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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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된 죄

앤 셜 리 2010. 6. 3. 16:55

부모된 죄

 

 영국에서 얼마 전 ‘인생에 가장 행복한

 나이는 57세’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57세 사람들이 자기 행복지수를 100점 만점에 76점으로 가장 높게 매겼다.

 이들은 행복한 이유로 둘을 꼽았다.

 “자식들이 집을 떠났다,

 처분할 재산이 많다.

” 자식이라는 짐을 벗고 홀가분하게 삶을 즐길 때가 왔다는 얘기다.

 

 18세기 사상가 퐁트넬이 85세에 인생을 결산했다.

 “55~75세에 가장 행복했다.

 욕망은 다해 가고 업적은 쌓여 갔다.

 정원사를 둘 여윳돈도 생겼다.”

 

 ▶또래 한국인은 “인생에서 가장 짐스러운 때”라고 탄식하기 십상이다.

어제치 조선일보 기사 ‘노후의 가장 큰 적(敵)은 자식’만 봐도 그렇다.

 경매 넘어가는 집의 20%, 한 해 8만건이 자식 빚보증 서느라 집 잡힌 경우라 한다.

뼈빠지게 가르치고, 기둥뿌리 뽑아 여의고,

집 장만해주고, 사업자금 대주고, 이제 끝났나 싶자

근근히 남긴 노후자금까지 자식이 말아먹는다.

곁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일본에선 부모에 얹혀 놀고먹는 ‘기생족’이 부모 재산을 멋대로 쓰거나 연금을 가로채기까지 한다.

 이런 ‘경제적 노인학대’를 막으려고 지자체들은 전담기구를 만들어 은퇴자 돈 관리를 돕는다.

 부모들도 당하지만은 않는다.

 상속은 단념하고, 빌붙는 자식들을 피해다니는 ‘도망노인’들이 생겨났다.

 ‘기생족의 시대’를 쓴 야마다 교수는 “장기불황을 거치며 부모들이 먼저 교육비를 줄이고 자녀를 독립시키는 생존방식을 찾았다”고 했다.

 

 ▶미국에도 대학을 나온 뒤 부모에게 돌아와 기대는 ‘부메랑 키즈(kids)’가 1800만에 이른다.

 취업난과 비싼 집세, 학비 대출빚 탓이다.

 한 잡지가 충고했다.

“자식이 집에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 무작정 받아들이지 말고 ‘중립지대’에서 만나 얘기하라.

 어떻게 능력을 쌓아 언제 독립할 것인지

 확실한 서면 약속을 받고, 함께 사는 규칙 ‘하우스 룰’을 세워라.”

 

▶약정서까지는 못 받아도 비참한 말년에 빠지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리는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퇴직금을 연금으로 나눠받는 비율이 95%까지 급증했다.

 목돈으로 받았다가 자식들이 거덜내는 예를 익히 본 탓이다.

 퇴직금을 넣어두면 해약할 수 없는 연금상품이나, 집을 맡겨 생활비를 받아쓰는 역(逆)모기지도 방법이다.

 “자식 앞에 장사 없다”지만 “아비 아들, 범벅도 금 그어 먹으라”는 속담이 있다.

쑤어먹는 풀 죽이라도 선을 그으려는 노력이 자식을 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