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나의 이야기

모기

앤 셜 리 2023. 9. 13. 09:34

저게 뭘까?
먼지일까 모기일까
욕실에 걸려있는 수건 끝에
없던 점이 보인다.
앉아서 째려본다
쳐다만 보다 화르르 날아가는
불상사가 생기면 낭패잖아
일단 때려 보자
작전을 세워야 한다.
진짜 모기라면 내 굼뜸으로는
어렵다
왜냐면 벽에 붙어 있는 게 아니고
수건과 벽사이가 십 센티는 떠 있는 상태라 그렇다.
잠자는 남편 깨우기도 그렇고
밖으로 모기채를 가지러 가자니 그새
날아갈 게 뻔한 일.
내 손바닥을 믿어보자
숨을 모으고 기를 모아 희끄름한
물체를 힘껏 내리쳤다.
친 상태에서 한번 더 비볐다.
쿠션 있는 수건과 벽 사이에서 기절했다가 손을 떼는 순간  날아가  버리는
모기의 순발력을 알기 때문이다.

곤충의 최후라도 가릴건 가려 줘야지.

놓쳤을 거야 별 기대 안 하고
손바닥을 서서히 뒤집었다.

헉! 빨간 피가
벽에도 손에도 선명하게 묻었다.
짜브러진 몸체옆에 피가 주르르
입자 같은 작은 곤충의 뱃속에 저토록
많은 양이 저장될까 놀라운 일이다.
배불리 먹고 식곤증에
푹 자고 있는 중이었나 보다.
너도 지나친 탐욕으로 자신을
구원하지 못했구나
자비와 연민의 순간

"자기, 어젯밤에 모기 안 물렸어"
"아니, 왜"
"어? 나도 안 물렸는데"
그럼 쟤는 어디서 누구 거를 빨아먹고
여기 온 거야
"왜 모기 잡았어?"
나는 자랑하려고 휴지 위에 남겨놓은 모기 사체를 보여주며 새벽에
일어났던 일을 전쟁
영웅담처럼 들려줬다.
"와~ 이순신보다 더 훌륭한 장군이 우리 집에도 있었네" 치켜세워주며 환하게 웃는다 안도의 웃음인 걸 나는 안다.
모기 한 마리라도 눈에 띄면 밤새라도 잡아야만 잠을 자는 사람이다.
아니면 자기만 물어 뜯기니까 ㅎ

엥~~ ~ 가느다란 모기 소리가 대포소리보다 더 긴장되고 무서운 사람이다. 현관문 나갈 때도 조금만 열고 애플킬러를 마구마구 휘둘러 뿌린 후에야  나간다
모기가 엘리베이터 타고 와서 현관문 열 때 들어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성가신 모기를 잡아줬으니 나는 아침부터 큰일을 했다.

모기 퇴치 끈적이, 천정 전등 밑에도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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