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략 10평 이하의 아주 작은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심지어는 3평 정도밖에 안 되는 극소형(tiny) 집에 사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은행 대출받아 큰 집 살면서 평생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노예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빚 없이 꼬마 집에 사는 게 훨씬 마음 편하다는 깨달음일 것이다.
한국도 독신가구가 늘어나면서 집이 작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요즘에 20평대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필자가 글을 쓰는 글방인 장성 축령산 자락의 휴휴산방(休休山房)은 건평이 15평이다. 방 2개에 부엌과 화장실, 그리고 조그만 툇마루까지 합해서이다. 방 하나는 장작을 때는 온돌방이고, 다른 방 하나는 바닥을 편백나무로 깔아놓은 보일러 방이다. 방 크기는 3평 정도이다. 여름에는 편백나무 방에서 자고, 겨울에는 온돌방에서 잔다. 손님 2~3명이 오면 두 방 가운데 한 방에 재운다. 이 정도 규모가 청소하기도 편하다. 전원주택 짓겠다는 사람들이 충고를 구하면 절대로 집 크게 짓지 말라고 강조한다. 크게 지으면 후회한다. 집이 크고 방이 크면 거주하는 사람의 기운이 분산된다. 작아야만 기운이 가득 찬다.
우리 조상들은 작은 방을 선호하였다. 도산서원(陶山書院)의 방들도 보면 대개 2.5평 크기이다. 옛날에는 방이 크면 겨울에 땔감이 많이 들어가야만 했기 때문에 이를 꺼렸던 이유도 있다. 사대부 집안의 바깥주인이 거처하는 방들도 대개 3평 이내의 크기가 많다. 6~7평이 넘어가는 경우는 천석꾼 이상의 부잣집들이었다. 90년대 중반에 충남 서산 연암산의 천장암(天藏庵)에 가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구한말의 경허선사(鏡虛禪師)가 깨달음을 얻고 나서 보림을 했던 곳이 천장암인데, 여기에는 경허가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아주 작은 방이 있었다. 사람 하나 누우면 거의 맞는 아주 작은 방이었다. 태어나서 그처럼 작은 방은 처음 보았던 셈이다. 그 작은 방을 보고 깨달았던 사실이 '방이 작아야 기운이 커지는구나!'하는 이치였다. 압력 밥솥같이 김이 새지 않아야만 밥맛이 좋다. 방이 너무 크면 기운이 빠져 건강에 좋지 않다고 본다. 집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집에서 큰 인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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