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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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湖4大學派

앤 셜 리 2010. 9. 6. 17:32

학파는 강단(講壇)에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강호를 유람하여 보니 강단 밖에는 강호학파(江湖學派)가 잠류(潛流)하고 있었다. 강단의 칠판에서 학문을 배웠다고 한다면, 강호의 물살에서는 인생을 배웠다. 내가 꼽는 4대 강호학파는 이렇다. 먼저 다석학파(多夕學派)이다. 다석학파의 초대 장문인은 다석 유영모 선생이다. 이 학파의 내공은 기독교와 동양사상, 즉 기독교와 유·불·선의 회통에 있다. 이는 20세기 동아시아의 사상사적 과제였다. 이 과제와 가장 치열하게 씨름한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에서 다석이 나타나 기독교와 유·불·선을 화쟁시켰다.

다석의 두 제자인 함석헌과 김흥호. 함석헌은 시장에 들어가 무애가를 부른 원효(元曉)와 같다. 그가 남긴 '씨알의 소리'는 여러 사람들에게 싹을 틔웠다. 김흥호는 의상(義相)과 같이 수도자의 전범을 보이면서 기독교 사상을 동양고전들과 회통시키는 작업을 하였다. 김흥호의 '전정성단'(轉精成丹·정액을 돌려서 단을 만든다)은 동양수행법의 정수를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간송학파(澗松學派)가 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은 10만석 재산을 우리 문화재 구입에 전부 써버렸다. 이처럼 돈을 통쾌하게 쓰기도 힘들다. 그가 전 재산을 털어 보존한 문화재 덕분에 우리의 예술혼(藝術魂)과 한국미(韓國美)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간송의 제자인 최완수도 공로가 크다. 이제까지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면서 이들 문화재들을 갈고 다듬었다. 겸재 정선에서부터 시작하여 추사 김정희 그리고 간송을 거쳐 맥을 이어온 한국의 예술혼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원주에서 태동된 장일순학파(張壹淳學派)가 있다. 처음 시작은 미약하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덩치가 커지고 있다. 시인 김지하와 이현주 목사 등등이 장일순의 영향을 받았다. 오염되지 않은 먹을거리 생산에 주목한 '한살림 운동'을 통해서 장파(張派)는 한국사회의 저 밑바닥에서부터 희망을 만들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야산학파(也山學派)이다. 주역의 대가였던 야산 이달이 그 장문인이다. 근래에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야산만큼 주역에 통달한 인물도 없다. 어찌 보면 이 학파는 수천 년 역사의 계룡산파(鷄龍山派)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한국의 강호에도 공부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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