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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동료의 부적절 의료 행위를 방치하는 의사들

앤 셜 리 2015. 11. 22. 22:57

[의과대학 교수를 포함하여 여러 신경외과 의사가 몇몇 병원을 지칭하며 "너무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잉 진료를 한다는 성토다. 그중 한 예로 인공 디스크 수술이 거론된다. 넣지 않아도 될 인공 디스크를 여러 레벨의 척추에 2~3개를 집어넣고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진료비를 받아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수술을 하면 500만~700만원이면 충분한 것을 첨단 인공 디스크 삽입술이라면서 2000만원을 받는 식이다.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의사마다 수술 기준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쓰임새가 특정 질병 상태에 국한돼 있고, 장기적으로 효과가 불분명한 수술이 남발되고 있다"며 혀를 찬다.

정형외과 의사들도 과잉 진료의 온상으로 몇 개의 병원을 거명한다. 학술적으로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특정 인대 강화 주사를 만병통치약인 양 오만 군데 찔러서 고액의 진료비를 받기도 하고, 넣지 않아도 될 인공관절을 무리해서 삽입한다는 것이다. 수술로 해결해야 할 상태를 고액 주사 치료로 질질 끌다가 병세가 나빠져 오는 환자들도 다수 접했다고 걱정한다.

과잉 진료는 대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이른바 비급여 의료 행위에 집중돼 있다. 주로 새로이 등장한 치료법이거나 너무 비싸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다. 비급여 의료 행위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의사 재량에 맡겨 시행할 뿐이다. 맹점은 여기서 나온다. 건강보험에 해당하는 치료는 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 대부분을 대주니 적절성 여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평가한다. 하지만 비급여 의료 치료비는 환자 호주머니에서 모두 나오니 이를 공식적으로 감시하는 기구가 없다. 의사의 양심과 윤리에 맡길 뿐이다.

그럼 누가 이 분야를 컨트롤해야겠는가. 환자나 일반인은 내용이 너무나 전문적이어서 적절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의사의 무능이나 부정행위를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은 동료 의사일 수밖에 없다. 꼭 필요해서 한 것인지, 아니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짓을 했는지는 관련 분야 전문 의사들의 상식적 판단으로 알 수 있다.

이에 세계의사회의 국제 의료 윤리강령은 '의사로서 인격이나 자격에 명백한 결함이 있거나 허위 또는 기만 의료 행위를 자행하는 의사들을 동료 의사가 거침없이 폭로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료 의사들을 보호하라는 히포크라테스 시대의 생각은 지금 통하지 않는다. 그때는 일 대 일 개인 교습 방식의 주관적 의술만이 있던 시절이었기에 그것이 가능했다. 지금은 엄연히 의료 행위에 대한 보편적·객관적·합리적 잣대가 있다. 환자 보호와 정당한 의술을 지키기 위해 부적절한 의료 행위를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제재해야 할 의무가 의사들에게 있다.

물론 동료의 부정행위를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 평생 적이 될 수 있고, 경쟁자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그러기에 의학 단체와 전문 학회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부적절한 의료 행위를 심사하고 명백한 부정을 제지할 수 있는 독립적 기구를 운영해야 한다. 이는 한의사나 치과의사도 마찬가지다. 한국 의료가 윤리가 작동하는 프로페셔널리즘으로 나아갈지, 의료 상업주의로 후퇴할지는 의료계 자정 능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