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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욱 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앤 셜 리 2020. 4. 6. 12:09

사스·신종플루·메르스 현장 거쳐… 5년 만에 정은경 본부장과 호흡
故 이종욱 사무총장 어록 출간도

지난달 28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장에는 다소 낯선 얼굴이 등장했다. 지난 1월 20일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매일 브리핑을 맡아왔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대신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권준욱(55·국립보건연구원장)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이었다.

특유의 차분한 화법으로 국민에게 신뢰감을 안겨주던 정은경 본부장이 방역 당국의 '얼굴'로 자리매김했지만 권준욱 부본부장 역시 그에 못지않은 전문가다. 그는 2015년 메르스 당시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을 맡아 정은경 당시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과 함께 언론 브리핑과 실무를 총괄했다. 1965년 동갑내기 두 사람이 2015년 메르스에 이어 2020년 코로나 때는 방대본 본부장과 부본부장으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권 부본부장은 국내 신종 감염병 방역사(史)를 쓸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그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때는 국립보건원 방역과장, 2009년 신종플루 때는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과장으로 일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때도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으로 방역 현장을 지켰다.

코로나가 터지자 복지부 대변인이었던 그는 지난달 21일 국립보건원장으로 발령받으면서 방대본 부본부장이 됐다. 이상원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진단관리과장은 "안 겪어본 감염병이 없는 국내 최고의 베테랑"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 관련 논문을 누구보다도 많이 읽고 브리핑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한다"고 했다.
권 부본부장은 '아시아의 슈바이처'라 불린 고(故) 이종욱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과의 인연으로도 유명하다. 이 사무총장이 임기를 시작한 직후인 2003년 9월부터 별세 직전인 2006년 3월까지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30개월 동안 파견 근무를 했다. 그는 이종욱 사무총장과 함께 식사하며 들었던 말들을 블로그에 정리해뒀었는데, 1주기에 맞춰 책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하라'를 펴냈다. 권 부본부장의 별명 중에는 '리틀(little) JW'가 있다. 이종욱 사무총장과 영문 이름 이니셜이 JW로 같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라고 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권 부본부장과 함께 일했던 전병율 차의과대학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권 부본부장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공보의로 일하다가 1992년 복지부에 들어간 보기 드문 '공보의 특채' 출신"이라며 "환자를 살리는 것만큼이나 의료 현실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직원들을 편하게 대해주고 말을 잘 들어주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정은경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지난 2016년,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징계(감봉)를 받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으로 있던 2012년에는 직원들과 함께 감염병 유행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 '컨테이젼'(2011)을 함께 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제 상황이 터졌을 때를 가정하여 감상하려 한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분야별로 준비하고 대응하는 것이 바로 우리 질병관리본부의 임무"라고 적었다.

기고자 : 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