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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앤 셜 리 2017. 1. 3. 09:04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태어난 헬렌 켈러(1880~1968)는 태어난 지 19개월 만에 심한 열병을 앓아 청각과 시각을 잃었어요. 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켈러는 여섯 살 무렵 가정교사인 앤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면서 말을 배우고 여러 학문을 익히기 시작했답니다. 설리번 선생님의 헌신적인 도움과 치열한 노력으로 켈러는 래드클리프대학을 졸업하였고, 이후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어요.

켈러가 53세가 되던 해에 쓴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은 시력을 잃은 켈러가 3일간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면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답니다. 50여 년간 앞을 보지 못한 켈러가 간절히 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앞을 볼 수 있게 된 첫째 날, 켈러는 가장 먼저 소중한 이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앤 설리번 선생님의 얼굴을 한참 동안 꼼꼼히 살펴보겠대요.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는 개 두 마리의 눈도 들여다보겠다고 합니다. 집 바닥에 깔린 양탄자와 벽에 걸린 그림, 장식물도 보고 싶대요. 남은 시간은 한참 동안 숲을 산책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지겠노라 말합니다.

다음 날 켈러는 새벽 일찍 일어나 밤이 아침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바쁘게 움직여 박물관과 미술관을 관람할 거래요. 손으로만 만져봤던 위대한 예술품을 눈에 담는 것이죠. 저녁에는 연극과 영화를 감상하며 배우들의 우아한 몸짓을 보겠다고 말합니다. 관객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공감하는 기쁨을 느껴보고 싶대요.

마지막 날 켈러는 뉴욕의 거리로 나가겠다고 합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 속 사람들을 구경하고 싶어해요. 강 위를 지나는 배, 도시를 채운 고층 빌딩, 상점에 나열된 물건도 보고요. 저녁에는 코미디 공연장을 찾아 웃음이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지 보고 싶어합니다. 그렇게 사흘이 끝난 뒤 켈러는 기적이 가져다준 멋진 추억을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어둠으로 돌아가겠다"고 고백합니다.

켈러가 간절히 보고 싶어 했던 것들은 우리가 소중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일상적인 광경이지요. 그래서 켈러는 인간의 감각을 "세상이 우리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합니다. 대신 선물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그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대요. 그는 "내일 듣지 못하는 사람이 될 것처럼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내일 냄새를 맡지 못하는 사람이 될 것처럼 꽃향기를 맡고, 내일 촉각이 마비될 사람처럼 사물을 만지라"고 말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주변의 아름다운 광경을 무심코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신운선 한우리독서토론논술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