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책.

김시습<나의 일생>

앤 셜 리 2012. 11. 12. 17:44

나의 일생

 

내맘과 세상일 서로 반대라서

시말고는 즐길일이 없네

술취한 즐거움도 순식간

당콤한 잠도 찰나라네

 

이익 다투는 소인배에 분노 했었고

변방의 오랑캐를 걱정 했었지

임금께 밝은 뜻 바칠 길 없어

어허! 눈물 닦으며 깊이 탄식하네

 

어릴 적 부름 받고 궁궐에 가니

임금께서 비단옷을 내려 주셨네

승지는 날 불러 무릎에 앉히고

환관은 붓 휘둘러 글 쓰라 했네

 

영특한 아이라고 너도나도 말했고

봉황이 나왔노라 서로 보려 했네

어찌 알았으리 모든일 끝장나고

이처럼 찌브러져 늙게 될 줄을.

 

 

천마산에서-

 

뾰족한 봉우리 은하수에 꽂혀

기이한 경치 신비로움 간직 했고나

구름 갇히니일천 바위 고요하고

꽃이 피니 온 골짝에 향기가 가득

안개 노을 자욱히 떠있고

솔바람 소리 쓸쓸 하여라

산 꼭대기는 인간 세상 아니니

허공에 기대어저 멀리 바라 보고저

 

한잔 술에 취해-

 

나는 본래 세상 밖 사람

우연히 세상밖의 경지 찿았네

술취하면 기분 좋아

오똑하니 깨어 있기 싫네

의기는 양양하고

행동은 단속 할 줄 모르네

이 몸은 거만하게 웃어도

이 마음은 늘 깨어 있다네

우러러 우주를 보면 하늘의

이치 참으로 분명하네

 

하늘을 우러러 콧노래 부르며

가만히 옛사람들 생각 해보네

인생은 즐기는 것

부귀는 내 몸을 고달프게 할 뿐

내신세 염려마라

잘되고 목되는건 하늘에 달렸으니

사람들이 비웃고 수근대는 소리

세상과 나는 모순인가 봐

도연명 시나 화답하다가

때가 되면 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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