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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시야<대구문학신문>

어떻게 하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을까?<다치바나 다까시>

앤 셜 리 2011. 3. 10. 11:11

어떻게 하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무의식의 능력을 고양시킬 수 있을까? 가능한 한 양질의 입력을 가능한 한 다량으로 해주어야 한다. 그 이외의 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좋은 문장을 쓰고 싶으면 가능한 한 좋은 문장을 가능한 한 많이 읽어야 한다. 그 이외에 왕도는 없다. 문장을 쓰는 방식에 대해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문장독본 같은 것은 한 줄도 안 읽어도 좋다. 그런 것을 읽음으로써 얼마간이라도 문장력이 향상되었다는 사람을 나는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문장을 읽을 때 이것은 좋은 문장이니까 자기도 나중에 흉내낼 수 있도록 외워두겠다는 식의 욕심쟁이 심보는 발휘하지 않는 편이 좋다. 좋은 문장은 즐기면서 읽는 게 최고다. <논어>에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다.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라고 했다. 바로 이 즐기는 심경이야말로 무의식층에 가장 가까운 상태다.

 

그런데 좋은 문장을 읽으라는 말을 들어도 어떤 게 좋은 문장인지 스스로는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어떤 식으로 좋은 문장을 분간하면 좋은지를 묻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에 대한 답은 이렇다. 좋은 문장에 대한 고정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서 좋은 문장에 대한 판단이 다르다. 자신이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많이 읽어가는 중에 판단기준이 저절로 높아져 갈 것이다. 자신이 좋다고 생각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한 대서 무리하게 좋다고 믿을 필요는 없다.

 

좋은 문장을 많이 읽어가는 중에 자연히 쓰는 문장도 좋아진다. 좋은 문장을 많이 읽었는데도 문장이 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해도 헛수고다. 좋은 문장을 쓰겠다는 생각은 깨끗이 포기해야 한다. 좋은 문장에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명저 중에는, 문학서를 제외하면 악문이 산처럼 많다. 그것은 문장의 본질적 가치가 어떻게 쓰여져 있는가보다 무엇이 쓰여져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실용적인 주의를 한 가지 상기시켜 두자면, 문장을 쓰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집요할 정도로 머릿속에서 반복하여 새로 읽어보는 것이다. 실용적인 주의는 이것 하나로 충분하다. 문장독본 등을 펼쳐보면 구두법 사용방법이 어떻다느니, 접속사 사용방법이 어떻다느니 하는 지엽말단적인 사항들이 가득 실려 있는데 그런 것은 자신이 자신의 문장을 다시 읽어보면 자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라, 새삼 배울 필요는 없다. 요는 자신이 다시 읽어보았을 때 좋은 문장으로서 읽히는가 아닌가다.

 

아무래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면 매끄러워질 때까지 손을 본다. 손을 보는 가운데 머리가 혼란스러워져서 무엇이 좋을지 자신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일이 간혹 생긴다. 그럴 때는 과감히 쳐내는 방향으로 손을 댄다. 매끄럽지 않은 부분은 반드시 긴 문장이다. 그러니 우선 수식어를 덜어내고 연문, 복문은 단문화하여, 가능한 한 단순하고 짧은 문장으로 만들어본다. 그래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으면 문장구조를 바꿔본다. 구체적으로는 주어를 바꿔본다. 주어를 바꾸면 문장 전체가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주어를 바꾸자마자 지금까지의 신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문장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일이 흔히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동사적 표현의 문장은 명사적 표현으로, 명사적 표현의 문장은 동사적 표현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어절이든, 구절이든, 문장 전체든 아무거나 좋다. 어떤 문장의 어떤 부분이라도 이렇게 바꿔쓰기가 가능하다. 문장을 바꿔써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으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과감히 전문 삭제해 버린다. 그러면 그대로 뒷문장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면서 전체가 산뜻해지는 일이 자주 있다. - 154p~1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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