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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넌이 상상했던 세상

앤 셜 리 2014. 12. 10. 21:30
"천국이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 밑엔 지옥도 없고, 오직 위에 하늘만 있겠죠". 1971년 발표된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Imagine)'은 이렇듯 시적이자 철학적으로 시작한다. 천국으로 가고자 하는 세상의 수많은 믿음은 우리를 구원하기는커녕 다투게 했고, 우리의 눈을 가린 채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하게 했다.

노래는 이렇게 이어진다. "국가가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누군가를 죽이고 죽는 일이 없을 거예요. 종교도 소유도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존 레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몽상가였다. 지킬 나라와 지킬 믿음과 지킬 재산이 없다면 우린 싸울 일이 없을 것이다. 부와 명성을 한몸에 안았던 존 레넌은 가장 낮은 곳의 평화를 꿈꿨다.

올봄 내가 새 앨범 출시 기념 공연을 하던 날은 공교롭게도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3일 뒤였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 그 충격과 슬픔 때문에 공연할 형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연기나 취소도 쉽지 않았다.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공연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공연의 오프닝 곡은 수많은 고민 끝에 전날 밤에 정했다. 바로 존 레넌의 '이매진'이었다. 세상의 평화를 꿈꾼 그 노래가 그날은 엄숙한 진혼곡이 됐다.

'이매진' 멜로디가 하모니카 리드를 통해 극장 안에 울려 퍼지는 순간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리고 이토록 경건하고 아름다운 곡을 만든 존 레넌이라는 한 사내에게 감사했다. 그와 나는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그날 '이매진' 안에서 우리는 하나였다. 그동안 수많은 공연에서 '이매진'을 연주했지만, 그날의 느낌과는 비교할 수 없다.
    
오늘, 12월 8일은 존 레넌의 34번째 기일이다. 한 광적인 팬에 의해 불행한 마지막을 맞았던 그와, 나는 이제 같은 나이다. 세상의 권력과 명성을 티끌처럼 안 존 레넌이 그립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 티끌만 한 권력과 명성 때문에 시끄럽다. 그리고 믿음의 소리는 너무 높고, 탐욕의 그림자는 길다. 오늘 하루 다시 '이매진'을 조용히 불러보자.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