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추억은 잊지 않으려 하고 쓰라린 기억은 지우고 싶어 한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설레기도 하고 막연한 내일을 불안해하기도 한다. 이렇게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후회와 염려를 반복하다 하루가, 한 달이, 일 년이 또 지나간다. 잘 사는 삶이란 무엇일까? 만물이 다시 피어나는 봄,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 톨스토이가 삶의 끝자락에 써내려간 책을 열어본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조화로운 삶).
"이 책은 인류에 대한 나 자신의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이다"라고 남긴 톨스토이의 마지막 책 속엔 사랑, 행복, 영혼, 삶, 죽음, 말, 진리, 노동 등 여러 주제가 서로 손을 맞잡은 채 담겨 있다. 그는 이 가운데 제일을 '사랑'이라 이야기한다.
"악기 연주하는 법을 배우듯 사랑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이들을 사랑하는 일이다. 타인 또한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람은 오직 사랑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 땅의 '사랑'들은 모양도 색깔도 각각 다 다르다. 내 맘대로 해 놓고 사랑이라 이름 붙여도 뭐라 할 수 없을 것 같다. 톨스토이는 "타인 또한 자신임을 깨닫는 것"을 사랑이라 말한다. 다른 이들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 결코 쉽지 않겠지만 그렇게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런 사랑을 받는 삶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반짝이는 인생일 거란 생각이 든다.
톨스토이가 주목한, 인생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지금'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사는 것은 현재뿐이다. 우리에게는 과거를 기억하는 능력과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현재의 일을 잘하기 위해서 주어진 것이다. 현재에 살아야 한다. 현재야말로 진정으로 우리에게 속한 전부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에 연연하고 미래를 염려하는 쳇바퀴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다. 그러면서 많은 이가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을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으로 채운다. 그 무엇에도 매이지 않고 '지금'을 잘 살아가기를, 자신의 인생을 성실히 채워 낸 현자가 사랑의 마음을 담아 이 땅에 남은 삶이 있는 우리를 격려한다.
"삶이 곧 끝나버린다고 생각하며 살라. 그러면 남은 시간이 선물로 느껴질 것이다. 현재의 삶은 최고의 축복이다. 우리는 다른 때, 다른 곳에서 더 큰 축복을 얻게 되리라 기대하며 현재의 기쁨을 무시하고는 한다. 지금 이 순간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
김경란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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