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나의 이야기 398

모기

저게 뭘까? 먼지일까 모기일까 욕실에 걸려있는 수건 끝에 없던 점이 보인다. 앉아서 째려본다 쳐다만 보다 화르르 날아가는 불상사가 생기면 낭패잖아 일단 때려 보자 작전을 세워야 한다. 진짜 모기라면 내 굼뜸으로는 어렵다 왜냐면 벽에 붙어 있는 게 아니고 수건과 벽사이가 십 센티는 떠 있는 상태라 그렇다. 잠자는 남편 깨우기도 그렇고 밖으로 모기채를 가지러 가자니 그새 날아갈 게 뻔한 일. 내 손바닥을 믿어보자 숨을 모으고 기를 모아 희끄름한 물체를 힘껏 내리쳤다. 친 상태에서 한번 더 비볐다. 쿠션 있는 수건과 벽 사이에서 기절했다가 손을 떼는 순간 날아가 버리는 모기의 순발력을 알기 때문이다. 놓쳤을 거야 별 기대 안하고 손바닥을 서서히 뒤집었다. 헉! 빨간 피가 벽에도 손에도 선명하게 묻었다. 짜브러..

나의 이야기 2023.09.13

뭐가뭔지 모르겠다

어젯밤까지도 잘 보던 넷플릭스가 갑자기 오류가 생겼다며 화면이 캄캄하다. 왜일까? 나름 노력 했는데도 도무지 복구가 안된다. 할 수 없이 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보냈다. "계정 페이지로 가보셔요" "갔었지 근데 뭔 말인지 모르겄어" "그 화면 사진 찍어 보내주세요" "이 화면 말고 넷플릭스 계정요" 크롬 말고 익스플로러나 에지로 넷플릭스에 접속해 보세요 내가 찍어 보낸 화면을 보고 뭐가 문젠지 알았는지 이 화면이 올라왔다. 영상에 순차적으로 설명은 나오는데 화면이 어찌 빨리 바뀌는지 찰라를 잡으려고 심호흡도 해봤지만 따라가다 놓치고, 깨알만 한 글씨에 조준한 글자도 놓치고,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에 막히고, 잘못 클릭하면 더 큰 고장이 생길까 망설이고 쩔쩔매다 "소경이 뒷걸음치다 쥐를 잡았다"는 격으로 드디..

나의 이야기 2023.08.23

이런요리(김쌈밥)

공식 제목도 없는 나만 해먹는 음식 수줍게 올려봅니다. 시중에 하, 쌈밥 종류도 많고 화려하고 맛도 좋은게 많아서 그렇습니다. 몇년전 젊은 이웃이 식품 영양학교실에서 배운거라고 한접시 가져왔는데 구식 입맛을 사로잡았던 일명 김쌈밥(내가 붙혀준)입니다. 요즘, 시중 음식값 로켓처럼 치솟았습니다. 방배동의 한 일식집에선 한끼 밥값이 1인당 37만5000원이라네요 놀라운 가격에도 예약도 쉽지 않답니다. 우크라이나 의용군에 합류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다녀온 청년이 300만원 벌금형을 받았는데 그런 벌금이나 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야기가 샛네요 본론으로 들어와보다시피 다 아는 재료입니다. 참, 여기에 무가 빠졌군요 베킹파우다와 식초물에 담궜다 씻어놓은 야채들.. 베킹파우다 설명에 3분만 담궜다 닦으..

나의 이야기 2023.04.18

밥 값

밥 값 밥 한 끼 삼만 원 비싸다고 생각되다가 식탁 위에 소복한 계란찜 우아한 접시에 튀긴 가지로 탑을 세운 묘기 낯선 맛 푸성귀 나물 구해온 성의 생각하면 과한 값은 아니겠지 밥 한 끼 삼만 원 비싸다고 생각되다가 벽에 붙은 액자 값 있을만한 위치에 예쁜 화분들 곱게 차려입은 한복 종업원 의상비 생각하면 이만큼은 받아야 되겠지 밥 한 끼 삼만 원 비싸다고 생각되다가 주방에서 다듬고 삶고 지지고 볶고 수고 생각하면 앉아서 받아먹는 한상차림 봉사료나 될지 몰라 이렇게 생각되다가도 가성비 뺀 진짜는 얼마나 될까 셈 해보는 건 무슨 심리일까. 2019년 9.21 쓴 글입니다 지금은 오만 원쯤 될 밥값입니다. 분위기는 최상인데 살림하는 입장에서 보면 비싸 보이는 재료는 없는데 싶어 써봤던 글.^^ T스토리 옮긴..

