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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제발 우릴 규제해달라… 成形(성형)을 상품 쇼핑처럼 여겨선 안 돼"

앤 셜 리 2014. 9. 16. 09:53


[불법 브로커의 '성형 의료 관광'에 대한 내부 고발… 차상면 성형외과의사회 회장]

"'저 병원은 수수료가 50%… 당신네는 얼마 줄래?'
병원이 브로커에게 휘둘려 수수료 주려면 脫稅해야"

"'쌍꺼풀 30분 코수술 1시간' 공장에서 제품 찍듯이
타이머 맞춰 새 환자 받는다… 중국 단체 환자, 거의 대리 수술"

이 지면에 '중국 자본의 제주도 투자 제동 논란… 원희룡 지사' 인터뷰 기사(8월 25일자)가 게재된 뒤, 성형외과의사회에서 아래의 메일을 보내왔다.

〈제주도보다 더한 곳이 서울 강남의 미용성형·피부·치과들이다. 쇼핑센터에 관광객을 데려갈 때처럼 중국 불법 브로커들이 '리베이트'를 흥정한다. 이를 많이 주는 병원으로만 중국인 환자들을 몰고 간다.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들은 거의 중국 불법 브로커에게 종속됐다. 이들에게 수수료를 주기 위해 탈세할 수밖에 없고….〉

내게는 낯선 세계였다. 성형외과 병원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성형 타운'에서 차상면(56) 성형외과의사회 회장을 만났다. 간판이 다른 성형외과가 3개나 들어 있는 건물의 7층에 그의 병원이 있었다.

차상면 회장은 “성형외과 전문의만 따면 제일 먼저 광고 회사에 돈 주고 자신을 명의(名醫)로 둔갑시키는 일부터 한다”고 말했다
차상면 회장은 “성형외과 전문의만 따면 제일 먼저 광고 회사에 돈 주고 자신을 명의(名醫)로 둔갑시키는 일부터 한다”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중국 환자가 없으면 성형외과는 문 닫을 형편이라는 게 맞나?

"대형 성형외과는 그렇다고 보면 된다. 중국 단체 환자들이 없으면 운영이 안 된다. 하지만 우리처럼 작은 병원에서는 거의 안 받는다."

―당신은 왜 중국 환자를 안 받나?

"불법 브로커에게 휘둘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저 병원은 수수료가 50%인데 당신네는 얼마 줄래?' 하는 식으로 장난친다. 가령 수술비가 100만원이면 30만~70만원까지 수수료를 요구한다."

―중국 환자를 안 받는다면서 이런 실태에 대해 알 수가 있나?

"지금도 브로커 전화가 온다. 사실 수수료가 10~20% 선이었을 때는 나도 받았다.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수료가 갈수록 커지면서 손들었다. 성형외과의사회 차원에서 실태 조사를 해보면 중국 환자를 받는 병원들도 이런 비정상적 상황에 대해 고민이 많다. 현실적으로 엮여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뿐이다."

―브로커에게 줘야 할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게 문제인가?

"이런 수수료를 지급해도 브로커에게 영수증을 못 받는다. 세금 처리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병원은 소득을 속이고 탈세(脫稅)를 한다. 정말 문제는 브로커와 짜고 환자에게 수술비를 속이는 데 있다. 1000만원짜리 수술을 해주고 1억원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때 9000만원을 브로커가 갖는다."

―병원이 환자에게 수술비를 속인다는 건가?

"일종의 사기(詐欺)인데, 브로커의 요구대로 수술비를 맞추는 것이다."

―신체 특정 부위에 대한 성형 비용은 대략 공개돼 있는데, 환자에게 터무니없는 수술비 요구가 가능한가?

"성형수술은 정찰제 상품이 아니다. '당신 코는 이러해서 특수 기법을 써야 한다'고 말하면 꼼짝 못 한다. 최신 기법이나 줄기세포를 썼다고 하면 몇 천만원 더 얹기는 쉽다. 그 수술비는 미리 병원과 브로커 사이에 짜놓은 것이다."

