤일까 찾다 없었으면 어쩔번 했나 애처롭지만 저 모습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2박3일 가족여행으로 설악산 간김에 속초 명소 후보지들을 제치고 이곳에 와보고 싶었습니다 십여년 세월에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공사중이고 (11월13일 개통예정) 둥근 호숫가 수목들은 자지러지도록 예쁘게 물들어 있었어요 가을 한파 때문인지..

가족 이야기 2021.11.01

한국의 집(한국문화재단)

2021년 10월9일 사랑하는 내 남동생 칠순을 맞아 충무로 한국의 집에서 식사. 코로나만 아니면 애들과 호텔에서 근사하게 대접하려고 했는데 누나셋과 동생과 동생의댁 5명만 만났다 딸넷에 아들 낳았다고 집안에서 온갖사랑 다 받고 자란 동생 중간에 아버지 사업실패로 고생도 했지만 반듯하게 잘 자라주어 운전기사까지 딸린 직장에서 놓아주질 않아 작년에 겨우 퇴직해 자유를 얻은 동생 체구는 작지만 한량없는 마음을 지닌 동생댁 아직도 예쁜 모습이다. 평생을 남편 뜻 살피며 집안간 우애를 돈독하게한 지혜로운 아내다 애틋한 동생이 칠순이라니 믿기는 싫지만 머리에 흰면류관 쓰고 내앞에 앉아있다 OK모자 쓰고 개구지고 귀엽던 어린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언니들과 나 가볍게 나비처럼 날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뚱뚱한 체..

가족 이야기 2021.10.10

하윤네 가족여행

5월5일. 어린이날, 징검다리 휴일에 교장선생님의 재량과 아빠엄마 직장 휴가내어 하윤네가족 경주여행. 5.5일~8일. 함께 가지 않아 기록할 내용은 없지만 자식의 휴가가 행복이 부모에게도 행복이고 휴가다. 부모는 자식이 인생이다 부모는 자식이 즐거움이다. 어버이날 행사는 5월2일, 하윤네 집에서 연어 스테이크로 함께 밥먹고 축하금도 받았다. 아이들 손 편지와 병속에 빨대를 꼿아 꽃물을 빨아 올리는 향수와 카네이션도 받았다. 할아버지는 아이들 용돈과 여행비를 보태 주셨고. 이후 우리집 거실은 언뜻언뜻 알싸한 장미 향기가 코끝에 스친다. 베란다에 피었던 "긴기아라" 꽃 향기가 스러지자 인공 향수가 온것이다. 더 진하지도 유치하지도 않은 딱 맞는 꽃 향기다. 오월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각종 기념일이 몰려있는 ..

가족 이야기 2021.05.11

어머님 30주기 기일에

30주기 어머님 기일에ᆢ 카잔카스키는 니체의 기일에는 어디에 있던 그 하룻동안 온전히 니체만 생각했다고ㆍ 니체의 유령과 나는 가을을 맞아 노랗게 물든 밤나무 아래 초라하게 작은 벤치에 앉았다 나는 그가 혹시 화를 내며 가버릴까 두려워 감히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꽃잎 지고 연두빛 새잎들이 허공을 마구마구 채우는 싱그런 5월 아침입니다 5월3일 오늘, 카잔카스키처럼 종일은 아녀도 어머님을 추모합니다. 옛날 어렵던 시절 옷 보따리 머리에 이고 중앙병원 내실에 가끔 들렸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전 그때 브라우스를 샀던가? 기억도 가물가물 합니다. 어머님 마음 한번 뿌듯하게 해드린적 없고 참 철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부모님 모습 생각하면 회고가 아니라 참회할일이 많은 자식들입니다 일년내..

