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7일 일기.
무더운 여름에 호되게 당하고
9.21일 밤에야 제 자리 찾은 가을날.
하늘을 향해 감사감사!
25일부터 3박 4일 은진이 부재로 하윤네 집에 와 있다. 하윤이는 주말이라 친구들 만나러 나가고 하린이는 수영하러 가고
나 혼자 물병하나 들고 건들건들 낯선 동네 산책.
2호선 라인 마포구 염리동 자이아파트. 언덕배기에 안치된 이 동네는 맨땅에도 곳곳에 엘리베이터가 있네.
숨차게 오르며 구경 다니다 모과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숲 속에 내 집 거실 같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네. 쉬었다 가자..
손수건 대신 아파트 골목 바람이 촉촉해진 이마의 더위를 씻어주고 가네
정원 아파트 사람대접에 감동을 하며 상념에 젖는다.
이방인 촌뜨기가 새깝빠 아파트를 올려다본다.
고개를 뒤로 끝까지 꺾어야만
꼭대기가 겨우 보인다.
몇 층인지 몰라도 까치발만
떼도 구름과 헤딩할 것 같다.
강남 다음으로 비싼 아파트 <내 기준>
손바닥만 한 창문이 한 세대, 세로로 다닥다닥 길기도 하다.
이 수많은 아파트 건물들, 다 팔면 이웃나라가 매물로 나온다면 매수할 수도 있겠다.
깊어 협곡 같은 길로 사람들이 지난다.
건물도 젊고 사람도 젊다.
네다섯 살 꿈나무 앞세우고
산책 나온 아빠엄마.
큰 가방 등에 메고 지쳐 보이는 초등생.
싱싱카타고 냅다 달려오는 어린이.
구르듯 뛰어오는 아이.
큰 개가 버거운지 끌려가는 반려견 주인장.
유모차 밀고 가는 아기엄마.
마중 나온 엄마를 발견한 아이가 양손을 흔들며 엄마를 외치며 달려오는 아이. 어린 생명들이 쑥쑥 자라나는 대한민국의 밑거름이 될 현장.
씨가 말라간다는 이 시대에 사람 생산해서 키워내는 거룩한 장소.
"대한민국의 훌륭한 미래가 되거라."
마음으로 축원한다.
멀리 잿빛 하늘도 보이고 어둑어둑 해질 때까지 두어 시간 앉아 지켜봐도 나이배기는 나뿐인가 한다.
나는 지나는 사람들 구경하고 아이들은 나를 구경하지 않을까.
보이진 않지만 어디선가 천사들의 합창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느새 노을빛이 아파트 중간에 걸려
동네를 내려다보네.
갑자기 푸짐한 가을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흩으며 지나간다.
스러지는 노을 빛 따라 집으로..
2024년 9월 27일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