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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가족

건강 검진 구멍 많다… 개인 맞춤형 필요

앤 셜 리 2011. 9. 27. 15:06

주변에서 누군가 갑자기 암이나 심장병에 걸렸다고 하면 '평소 건강검진을 안 받았나?' 하고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러나 건강 검진에서 별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심각한 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환자들은 건강 검진을 상당히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건강 검진에서 별문제가 없다고 하면 정말로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져보고 '코끼리는 기둥처럼 생겼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건강 검진에서 자신이 검사받은 항목만이 정상일 뿐인 것이다.

40대 남자 환자가 병원에 찾아와 "회사에서 매년 건강 검진을 받는데 불안해서 좀 더 정밀한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다. 친구가 갑자기 췌장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불안해진 것이다. 이 남자는 건강 검진에서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 가슴 방사선 촬영, 위내시경, 간초음파를 받고 있었다.

환자는 고혈압이 있었고 위암이 발병한 가족력이 있으며, 술·담배를 모두 하는 사람이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다. 일단 환자의 건강 검진 기록을 검토한 뒤 몇 가지 항목을 추가 검사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러자 곁에 같이 있던 환자의 아내도 추가 검사에 대한 조언을 원해 과거력과 가족력, 생활습관을 들어본 뒤 추가 검사를 권했다.

남편에게는 복부 CT 촬영을 권했다. 건강 검진에서 하는 복부초음파로는 췌장 검사가 매우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심장초음파와 경동맥초음파, 대장내시경 검사, 고해상도 폐 CT를 추천했다. 가슴 방사선 촬영도 폐암 조기진단에는 거의 효용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요즘엔 고해상도 CT 촬영을 한다. 아내에게는 갑상선 초음파와 A형 간염 항체를 추가 검사하라고 조언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 병원의 검진 형식에는 문제가 있다. 팸플릿을 쭉 펼쳐놓고 마치 자동차 옵션이나 패키지 여행의 관광 옵션을 고르듯 검진 항목을 고른다. 뭐가 더해지면 얼마 추가, 거기에 또 뭘 더하면 얼마 하는 식이다. 환자가 어디가 불편한지, 가족력은 어떤지, 작년에 어떤 검진을 했는지와는 상관없이 온전히 환자 자신이 검진 항목을 선택해야 한다. 게다가 검사 항목도 불필요하게 중복된다. 혈액형이 매년 바뀌는 것도 아닌데 왜 혈액형 검사를 매년 해야 하는가. 한국 사람들이 매년 매독이나 AIDS 검사를 받을 만큼 성적으로 문란한가.

건강 검진 항목을 환자가 선택하고, 불필요한 항목을 기본 검진에 넣어서라도 수입을 올려야 하는 병원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감히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건강 검진은 의사와의 충분한 예진을 통해 매년 해야 하는 검사, 2년마다 하는 검사, 5년마다 해도 괜찮은 검사를 구분해 스케줄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 검진을 받는 사람이 비록 건강하고 질병이 없을지라도 과거력과 가족력, 생활습관에 따라 각각 개인화된 스케줄이 나오기 때문이다. 건강을 지키려고 하는 건강 검진에 '구멍'이 없는지 한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송태호 하남 송내과원장·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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