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하윤이

몽이

앤 셜 리 2023. 10. 19. 22:26


몽이 실종 사건

지난, 7월 9일 하윤이와 남구로동 김자현 할머님
하윤이가 부르는 오래된 할머니
댁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남구로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있다
전철이 들어오자 가방만 챙겨 가지고 올라탔다

온수역 <환승역>에서 몽이를 챙기려니 앉은자리를 몇 번이나 둘러봐도 몽이는 보이지 않았다
하윤이 옆에 몽이가 없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해봤기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집에서부터 나는, 두고 가자. 하윤이는 가지고 간다
실겡이 하다
"할머니 제발 몽이를 데리고 가게 해 주세요"라는
깍듯한 말에 승낙을 했었다
가면서도 "몽이를 끌어안으며 할머니! 난, 몽이가 이렇게 좋아요~" 하며 새살거렸다
"할머니!.. 다른 사람들도 몽이가 좋은가 봐요~"
왜~~? 모두 쳐다봐요"

"몽이가 좋아서 쳐다보는 게 아니고 커다란 인형을
지하철까지 끌고 다니니까 이상해서 쳐다보는 거지이"
할머니 심기를 눈치챘는지 몽이 꼬리만 돌돌 말아
입가에 비비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엄마아빠 없이는 잠을 자도 몽이 없이는 잠도
못 자는 아이인데 몽이를 잃어버렸으니
저나 나나 충격은 엄청났다


다시 그 자리로 가보자.
제발 그 자리에 있어 주기를 하윤이의 두 손을 잡고
기도드리며 다섯 정거장이
쉰 <오십> 정거장처럼 지루한 채 도착했다
손을 잡고 건너편을 향해 뛰는데 하윤이,
" 할머니!.. 먼저 가서 몽이 있나 확인해봐" 하며 내 손을 놓아주었다

어린것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몽이가
없으면 안 될 이유였다

그런데, 그런데, 몽이가 보이질 않는다
긴~~ 홈의 의자를 모두 훑어 보았지만 어디에도 없다

또다시 하윤이 손을 잡고 역무실로 달렸다.
역무원 아저씨께 1m 되는 봉제 인형 분실물로
들어온 것 없나요?
한 바퀴 둘러보더니 없다고.
순간 하윤이는 몽이야~를 외치며 울어댔다
조금 전 몽이의 보호자답게 "몽이야 조금만 기다려 내가 구해줄게" 하던
야심 찬 용기는 어디 갔는지 대성통곡이다


"아가야 이젠 몽이가 많이 커서 다른 데로 간 거야~ 아빠엄마한테 더 예쁜 인형 사달라고 해~라고 달래 보았지만 " 안돼~ 안돼~~ 몽이야~~ 몽이야 ~어디 있어~~~ 아아앙
더 커진 하윤이 울음소리는 남구로역 전체를 점령했다

"하윤아~ 할머니가 미안해 내가 챙겼어야 했는데 못 챙겨줘 미안해~"
역무원의 성함은 모르지만 3살 5살 아이가 있어 하윤이 심정을 이해한다며 같이 안타까워하며 잃어버린 시간과 장소 몽이의 생김새를 자세히 물었다

내 핸드폰 번호와 하윤이 아빠 번호를 알려주고 좋은 소식 오길 바라며 하윤이를 업고 역 홈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형광봉을 들고 있는 청경을 만났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러이러한
"몽이를 못 봤나요?.." 고개를 절레절레!
눈이 퉁퉁 분 아기가 안쓰러웠는지 홈 안에 <벽> 설치되어 있는 전화로
<거기에 전화기가 있었는지 처음 알았음> 어딘가로 연락을 했다
혹시나 기대하며 그의 입과 표정을 살폈지만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집에 가서 연락 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공포와 슬픔에 젖은 불쌍한 하윤이..
손을 잡고 서 있는데

지하철을 기다리던 한 아주머니가
"왜 그러시냐고?.. 무슨 일이 있으시냐고?"..
허둥대며 이리 뛰고 저리 뛴 내 모습이 이상했는지
묻는 것 같았다

굳이 몽이얘기 하고 싶진 않았지만 힘없이
"얘가 인형을 잃어버려서요~"

"네~ 그 인형 크지요~ 꼬리 달리고.."


예, 예, 맞아요~ 봤어요? 어디서 봤어요?
저 쪽 의자예요~
아이고~맞아요~그 의자에 놓고 그냥 지하철을 탔어요~
그럼 지금 어디 있지요??

창고에...
옆에서 듣고 있던 청경이 이미 두 계단 씩 날아 올라가고 있었다. 창고를 향해..
잠시 후 애타게 찾던 몽이가 하윤이의 가슴에 안겼다
몽이를 안은 하윤이는 행복한 표정과 안도의 미소를..
그 모습을 바라본 나는 주책없이 눈물이 흐르고..
지옥과 천국을 두 시간 안에 모두 경험했다.

승객인 줄 알았던 그 아주머니는 역 청소 하시는 분이었다
청소 중에 몽이를 발견하셨단다
그분을 만났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그렇게 물어 봐 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하윤이 먹이려고 준비했던 초콜릿을 안 받는다는 것을
억지로 청경과 아주머니 가방에 넣어주고
역무원님께도 아기가 인형 찾아가지고 갔다고
전해 달라는 부탁을 하며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마음만은 상쾌하게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숨 돌린 후,
솜과 천으로 만들어진 무감정인 인형에게 호되게 휘둘렸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사랑하는 하윤이의 행복이 거기 다 있는 걸..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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