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내셔널트러스트

내가 산 매화마름 군락지

앤 셜 리 2010. 11. 2. 21:36

 서정임 회원

 

     평범한,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드라마 -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드라마를 찍으며 살아간다. 각자가 그 드라마의 작가이고, 감독이며, 주인공이다.

 드라마는 현실 세계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공감과 동요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감동적인 드라마는 뇌리에 오래 남는 것일 게다.

 초가을. 한편의 아름다운 드라마를 기대하며 서정임 회원님의 삶의 단면을 살짜쿵 모니터링 해 본다.

 소박하고 정갈한 옷매무새, 깔끔한 거실, 향 좋은 녹차 한잔. 서정임 회원님과의 만남은 그렇게 그윽하게 시작되었다.

 '한국노인복지회'에서 10년 넘게 무의탁 노인들의 홀로서기를 도와왔고, 현재 자원봉사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력답게 자연스레 노인복지에 대한 이야기로 서두를 풀어나가셨다. "사회는 풍요로운데

외롭고 열악한 생활을 하시는 노인분들이 많이 계세요.

 

 현대인들이 물질적으로는 중산층인데, 마음은 그렇지 못하죠.

 

" 일주일에 한번씩 찾아 뵙는 것은 물론, 명절 때마다 가족과 함께 인사를 드리러 가신다.

 이웃 사랑의 실천을 부모로부터 직접 체화하는 아이들. 이러한 일들이 사회 전체로 퍼져 나간다면

 사람들 마음의 온도가 한층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은혜를 베푼 것은 물에 삭이고, 은혜를 받은 것은 돌에 새긴다

 

. 결혼 전 간호사로 근무하던 시절. 서정임 회원님은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이들을 보며 항상 가슴이 아프셨단다.

그래서 교회 목사님을 찾아가 생활이 곤궁한 환자들을 몇 명 소개 받았고, 꾸준히 치료해 주셨다.

 그 중 한 환자의 아들이 공장에서 어렵게 번 돈으로 잠옷을 사서 보내주었는데,

 감사하다는 말을 못했던 것이 아직까지 마음에 걸린다면서,

해준 것은 잊어도, 받은 것은 꼭 인사를 해야 후회가 없다고 당부하셨다.

 서정임 회원님은

 환경, 노인복지, 통일문제 등 사회의 여러 분야에 촉수를 곧추세우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다.

 무엇보다도 환경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씀하시는 그 분의 내셔널트러스트와의 인연의 계기는 간단했다.

 세상이 빨리 변하는게 싫어요. 누구 말대로 죽어라 벌어, 죽어라 사고, 죽어라 버리고 있지요.

. 개발 지상주의에 떠밀려 자연이 훼손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던 차에, 신문에서 동강 살리기 운동에 대한 기사를 보았고

, 인터넷을 통해 동강 땅 한평사기에 참여했다.

 "내셔널트러스트 식구들과 동강에 간적이 있었어요. 아름다움에 반했죠. 이런 곳은 꼭 지켜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후 생태기행, 강화매화마름 쌀구입 등 각종 행사에 동참했으며,

또한 환경운동연합의 간행물 '함께사는길'에 내셔널트러스트에 대한 글을 기고하기도 하셨다.

 (아래 글 참조)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참으로 든든한 회원이다

. 마지막으로 현재 활동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부탁드렸다. "활성화를 위한 홍보가 미약해요

. 관심이 있어도 구체적인 참여 내용이나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 그런 사람들에게 활동상을 알리면 참여율도 높아질 거예요."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후원자가 단체에 믿음을 갖을 수 있도록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도 덧붙이셨다

. 기독교 신자라는 서정임 회원님은

 천국을 가기 위해, 하나님을 사랑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한 자연을 사랑하라고 강조하신다.

 

그것이 결국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며, 더불어 살아있는 사람들이 천국을 느끼는 길이라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인터뷰를 마치자 칼국수를 권하셨다.

