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속초여행. 2024.11.15~16일
가을 나무들, 저물어가는 계절에 군살 하나 없는 나무가 그렇게 부러웠다. 나무 밑에서 많이 서성였고 사진도 찍었다. 춥고 먼 길을 가자니까 될 수 있는 대로 간편한 몸가짐을 해야겠어서 잎을 다 떨궈버리는 나무들, 내년봄에 연둣빛 새 잎을 밀어 올리기 위해 이제껏 꼭 쥐고 있던 붉고 노란 잎들을 아낌없이 놓아버리는
모습이 장하게 보였다.
끌어안아 볼까 하다 사람들 시선 때문에
손으로 쓰다듬기만 했다. 살만큼 산 사람이 얼마나 더 오래 살고 싶어 나무의 기를 받으려고 끌어안고 있나 젊은 사람들 눈에 거슬릴까 서다.
인간은 우주공간에 나뭇잎처럼 던져진 존재
기껏 살아봐야 백 년도 못 사는 우리네는 이렇게 힘든데 몇백 년을 살아야 되는 나무는 얼마나 힘들까
천둥과 번개 가뭄과 홍수 나름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도 의연하게 서있는 나무들이 기특해서 안아보고 싶었던 거다.
'인간에게 영이 있는데
몇백 년을 사는 나무한테 어떻게 영이 없겠어요'. 전우익할아버지 말씀을 생각하며 나무를 한참 바라보았다.
(나무에겐 생혼 인간에겐 영혼)
구수한 낙엽냄새, 상큼한 산소도
가득 취해본 날-
'아름다운 자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이 저무는 풍경(개항누리길) (3) | 2024.11.25 |
---|---|
속초 자생식물원 & 영랑호 (2) | 2024.11.17 |
시크릿가든 (용산가족공원) (22) | 2024.06.09 |
아침 고요 수목원 (8) | 2023.11.03 |
넌, 누구니? (6) | 2023.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