가족 이야기 2021.05.03

추석선물

추석선물! 유리아빠야, 너무 잘생긴 사과와배 잘받았다 바로 냉장고 넣라는 지침에 딤체에 들어가고 남은 사과 사진만 찍었다 모진 태풍과 비 바람에 시달리면서도 어찌 저리 곱게 물들어 내게까지 왔는지 모두에게 감사하고 고맙다 정치도 코로나도 경제도 어지러운 상황에 풍성한 추석선물에 염치없이 마음이 부풀었다 과일 품종중 젤 먼저 만나는 "홍노" 한 입 깨물자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구나 과수지기의 땀과 노력 기술에 놀랄일이다 손톱만치 도움없이 넘치도록 받고 있는 충만한 감사는 너의 내외 덕이다 건강하고 행복하여라~♡♡ *2020년 9.24일*

가족 이야기 2020.09.25

가훈(家訓)

수궁동 푸른수목원 초가을 풍경! 아범아, 아침에 책 읽다가 가훈들이 있길래 적어봤다 언젠가는 하윤하린이가 물어올걸 대비해 준비해둬라 이건 우리나이대 가훈이다 울림있는 사자성어가 좋아 보내본다 나 개인적으론 8번, 무괴아심 (無愧我心)이 맘에든다 (내 마음에 부끄러움 없이 살아라 내 양심이 떳떳해야 세상은 살만하다) *~ 살아보니 맞는 말이더라~* 요즘 세대에 맞는 센스있고 절실한 가훈들도 많더라 모아놓고 애들과 함께 만들어봐도 좋고ᆢ^^ 1.무언실천(無言實踐) 말만 앞세우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하라. 2. 숙려단행( 熟慮斷行) 곰곰이 생각한 후에 실행함. 3. 인자무우(仁者無憂) 어진 사람은 근심이 없다. 4. 지족상락(知足常樂) 만족할 줄 알면 항상 즐겁다. 5. 接人春風(접인춘풍) 사람을 대할 때는 봄..

가족 이야기 2020.09.21

할머니와 고추가루

(언니네 이야기) 벌써 8년전이다 어느날 낯선분의 전화 한통화 "거기 ㅇㅇㅇ집이지요 네, "ㅇㅇ어머님 이신가유" 네, 누구세요? 아이구~아드님 훌륭하게 키우느라 애쓰셨쓔 공준데유 고추가루를 좀 보내려는데 주소좀 갈켜주세유 아들애가 사법연수중에 충남 공주 지청에서 판사 실무교육 받을 때 일이다 할머니 한분이 이웃과 땅 측량 문제로 몸 싸움을 하다 폭행죄로 고소를 당한 사건 83세 노인이 어쩌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법원에 출두 했는지 모르지만 할머니는 잔득 주눅들고 겁 먹은 표정이었단다 평생 땅만 일구며 살던 촌노가 낯선 건물로 죄인되어 끌려 왔으니 억울함 까지 뒤얽혀 이런 난감한 일은 없었으리라 할머니는 문맹이셨다 조서를 작성 할 때도 아들애가 하나하나 물어 직접 써주고 할머니에겐 지장만 찍게 했단다 ..

가족 이야기 2020.09.18

언니와, 재난 지원금

너는 재난 지원금 다썼니? 몰라 돈 만원 남았나 모르겄네 언니는? 나는 90만원 나왔는데 형부30만원 용돈으로 주고 남은 60만원은 교회 어려운 사람 있길래 쌀20k로하고 닭3마리 사다주고 사촌동서에게 꽃등심 둬근 양념해다 드리고ᆢ시장몇번 보고ᆢ 그렇게저렇게 다썼어 8월말까지 다 써야 된다며ᆢ 나는 언니같은 생각은 못했다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지만 언니는 원래부터 불우한 이웃들에게 산타보다 더 친절하게 선물보따리를 챙겨다 준다 코로나가 생기기 전에도 경기가 안좋다 싶으면 젊은사람들이 사느라 애쓴다며 들어온 월세도 보내는 사람이다 될수있으면 세를 줄때도 내 입장보다는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며 세도놨다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삶을 살자" 이태석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나..

가족 이야기 2020.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