나의 이야기 2022.12.16

젯 상을 준비하며

제사상 앞에서 잠든 딸자식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주근깨를 걱정 하셨던 부모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어린 딸은 어느새 이마에 주름 생기고 당신들이 살아보지 못한 나이를 살면서 두 분 제 상에 올릴 나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주어도 내주어도 샘물처럼 솟아나는 사랑 마침내 그 사랑의 샘이말라 더 이상 내줄 게 없을 때 홀연히 자식 곁을 떠나셔야만 하는 부모님 자식을 섬기는 입장이 되어서야 깨닫게 된 이 어리석음 앞에 할 수 있는 일이란 겨우 이것밖에 없어 예수님, 석가모니, 공자님, 쏘크라테스, 내 안에 모시던 분들보다 더 으뜸이란 걸 진작에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젯상 앞에 두 번 절하기보다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은 오늘입니다. 음력시월열사흘. ** 동생 댁이 매년 혼자 제사 준비하는 게 안쓰러워 누나들이 ..

나의 이야기 2022.11.07

시청 앞 추모관

아까워서 어쩔까 불쌍해서 어쩔까 들떠 나왔을텐데 새파란 젊음 펴보지도 못하고 길바닥에서 싸늘하게 식어 갔느냐 너희들 부모 참척의 고통을 어찌 하라고 훌쩍 떠나 갔느냐 이 세상엔 위로 할 말이 없단다 미래의 스필버그 감독이 미래의 박경리 작가가 미래의 장기려 박사님이 미래의 김동길교수님 이어령교수님 같은 선지식인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미래세대들을 2014년 4월 세월호에 뺏기고 2022년10.29일 이태원 핼로원 축제로 또 잃었습니다.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을. 작별 인사도 없이 눈 깜짝할 새 떠나버린 얘들아 그곳에서 못다한 삶, 서로 위로하며 지내거라" 그리움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찌기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나의 이야기 2022.11.02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지난 주말 신도림 현대백화점 영화관 7층 다큐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를 친구 3명과 관람. 노인 우대권도 5천원에서 7천원으로 올랐네 올랐다 해도 50%나 활인 된 가격 우리들이 무엇이관데 이렇게 대우를 받는지 고마운 우리 나라. 시네마 에세이,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는 같은 예술가이며 자신의 아버지인 '인간 김창열'화백을 이해하기 위해 (어머니는 프랑스) 김오안 감독이 아버지의 삶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 영화다 부모에게 주는 최고의 헌사, 전좌석 25명 소극장 앞자리는 화면이 가깝다 보니 속이 미십겁고 되려 보이질 않는다 표 끊을 때 예약하고 우리는 뒷좌석에 앉았다. 통통 튀는 극장판 광고가 끝나고 갑자기 화면이 엄숙해졌다 평안남도 맹산의 아버지 고향, 울창한 산에 굵고 탐스러운 함박눈이 하늘에서 ..

나의 이야기 2022.10.29

종로구 익선동 골목 길

종로3가역엔 출구가 몇 다시 몇 번까지 붙을 정도로 많다. 한 때, 서울의 심장, 맥박이라 할 정도로 경제 중심지답다. 지금은 그 영광을 뒤로하고 옛 정취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여기서 한 발짝만 벗어나면 고층빌딩은 여전하다. 빌딩 숲 속에 낮은 자세로 숨어있는 보석 같은 장소. 13번 출구로 나와 종로 세무서 근처 한옥마을이 있었던 곳. 골목마다 개성 있는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개발 허가가 나지 않아 그런지 꼭 시골 조금 번화한 장소처럼 예스럽다. 원래는 국악의 거리였다. 국악에 필요한 장신구 의상 장구, 북, 꽹과리, 등 작가 김유정이 지독히 짝사랑했던 기생 박녹주 생가도 이 골목 안에 있다. 수많은 사연과 발자취가 남았을 조선시대 골목길은 말이 없다. 영영 비밀을 감출 태..

나의 이야기 2022.10.09

궁시렁궁시렁

티스토리로 이사는 왔는데 글쓰기 등 장식이 없네요 블로그 문 열자마자 T자 하나만 덩그러니 지천에 피어있는 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보고 싶은데 뭘 클릭해도 꿀 먹은 벙어리 스킨 등, 친절한 설명에도 알아들을 길 없네 눈은 어둡고 답답! 앱을 따로 다운 받아야 되는지 티스토리 영주님, 어디 가지 말고 집안에 옵션으로 설치해주면 안 될까요 다음 블로그도 겨우 했는데..

나의 이야기 2022.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