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뜨개
푸르고 둥근 세상은 보길도 애송리 바닷가를 맨발로 걷는다 마치 공장에서 뽑아낸 듯 한결같이 동글동글한 돌들이 오글거리며 발밑으로 모여든다 온몸을 구부리고 수은처럼 부드럽게 발가락 사이로 흘러든다 12월 한파에도 저렇게 따뜻한 빛으로 살아나려면 짜고 거친 파도에 몸을 쏠리면서도 저렇게 곱고 둥근 세상을 가지려면 얼만큼 더 모난 속을 솎아내야 하는 것일까 -시집 <배흘림 등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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