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하윤이

하윤이와 나드리

앤 셜 리 2021. 9. 15. 08:58

2021.9.5일
하늘은 푸르고 가을바람은
산들거리고 추석은 다가오고
아빠엄마하린이는 제주도 여행 가고
하윤이는 월요일 학교 때문에 집에 있는 날

하윤아, 오늘 뭐 해? 할머니랑 만날까
네, 오늘은(토요일) 채윤이가 온다고 해서요
낼 만나면 안돼요?
괜찮아~낼 몇 시에?
오후 6시쯤요
좋아~ 낼 개봉역에서 만나자.
학교 끝나면 학원으로~~ 어디로
요즘 아이들은 숨차다
그럼에도 데이트 신청을 수락한 녀석

부모 앞에서는 자식은 절대 어른이
안된다고 한다
늘 불안한 나의 아가다.
하윤이는
내가 보호받아야 될 약자로 보이나 보다
건널목을 건널 때도 지가 앞서 간다
싶으면 다시 돌아와 옆에 선다
묵직한 유리문 앞에서는
그룹 회장님처럼 나는 통과만 하고
걸음도 내 보폭에 맞춰 팔짱을 낀 채 길을
안내했다.
아예 오늘은 널 따라가겠다고
역할의 바통을 넘긴 채 걷는다

타임스퀘어 니뽕내뽕 식당 입구
사람들이 군데군데 서서 기다린다
앉을 곳도 없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나
(코로나 전에는 한편에 긴 의자가 있었는데)
앉을 곳을 찾고 있는데 하윤이는 벌써 전광판 입력난에 메뉴 설정과 이름을 입력하고
있었다 (나는 대기 번호 쪽지 세대다)
"이런 게 있었어?"
처음 시작부터 경로를 물어가며 배웠다
시작 버튼 누르고 멘트 나오는
대로 입력하고 확인하면 끝.
친구들과 왔을 때 어리바리 하지 않으려면
배워야 한다
SNS 같은 건 하윤이가 나의 선생님이다

편한 쪽으로 좌석 배려 해주고
테이블에 셀프인 단무지, 물, 휴지등
을 세팅한다
모자란 것 있으면 더 같다 드릴게요
하며 조신조신 행동한다
"제가 계산할게요"
식사값까지 계산한다고 나선다
깍듯한 말에 우습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중학생 되니 애 어른이 되었네
아고~~ 무서워라 세월 빠름에.

교보문고는 하윤이와 외출엔 통상적!
장르별로 책이 많기도 하다
책 디스플레이
새 종이의 향기 곱살스러운 문구들과
눈 맞춤도 하며 천천히 한 바퀴!.
"필요한 책 없니?"
네, 없어요
"새로 나온 문구도 있는지 살펴보지"
없어요
"왜 나온 김에 사지"
아녜요 필요한 건 아빠가 사다
놓으셔요.
뭐라도 손에 쥐워 주고 싶었는데 사양하네

폴로 매장, 손바닥만 한 치마가, 바지가
십수만 원 내 눈엔 옷 같지도 않은데
20만 원 넘는 것도 많았다
요 녀석 모자 있는 곳에서 머뭇거린다
"모자 사게?"
네,
6.9000원에 폴로 모자만 사고 나왔다.

화려하게 장식된 쇼윈도를
아이쇼핑도 하며 이마트에서 시장도 보고
돌아다녔더니 힘드네
야외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피로감이
대형 복합상가에선 피로감이 엄청 빠르다
하윤아, 우리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 마시고 쉬었다 가자
좌석도 하나 걸러 배치해놓다 보니
겨우 자리를 잡았다
"차값은 제가 낼게요"
또 나선다
네가 무슨 돈이 있어
"저 돈 있어요"
"아니야 나중에 네가 돈 벌면 사줘"
비싼 모자를 사주셨으니 찻값은 지가
계산한다고 사정하며 메뉴판 앞에서
뭐 드실지 묻는다.
그래~ 돈 쓰는 보람도 느껴봐라
하윤이는 얼음 넣은 자몽주스 나는 망고주스
시원하고 달콤한 향기가 입안 가득
온몸이 촉촉 해지는 듯 편안하다
단둘이 나와 하윤이에게
얻어먹은 찻값은 쉬이 잊힐 거 같지 않다

어느새 9시가 되어가네
코로나 4단계에
어디든 비워야 될 시간이다
영등포 지하상가 왁자지껄하던 때는
언제였던가 사람들 대신 여기저기
셔터문 내리는
소리가 긴 통로를 점령하니
코로나 전쟁을 실감!

지하철, 일반석 자리가 비었는데도
할머니 앞에 서있는 녀석
옆 빈자리 앉으라 해도 경로석이라
안된다며 굳이 서있네
"너 학교 다닐 때도 서서 다니니"
아니요 저쪽에 자리 나면 앉아요
MZ세대, (1997~2006. 하윤이는
2008년 12월이다)
버릇없는 것도 걱정이지만
너무 융통성 없는 것도 걱정되어 물었다.

이담에 하윤이 꿈이 뭐야~~
으~음~~ 내 꿈은 착한 사람!.
4살 때 겨우 트인 입으로
착한 사람이 될 거라 했다.
착하기만 해도 인생의 반은 길할 것이니
하윤이는 훌륭한 사람 될 일만
남았다.

** 올릴까 말까 망설인
어제가 되어버릴 날들 **

'하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전교육  (5) 2023.01.24
버킷리스트  (12) 2022.12.31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때  (0) 2021.03.14
아니!! 벌써??  (0) 2020.12.06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0) 2020.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