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은 하객대로 청첩장이 '고지서' 같다. 축의금 부담이 그만큼 크다. 혼주는 혼주대로 걱정이 많다. 축의금 안 받자니 결혼식 비용이 부담스럽고, 청첩장 안 돌리자니 본전 생각이 난다. 그러면서도 "하객들이 식은 안 보고 밥 먹으러 갈 궁리만 한다"고 불만이다.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해법이 뭘까?
①전 직원이 조금씩 걷고, 예식 참석은 정말 친한 사람만
"직장인들한테 축의금 정말 부담스럽죠. 별로 안 친해도 청첩장 받으면 5만원은 해야 하고…. 하지만 우리 회사 사람 결혼할 땐 그런 부담이 없어요. 팀별로 사우회(社友會)를 만들어서 매달 직급별로 8000~2만5000원씩 걷어요. 팀원이 결혼하면 팀 이름으로 10만원을 줘요. 물론 큰돈은 아니죠. 하지만 서로에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미안하지도 않아 절묘한 '윈윈' 해법이라고 생각해요."
대한생명 박동규(42) 과장 얘기다. 대한생명의 경우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만 결혼식에 가고, 나머지는 멋쩍지 않을 정도로만 매달 십시일반 소액을 내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어느 범위까지 청첩장을 돌려야 하는지, 청첩장을 받았는데 결혼식장에 꼭 가야 하는지, 축의금은 얼마나 내야 하는지 '괜한 고민'이 불필요하다.
②과감하게 식사를 생략하자
"저도 친구들 결혼식 많이 가봤지만, 다들 식사하느라 결혼식은 뒷전이지요. 그렇다고 결혼식장 밥이 맛있는 것도 아니고…. 고민 끝에 저희는 식사를 생략하기로 했어요. 대신 하객들한테는 평소에 쓸 수 있는 수건과 비누를 답례품으로 드렸어요. 반응도 좋고 결혼식 비용도 아꼈어요."(김예진·가명·33)
서울대 인류학과 강정원 교수는 "당사자와 하객 모두 '축의금=밥값'이라는 공식을 깨야 결혼문화가 달라진다"고 했다. 결혼식을 신랑·신부 집에서 치르던 시절에는 이웃과 친지가 다 같이 음식 준비를 거들고 다 같이 먹고 마시며 잔치를 벌이는 의미가 컸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식 무대가 예식장으로 옮겨갔다. 강 교수는 "혼주는 굳이 식사를 대접하는 대신 간단한 답례품을 내놓고, 하객은 그걸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③남다른 결혼식 콘텐츠를 만들어라
GS건설 직원 김연수(29)씨는 작년 4월 경기도 파주의 자연체험공간인 '파주자연학교'를 빌려 일본인 아내 하야시 히비키(37)씨와 부부가 됐다. 가족과 친구 130명만 참석해 신부가 손수 구운 웨딩케이크와 간소한 사찰 음식을 나눠 먹었다. 신랑·신부가 친구들 사진을 커다랗게 인화해서 하객들에게 보여주고 재미난 추억담도 털어놨다. 하객 김송수(25)씨는 "내가 정말 두 사람 결혼의 증인이라는 실감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웨딩학회 김인옥 회장(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은 "예식장이 장소 임대료만 가지고는 수익을 내기 어려우니까 값비싼 메뉴를 갖추고 '의무적으로' 판에 박힌 피로연을 하도록 고객들을 압박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개성 있는 결혼식을 구상해 예식장이 아닌 공간에서 진행하는 신혼부부가 늘면, 지금 같은 피로연 문화가 저절로 차츰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생각 따로, 실천 따로 청첩장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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