―불법 브로커 단속을 강화해달라는 것인가?

"이들을 고발하고 처벌한들 그 자리를 다른 브로커들이 다시 채울 것이다. 정부는 비급여 의료 행위(미용성형·피부·치과 등)에 수술비의 10%를 부가세로 물렸다. 이 부가세를 외국인 환자에게 환급해주는 정책을 쓰면 병원에서는 당연히 영수증을 끊어줘야 한다. 매출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뜻이다."

―정부의 세수는 줄 것이 아닌가?

"그 때문에 기획재정부에 건의를 했지만 답변은 '노'였다. 부가세 세수가 줄고 내국인 환자와의 형평성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당장 부가세 세수는 줄겠지만, 대신 소득세 신고가 정식으로 이뤄지게 되면 세수가 훨씬 늘어날 것이다."

―내국인과의 형평성 문제는?

"원래 환자 유치 알선은 금지돼왔다. 외국인에게만 차별적으로 할 수 있게 의료법 조항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환자에게는 부가세 환급을 해줘야 오히려 형평성에 맞다. 국회와 정부에 이를 설명해도 반응이 없다. 귀찮으니까 안 하겠다는 거다."

―답답하겠지만, 현 정부나 국회가 하는 걸 보면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최근에는 제주도의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중국 가이드에게 이끌려 중국 식당에서 밥 먹고 중국 숙박업체에서 자고 가는 현상이 서울 강남의 의료 관광에서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인 의사 면허증으로 중국 자본이 병원을 차리고 성형외과 의사들을 고용해 중국 환자들을 받고 있다. 차라리 정부에서 의료 관광 유치를 홍보하지 말든지. 지금 같아서는 국익에 도움은커녕 나라 망신만 된다."

―성형 관광으로 입국하는 중국인은 얼마나 되나?

"정확한 숫자는 파악이 안 된다. 중국의 성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사실이다. 강남 의사들 중에는 주말에 성형수술을 해주러 중국 출장 가는 이도 적지 않다. 중국의 계약 병원에서 호텔과 항공료를 대주면 2박 3일간 돈 벌고 온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성형 부위는?

"눈과 코다. 얼굴에 지방을 넣어 통통하게 만들거나 턱을 빼는 수술도 많이 한다."

―우리와 다른 점은?

"우리는 얼굴 관자놀이 부위가 갸름한 쪽을 선호하는데, 중국 여성들은 두툼하게 튀어나와야 복스럽다고 여긴다. 우리가 많이 하는 가슴 확대 수술은 아직 중국에서는 유행하지 않는다."

차상면 회장과 최보식 선임기자 사진
―성형수술에도 유행이 있나?

"서울 압구정동을 다녀 보면 거의 대부분 성형한 여성이다. 쌍꺼풀에 눈 트임을 하고, 이마와 볼, 엉덩이가 튀어나온 모습이 다들 비슷비슷하지 않은가."

―솔직히 나는 봐도 성형 여부를 모르겠다. 의사 눈에는 다 보이는가?

"당연히 보인다. 심지어 '저건 어느 병원 스타일'인지도 다 안다."

―어느 병원 스타일이라니?

"가령 코 높이를 얼마로 하고 어느 지점을 높이느냐에 대해 병원 원장마다 각자의 미적 취향이 있다. 그 병원에 찾아온 고객은 다 그런 스타일로 찍어내듯이 해주는 것이다."

―애초 성형외과 의사가 됐을 때 지금과 같은 세태를 예상했나?

"너무 잘못 흘러가고 있다. 지하철, 벽보, 인터넷, SNS에 성형수술 광고가 넘쳐난다.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만 따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광고 회사에 돈 주고 자신을 명의(名醫)로 둔갑시키는 사기 행위다. 과연 정상적인가.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해줘야 한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나, 과거에는 우리가 규제를 풀어달라고 많이 요구했다. 성형수술 전후(前後) 사진 광고도 그래서 풀린 것인데, 설마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

―소위 '비포-애프터'라는 광고?

