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나의 이야기

지하철 풍경

앤 셜 리 2024. 11. 21. 15:04

사람들이 빠져나갔을때 얼릉 찍었다.


11월 20일, 잠실역으로 말그미언니 만나러 가는 날.
지하철 파업으로 길어야 10분이면 오던 지하철을 20여분을 기다려야 했다.
두 번 운행할 시간에 한 번만 운행하니 사람들은 홈에 쌓여갔다. 기다림  끝에  지하철 도착,
문은 열렸는데 내리는 승객보다 타는 승객이 훨씬 많다. 그중에는 허리가 기억자로 꺾인 할머니도 계셨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좁은 곳에 노인보행기까지 욱여넣었다
"할머니할머니 이쪽으로 오세요" 재촉하는듯한 소리가 경로석쪽에서  들린다.
사람들 숲사이로 자기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노인이 보였나 보다.
할머니는 "괜찮은데 괜찮은데" 하며 들어가셨다.
콩나물시루가 되어버린 콩나물들, 사람들은
어깨를 움츠리고 다리를 좁혀서 길을 터줬다.

자리를 양보한 남자 노인은 허리가 안 좋은지 한 손을 허리에 대고 삐딱한 몸으로 천장에 매달린 손잡이를 잡고 계셨다.
서서 가는 사람이 많다 보니 손잡이도 부족해 키작은 아주머니는 삼각형 고리에 손을 걸고 자리를 양보한 노인은 그위 끈을, 두사람이 한 고리에 의지해 정차하고 떠날 때마다 흔들리는 몸을 가누고 가셨다.
나는 차창에 껴서 지하철 안의 풍경을 감상. 눈앞에
아주머니의 짊어진 배낭끈이 두 번이나
꼬인 것을 양해도 구하지 않고
손가락을 넣어 풀어주었다.
서로 씩 웃으며..
서있는 자세가 불편하다 보니 등 쪽 사정은 모를 수 있겠다.
그 와중에도 저쪽 젊은 남녀는 붙어 서서 애무를.. 노인에겐 내면도 없는 줄 아는지 투명인간인 줄 아는지..
그래~ 공개적으로 실컷 사랑을 낭비해라.

노인들은 주로 직장인들 출퇴근 시간을 피해 10시 이후에 움직인다.
지하철 한 칸에는 젊은 사람들이 차지할 긴 의자 28석. 경로석은 양쪽 끝칸에  여섯 칸씩 12석이다.
대부분 노인들은 힘들어도 이 12석 주변에 서서 가신다. 앉아가는 젊은 사람 불편하지 않게 긴 의자 쪽은 쳐다만 본다.경로석이 칸마다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어찌보면 경로석 지정해놓고 노인들을 내모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오늘같이 지하철 파업이 있는 날에는
지옥철에 시달린다.어쩌다 별종의 노인이 눈을 찌푸리게 할 때도 있지만 구수한 입담 할머니들에게 생활 정보도 들을 수 있다.

신도림 환승역에서 승객이 좍~ 빠지니
바닥도 보이고 앞에 할머니도 보였다.
복잡한 이 지하철로 누구를 만나러 가실까 편안히 앉아 느긋한 모습이다.

신도 부러워한디는 공기업 내가 아는 철도공무원들 다 잘살던데 왜 또 파업인가 선량한 소시민들 발목 잡고 무슨 목적을 달성했는지 모르겠다.

오늘, 지하철 안 사람 풍경은
엊그제 고성에서 본 오색단풍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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