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가족 이야기

하윤하린 개봉동을 떠나던 날

앤 셜 리 2019. 3. 2. 06:50

 

 

 

 

새들이 자라면 둥지를 떠나듯

하윤하린이도 오늘

할아버지할머니 품을 떠났다

 

며칠전부터 하윤이는

"할머니 날마다 와야돼"

"응~그래~~ 노력해볼께"

"약속 해야돼 꼭꼭!"

손가락걸고 도장찍고...

 

할아버지 손잡고 동생 손잡고

이사한 새집에 도착하자 엄마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할머니 어떡하냐며

한참을 서럽게 우는 하윤이

울 곳있는 엄마품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하린이는 낮선 집과, 이틀만에 만난

아빠엄마가 반가운지 가로뛰고세로뛰고...

 

하윤이는 개봉역에서 지하철을 탄후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일곱역이나 지나

아현동 집으로 오는길이 꽤

멀다고 느껴졌나보다

(요즘 애들은 아빠차로만 끌려 다니기에

지하철로는 장거리로 느낄수도 있겠다)

"할머니 이렇게 먼데 올 수 있어? 할머니

힘들지 않을까?"

"괞찮아 할머니는 걸음도 걸을만하고

지하철도 무료고 할머니도 니들이 보고

싶어 자주 갈꺼야 걱정하지마"

할머니가 철썩같이 믿음직스럽게

약속은 했지만 아무래도 불안했나보다

 

아이들과 헤어져 집에오는 길

아빠가 하린이를 안고 역근처까지 배웅나와

"하린아, 이젠 할아버지할머니

안녕히 가세요 인사 해야지"

"안돼~~~가지마 할아버지 가지마~~~~"

얼마나 호되게 울어대는지 주위사람들을

시선 집중시켰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밑에까지 와서야

하린이 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텅빈 거실을 보니

나도 울컥 해졌다

마루 바닥에 하린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 쪼가리를 보니 더욱 그랬다

서로 생가지 찟기듯

우리는 이렇게 아프게 헤어졌다

2019년3월1일에ᆢ

 

끔찍히 사랑하고 예뻐하고

표현 할 수있었던.. 금쪽 같았던 시간들

티없는 교감을 나누며

헌신의 기쁨을 누릴수 있었던 날들

아이들이 아팠을때는 나 혼자

세상 근심 다 안은듯

일도 손에 안잡히고 잠못이루던 날들

고단함도 짱짱한 행복도 함께 주었던 날들

 

세상에 온전한 사랑은 조부모의

손주 사랑이 아닐까

생애 다시는 못 맞을 십여년

세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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