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생
내맘과 세상일 서로 반대라서
시말고는 즐길일이 없네
술취한 즐거움도 순식간
당콤한 잠도 찰나라네
이익 다투는 소인배에 분노 했었고
변방의 오랑캐를 걱정 했었지
임금께 밝은 뜻 바칠 길 없어
어허! 눈물 닦으며 깊이 탄식하네
어릴 적 부름 받고 궁궐에 가니
임금께서 비단옷을 내려 주셨네
승지는 날 불러 무릎에 앉히고
환관은 붓 휘둘러 글 쓰라 했네
영특한 아이라고 너도나도 말했고
봉황이 나왔노라 서로 보려 했네
어찌 알았으리 모든일 끝장나고
이처럼 찌브러져 늙게 될 줄을.
천마산에서-
뾰족한 봉우리 은하수에 꽂혀
기이한 경치 신비로움 간직 했고나
구름 갇히니일천 바위 고요하고
꽃이 피니 온 골짝에 향기가 가득
안개 노을 자욱히 떠있고
솔바람 소리 쓸쓸 하여라
산 꼭대기는 인간 세상 아니니
허공에 기대어저 멀리 바라 보고저
한잔 술에 취해-
나는 본래 세상 밖 사람
우연히 세상밖의 경지 찿았네
술취하면 기분 좋아
오똑하니 깨어 있기 싫네
의기는 양양하고
행동은 단속 할 줄 모르네
이 몸은 거만하게 웃어도
이 마음은 늘 깨어 있다네
우러러 우주를 보면 하늘의
이치 참으로 분명하네
하늘을 우러러 콧노래 부르며
가만히 옛사람들 생각 해보네
인생은 즐기는 것
부귀는 내 몸을 고달프게 할 뿐
내신세 염려마라
잘되고 목되는건 하늘에 달렸으니
사람들이 비웃고 수근대는 소리
세상과 나는 모순인가 봐
도연명 시나 화답하다가
때가 되면 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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