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나의 이야기

가을은 위에서..

앤 셜 리 2023. 10. 18. 06:35
쑥부쟁이

추석이 지나고 나서야 지상에 완연한 가을이 장착되었습니다.
비도비도 그렇게 오더니 온갖 오염물질 구석구석 씻어 냈는지
아파트정원 나무들 사이를 스쳐 온
맑은 가을바람은 세상을 온통
산소통으로 만들었습니다.
옷깃을, 살갗을 살랑살랑 건드리는 기분좋은 감촉
지나간 폭염에 얼마나 힘들었냐며
위로해 주는 듯합니다.
봄은 밑에서 오고 가을은 위에서 오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작년에도 그랬듯 나는 오늘도 하늘을 보고 고맙다고 웃었습니다.

광주 언니네 집 담

끄떡하면 아래역으로 윗역으로 애들 데리고 여행 다니던 아들이 웬일로 빨간 글씨 긴 연휴에도
집에 있네요. 다녀봐도 서울이 젤 좋다라는 걸 느낀 거 같습니다.

하루 걸러 세 번을 우리 집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한 번은 은진이가(며늘) 코스트코에서 사 온 퓨전 음식들 진공팩에 (꼴뚜기 대패삼겹살, 숙주, 양배추, 떡볶이, 붉은 양념소스) 담은 용기를 가위로 자르기만 해서 뜨거운 팬에 넣어 끓인 전골인지 찌개인지 이름은 모르겠네요.
집에서 내가 한 것보다 더 입에 짝짝
붙는 맛이 일품입니다

추석 때 남편이 만든 송편


두 번은 들어온 음식들로 차렸습니다.
들어온 음식이래야 양념게장과 간장게장입니다. 빨리 먹어야 할 음식이라 한통은 이웃 보내고도
우리가 다 먹을 수없으니
애들을 오랄 수밖에
자식 해먹이는 건 어디서 힘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추석 음식엔 기름내 풍기는 전은 얀부쳤습니다. 칼로리가 높다나요
시대가 변하니 또 차례를 안지내니 추석 음식상도 획기적으로 변하네요
오리고기와 야채로 만든 월남쌈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거든요


내일이면 직장에서 씨름할 며느리가 그럽니다.
오랜만에 늦잠도 자보고 이번 휴가가 길어서 좋았다고 그새 이 생활이 익숙해진 것 같다며 아쉬운 눈치입니다.
달콤한 시간은 6일 긴 휴가도 눈 깜짝할 새입니다
순간 짠해지며  "그래, 은퇴하면 오래 누려라"
그리고 한마디 더 보탰습니다.
"그래도 지금이 젤 좋은 때란다" 라고..
이렇게 위로 같지 않은 말을  해주었습니다. 
달음박질로 달려가는 세월에 가속도가 붙어 곧 우리 며느리애가
혼자 느긋하게 차도 마시고 게으름 피울 수 있는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백일홍과 코스모스

지금  나는 그때 그 시절이
그리운데 말입니다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뒷모습이 아름다운 부부  (10) 2023.12.14
서울은 축제장  (8) 2023.12.10
모기  (16) 2023.09.13
뭐가뭔지 모르겠다  (20) 2023.08.23
팻말  (16) 202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