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나의 이야기

최순우 옛집 후기..

앤 셜 리 2009. 8. 9. 14:50

                                                            서 정 임

 

7월22일,해지는 저녁에 시민 문화유산1호인 성북동 최순우 옛집에서 신입회원  문화행사가 있었다.

 

옛집의 나무로 된 묵직한 대문을 들어서면 그윽한 한옥의 정취와  杜門卽是深山 두문즉시심산, 문을 닫아걸면 이곳이 바로 깊은 산중,이라는 현판이 보인다.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들어 온 듯한 착각을 하며 슬픔인지 기쁨인지 야릇한 행복감에 젖으며. 조금전, 몇 갈래의 지하철 노선을 갈아타고 오는 길의  어수선한 도심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느껴진다. 

 

 안마당을 거쳐 뒤안에 들어서니 중년부부. 아이들. 커플. 나 홀로.. 다양한 모습의 회원님들이 와 계시고  대나무, 목련, 산수유, 소나무,  떡갈나무

사이사이에 동자석과  석물들이 옛집임을  알려주는 행사장에서  우리들은 준비해 주신 차와 김밥을 들며  금방 한마음이 된것 같이 처음이 아닌듯 인사를 합니다. 

 

  잠시후, 최순우 옛집의 현황과 유품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 의미를 새겨보는 시간이 있었다.

 ㄱ자와 ㄴ자가 합해진 ㅁ자의 아늑한집. 1976년~1984년 돌아가실때까지 기거하셨던 곳.

지금은 사방으로 높은 다세대 주택등으로 손바닥만한 하늘만 이고 있는  한옥이지만

헐릴 위기에 처했을때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지켜낸 미래세대들의 자산이 된 이집.

먼 훗날 이땅에 올 어린 손님들이 역사적인 이런날들을 고마워 할 것을 생각하면 뿌듯해진다.

 

 나는 옛집을 알기전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서서>를 통해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도자기와 전통 공예품.. 우리것에ㅡ대한  사랑과 자부심과 열정으로   수필 형식으로 쓰인 책이란건 모두가 알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만나는 혹은 무심히 지나치는  한국의 미에 대한 세세한 설명은 감동이었다.  

 

  창호지문에 달빛 그림자가 비칠 것 같은  뒤뜰에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황홀한데  툇마루에선 한복을 곱게 입은  선녀같은 00님의 대금연주가 있었다  

 가슴 뭉클한 감미로운 연주는 그 동안 내색 하지 않았던 그리운 것들 속으로.. 마음 속 저 깊은곳에선 모두를 사랑하고 포용 하고픈 충만함이 가득했다.

 

 흐느끼듯 이어지는 대금의 선률에 두둥실 헤메고 있는데 전통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시간이라고 맥을 끊는다

 마음을 다시잡고 꽃과 민화가 그려진 한지로 된 부채에 물감을 곱게 입혀  한 송이  목단꽃을 피워냈다.

서툰 솜씨라 선 밖으로 물감이 흩어지긴 했지만 색갈 만큼은 대금 소리의 여운으로 피워낸 것이라 그런지 꽃과  잎의 색이  강렬했다

 아이들은 부채 속에서 살아나는 익살스런 토끼들의 탄생에  기뻐 어쩔줄 모르다 두눈을 찡긋 감은 제 얼굴에다  연신 부채질을 하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며 무딘 여름(계절)의 감수성을 깨워준  신입회원들의 문화 행사는  끝나가고 있었다.

 

맑고 청량한 한옥의 옛집에서 혼탁한 몸과 마음이 정화되어 돌아오며 최순우 옛집에 방문하는 아이들 중에 간송 전형필 선생님 이나 혜곡 최순우 선생님 같은 인물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해보았다

 

손님 맞기에 애써 주셨을 자원봉사 여러분과 늦은 밤까지 행사를 주관 해주신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은 여름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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