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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에 쓴 이야기가 따뜻한 장작이 되었네요"

앤 셜 리 2014. 11. 29. 16:56

제45회 동인문학상 시상식, 소설가 구효서씨 수상… 30년간 소설에만 전념한 작가


제45회 동인문학상 시상식이 27일 오후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렸다. 소설집 '별명의 달인'(문학동네 출간)으로 올해 수상 작가가 된 소설가 구효서는 "앞서 수상하신 마흔여섯 분의 자랑스러운 이름 뒤에 제 자리를 마련해주신 조선일보에 깊이 감사합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30년 가까이 전업 작가로 살아온 구효서는 "그냥 소설을 썼고, 쓰다가 고개를 들어 해를 보았고, 고개를 숙여 다시 소설을 썼습니다"라며 지난 세월을 되돌아봤다. 그는 수상자로 선정된 순간을 떠올리며 "제가 쓴 종이 위의 이야기들이 비로소 따뜻한 장작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구효서는 동인문학상 심사위원(김주영·김화영·오정희·이문열·정과리·신경숙·김미현·강동호)에게 일일이 감사했다. "김주영 선생님이 후배들에게 보여준 호탕하고 인자하신 웃음이 어찌 잊히겠습니까. 김화영 선생님의 문장에서 저는 늘 사랑을 느낍니다. 오정희 선생님은 언제나 후배들의 거울이십니다. 이문열 선생님, 댁에서 밤새워 술을 마시다가 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저의 외박을 정당화해주신 것이 기억나시는지요. 나와 동년배이면서도 처음부터 원로였던 정과리 선생, 고맙습니다. 신경숙 선생, 언제나 철부지 오라버니 바라보듯 웅숭깊은 눈으로 바라봐서 나는 항상 찔리는 데가 있었어요. 만날 때마다 '구 선배!' 으하하하 웃는 김미현 선생, 이분의 얼굴만 봐도 저는 외롭지 않아요. 강동호 선생, 소설가가 평론가를 심사해서 상 줄 수 있다면 나는 이분을 밀 겁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배재고교 3학년 3반 담임이었던 김진악 선생님이 와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을 글을 쓰도록 해주셨습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를 작가로 만들어주신, 그러나 이제 모두 고인이 되신, 이문구, 이청준, 김치수 선생님 영전에 고개 숙입니다"라고 추모했다.

축사는 젊은 소설가 정한아가 맡았다. "한때,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이라는 질문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답은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문을 닫는다'입니다. 같은 식으로 훌륭한 소설을 쓰는 방법을 묻는다면 답은 아마 '작업실 문을 연다, 소설가가 안으로 들어간다, 문을 닫는다'가 될 것입니다. 제게 이 단순한 삶의 방식을 실천으로 보여주신 분이 바로 구효서 선생님입니다." 정한아는 "그간 선생님의 손목 인대가 늘어나고, 허리가 무너지고, 무릎이 부서지는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중년의 소설가들이야말로 세심한 의료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았습니다"라며 "부디 규칙적인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매일 쓰시는 몸을 보전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고 덧붙였다.

수상자는 김동인의 초상을 청동 조각으로 새긴 상패를 받았고, 수상자의 창작 생활을 뒷바라지한 부인 유영난씨가 상금 5000만원을 받았다. 시상식에는 동인상 심사위원 김화영 오정희 이문열 정과리 신경숙, 김미현씨, 김동인의 차남인 김광명 한양대 명예교수, 소설가 정소성 박찬순 김인숙 권지예 정미경 이현수 윤성희 이신조씨, 시인 곽효환, 문학평론가 하응백씨, 출판인 김경희 강태형 염현숙 조연주 박신규 강무성 김은경 김시내 주일우 이진숙씨,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 변용식 발행인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