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나의 이야기

길냥이

앤 셜 리 2025. 5. 13. 07:08

천사표 우리 사부인이 일요일 새벽 5시 파주
근교 차도에서 우연히 발견한 길냥이.
오월이라지만 밤새 추운 날씨에
발견 때는 미동도 없는 상태. 한참을 가슴에 안고 심장 쪽을 마사지해주니 정신을
차리더라는 냥이.
기적으로 사람 눈에 띈 운 좋은 녀석.

이튿날 사부인은 부득이한 외출 때문에 어린 냥이를 빈집에 종일 둘 수 없어  나에게 전화로 오늘 집에 계시냐고 묻고는 냥이가 갑자기 생긴 이유를 듣고 냥이를 받았다.

냥이의 크기는 어른 손바닥만이나 할까
에미의 집중적인 케어가 필요한 때
어쩌다 어미를 잃어버리고 낯선 곳에 와서
할딱할딱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까.

냥이의 시간이  엄중한 것  같은데
대책 없이 이리 바라만 봐도 될까?
뭔가 대책은 없을까?
궁리 끝에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상담이나 해보자.
사각형 종이가방에 수건 깔고  거즈로 덮어 병원으로 총총..

눈도 못 뜬 요런 아기는 수의사도
처음인 듯 놀라는 표정이다.
전후사정 설명하고..

수의사와의 일문일답.

1.  태어난 시기는?
일주일 전후

2. 현재 영양 상태는?
양호하나 에미 젖수유 후 8시간 지나면 위험
할 수 있음.

3. 8시간 지난 지 오래되었는데도 이렇게 양호한데요?.
순간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4. 방법이 없을까요?
답, 초유를 먹여야 되는데 병원에 초유가 없습니다.

5. 왜요?
어떤 동물이든 생후 2개월이 지나야 만 분양을 시킨다. 이유는 2개월, 그 시기는 갓 태어난 새끼에게 에미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어 병원에서 해줄 게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신생아는 병원에 올일이 없기 때문에 초유를 준비해 놀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6. 인터넷으로 초유를 주문했다는데 배달될 때까지라도 어떤 방법이 없을까요?
급한 대로 포도당을 먹여 보겠습니다.

7. 그 기운이 얼마나 갈까요?
4시간 정도.

8. 초유가 올 때까지 집에서 먹여보게
포도당을 주시면 안 될까요?
이젠 포도당은 소용없습니다.
초유를 먹이는 게 최선입니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냥이 입장에서는 냉철한 거절..
쿠팡에 주문한 초유에 냥이의 운명이 달렸다.

9. 암 수?
생식기 발달이 안돼 아직 모르지만 냥이 색갈이 삼색으로 봐서는 암컷 확률이 높음.

숙제를 안고  집에 데리고 오며 에미 역할이 얼마나 큰지.
초유의 면역력에 놀라고. 이 시기에 꼭 필요한 그르밍, 정서가 안정되는 에미가 새끼 털 핥아주기 영역표시등,
2시간마다 먹이고.. 밤에도..
때마다 트림도, 배변도 손 마사지로
시켜 줘야 합니다.

포도당만 좀 얻어먹고 집에 와
따듯한 전기방석에 앉혀놓고
어른 먹는 우유를 덥혀서 5cc 주사기에 넣어 야옹 하고 입 벌릴 때마다 입 깊숙이 넣어 피스톨을 눌러 목으로 넘어가게 했다.
탈진해 의식을 잃는 것보다는 죽고 사는 건 냥이의 운명에 맡기고 억지로 먹여봤다.

잠시 후 살펴보는데 아랫배가 빵빵한 것 같아 손으로 살살 문질렀다. 먹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
소변이 똑똑 또로록 제법 흘렀다.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가 되기까지.
사람이나 동물이나
엄마, 엄마의 존재에 울컥!.

병원 측 얘기는 이렇게 키운 아기 생존율은 아주 적다고... 기대하지 말라는 얘기다.
발견 됐을 때 기적이 이어지기를 기도하며..
2025.5.11일 일기 끝.


이틀후 사부인이 보내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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