 가을비 내리는 날 오후, 푸짐하고 따끈한 칼국수 한 그릇. 풋내기 간사는 맛이 좋아서 양껏 먹고 두둑해진 배 만큼이나

, 따뜻한 만남으로 인해 마음까지 불러오는 듯 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께사는길'             이천삼년삼월호

 

내가 산 매화마름 군락지

 

 글 서정임

 

 작지만 지구상에 우리나라처럼 터를 잘 잡은 나라는 없다고 한다

 

. 아끼고 가꾸고 보전을 잘 한다 해도 진보와 발전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인간 생존의 위기가 올 텐데

개발이란 명분으로 마구 파헤치며 지구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는 것에 화가 난다.

 허다한 징후로 지구의 환경위기를 경고해도 소용이 없다.

 인간의 능력이나 수단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 숨가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자연보전이란 거대한 환경문제를 개인으로서는 어찌해 볼 도리 없이 안타까워하던 중

개개인이 낸 국민 기금으로 땅을 매입해 결코 매매되거나 개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셔널트러스트 땅 한평 만원 사기 운동에 참여하게 됐다.

 아직 후원자가 많지 않아 힘든 면도 있지만

작년 봄에는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에 국민 자신1호로 농지 912평을 매입하게 됐다.

 행운인 것은 이 곳이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에 있는 야생식물 매화마름의 군락지라는 것이다.

 회원들과 함께 최초의 자연유산 선포식에 참석해 사진도 찍고 문서에 도장을 찍는 역사적인 순간도 지켜보았다.

 가을에는 그 곳에서 유기농법으로 지은 쌀을 나누어 먹기도 했다.

 

 나처럼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알고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이웃들이 많아 열심히 홍보도 하고 있다.

 어떤 할머니는 대를 물려서라도 참여해야 된다며 적극 호응하셨다

. 한 가정 한구좌로 할머니와 어머니 세대들이 관심을 갖고 처한 삶터에서

간접적으로 사회운동을 하면 보람도 있고 생활에 활력도 생길 것 같다.

 자연친화적인 시민운동 중 또 하나. 도시민과의 교류를 통해서 농,산촌을 활성화시키는

 <생태산촌만들기모임>이 있다.

 이 행사로 지난 11월 21∼22일, 1박 2일로 양평군 청운면 산촌리로 산촌체험을 하게됐다.

 이 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밤이면 이슬이 비처럼 내려앉고 반딧불이가 수없이 많아 무릉도원과 같은 아름다운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손으로 직접 콩을 삶아 메주와 두부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신이 났는지

 마음대로 주무른 메주를 틀에 넣어 밟아 보기도 하며 누렇게 익은 메주콩을 어른들을 따라 먹어 보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가 만든 메주로 내년 봄에 장을 담그러 오겠다고 다짐도 했다.

 듣기로는 콩 타작, 메주 쑤기, 장 담그기, 짚풀 공예, 두부 만들기, 막국수 누르기,

 숲 문화 체험 등 절기를 따라 잃어버린 고향의 정서를 다시 느껴 볼 수 있는 행사도 있다고 한다.

 시중에 유전자 변형 콩, 수입 콩이 판을 치는 때에 이곳에서는

 산골 노인 분들이 직접 지은 콩으로 맑고 청정한 물로 메주를 쑤고 장을 담그고

 맑은 바람과 햇볕으로 일년 내 숙성시켜 도시민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런 사업이 정착이 되면 농, 산촌 경제가 살아 난개발을 막을 수도 있고, 도시민들은 녹색환경도

 지키고 살아있는 먹거리도 먹을 있어 또 다른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될 것이다. 정부도 방치하고 있는

 환경문제를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이렇게 참여하다 보면 지구의 환경위기를 지연시킬 수도 있고,

 미래세대에게 녹색환경을 물려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고

 아울러 삼라만상의 일원으로서 여기 함께 살고 있다는

 깨달음으로 자연에게 더 이상 기생충 역할을 하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2006년7월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