"그렇다. 지금은 전부 포토샵 처리를 해 그럴싸하게 내놓는다. 그러니 현혹될 수밖에 없다. 성형수술을 어디 가서 쇼핑하는 것처럼 여긴다. 의사 입장에서는 솔직히 이런 세태가 달가운 게 아니다."

―돈 많이 벌고 좋을 텐데.

"성형받는 걸 너무 쉽게 여겨 부작용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에 안 들면 몇 십 번씩 바꾼다(재수술한다는 뜻)."

―성형 부작용, 혹은 후유증은 어느 정도인가?

"적어도 10%는 있다. 환자와 상담하면서 '수술 뒤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하고 차트에 기록한다."

―이런 설명은 나중에 의료 사고가 나면 빠져나오기 위한 일종의 면피 조항 아닌가? 병원이 찾아온 환자를 돌려보낼 리는 없고.

"30년 전 의사를 시작할 때는 성형수술 받겠다는 여성들에게 '안 해도 된다'며 돌려보낸 경우가 있었다. 요즘에는 그런 게 없어졌다."

―딸이 성형을 원한 적 있었는지 모르나, 만약 그렇다면 어떤 입장인가?

"외모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느냐에 달렸다. 그걸로 우울증과 사회 적응에 문제가 있으면 받아야 한다. 그런 경우 내 딸이라도 수술받으라고 한다. 가령 여성이 남성 가슴처럼 돼있다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B컵 크기를 C컵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라 쏟아지는 성형수술 광고에 세뇌된 것이다."

―요즘에는 성형을 해도 대부분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

"육안으론 정상적으로 됐지만, 환자 본인만이 느끼는 또 다른 통증이 있을 수 있다. 가령 가슴 확대 수술을 받은 여성이 가슴이 눌리고 답답하다고 호소한다. 재활의학과에서 테스트를 해보면 통증을 유발할 만한 게 나오지 않는다. 광대뼈 수술을 했는데 뼈가 붙어있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느낌도 있다. 일반 병원에서는 아픈 환자가 들어와 고쳐서 나가지만, 성형외과에서는 멀쩡한 사람이 들어와 부작용으로 평생 고생할 수 있다."

―본인도 그런 의료 사고 경험이 있나?

"한번은 수술 도중 환자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늘 하던 대로였는데 돌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환자는 어떤 약물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이다. 간신히 의식이 돌아왔을 때 정말 식은땀이 흘렸다. 성형이 '의술'인데, 너무 상품화돼 다들 쉽게 생각한다."

―'성형은 의술'이라는 말이 낯설게 들린다.

"할 말이 없다. 대형 병원에서는 '쌍꺼풀은 30분, 코 수술은 1시간'으로 타이머를 맞춰놓고 그 시간 안에 수술을 마치게 하고 새 환자를 받도록 한다. 공장에서 제품 찍는 식이다. 작년에 눈·코 수술을 받던 환자가 그렇게 해서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이 있었다."

―눈·코 성형은 밥 먹듯이 받는 시술 아닌가?

"마취제가 오버됐다는 것이다. 당시 수술은 상담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했다. 소위 '고스트 수술(대리 수술)'이다."

―어쨌든 의사가 대리한 수술인데, 불법인가?

"이는 신종 유행이다. 현행 의료법에는 규제와 처벌 조항도 없다. 환자가 몰리는 스타 의사는 상담만 하고, 막상 수술실에서 환자가 수면제를 맞고 잠들면 전문의를 딴 지 1~2년 된 젊은 의사들이 집도한다. 환자는 실습 도구처럼 되는 것이다. 특히 한 번에 버스로 몇 십 명씩 중국 단체 환자들이 오면 거의 대리 수술이다. 한국에 의료 관광 왔다가 인생 망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결국 나라 망신이 되지 않겠나."

―규제 수단이 없는가?

"지금으로서는 사기죄 적용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의료법을 고쳐야 한다. 바깥세상은 절박한데 정부도 손 놓고 국회도 저러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