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좋아하는 "시"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앤 셜 리 2009. 9. 25. 11:03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놓아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도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벛꽃처럼

넉넉해지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던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이 기철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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