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나의 이야기

크리스마스 이브에

앤 셜 리 2024. 12. 24. 18:34

2024년, 타임스퀘워 크리스마스트리.

블로그 이웃분들, 지나다 들린 분들, 해피크리스마스 보내고 계시겠지요.
2024년 한 해를 돌이켜 보며 무사히 여기까지 오신 것에 감사하고 새로운 2025년의 작은 소망들 모아보는 시간 되십시오. 사랑합니다.♡


"예수의 가르침은 교리적이 아니라 합리적이다" 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크리스마스이브에
내가 아는 사람 중 누가 젤 외로운 분일까.
5년 전 유방암으로 아내를 먼저 보내고 자식도 없이 홀로 지내시는 89세 강 할아버지께
문자를 드렸다. 오늘 시간 어떠세요? 저하고 데이트하실까요?
"좋습니다." 1분 대기조처럼 대답도 빠르시다.
영등포역 개찰하시고 그 앞에서 12시에 뵈어요.
오래전에 문화센터에서 알게 된 분이다.

12.24일, 크리스마스 이브인데도 매장이 한산하다. 웬일일까?

시장 쪽 동네만 다니던 분이라 대리석 바닥에 넓은 매장 밝은 조명아래 우뚝우뚝 서있는 마네킹들..  분위기가 생경한 듯 두리번두리번하시더니 "화려하네 다른 세상이네
구경할 게 많네 난 이런데 처음이라"  다리와 눈을 어디다 둘지 모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신다. 이쪽으로 이쪽으로~ 몇 번을 가는 길을 수정하며 모셔야 했다. 에스칼레이터 탈때는 둘이 발맞춰 올랐다.
4층, 한일관에서 갈비탕을 주문 했는데 할아버지 치아가 가운데 앞니 세 개만 있고 양쪽이 텅 비어  있었다.
식탁벨을 눌러 종업원에게 가위와 집게를 빈 접시도 하나 부탁해서 국물에 잠겨있는 갈비를 꺼내 잘게 썰어 접시에 놓았다. 소스에 찍어 천천히 드시라고..

사진을 찍지 않아서 네이버에서 가져온 이미지.오늘 밑반찬은 김치 깍두기 새우볶음이었다.

식후,
모자를 사고 싶다고 하시기에 모자가게 몇 군데를 들렸지만 맘에 드는 게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젊은 사람 취향이지 할아버지가 원하는 베레모 모자는 없었다. 혹, 이마트 쪽 유니클로에  있지 않을까 들렸지만 벙거지 모자만 잔뜩 있었다 지하상가 쪽으로 내려와 찾아보았지만 결국 모자는 사지 못했다.


"어르신은 걸음도 씩씩하고 귀도 밝고 참 건강하세요" 자존감도 세워드리며..
6층에서 아래층까지 모시고 다녔다.
어머님이 102세까지 장수하신 유전인자인지 이분은 혈압도 당뇨도 없는 건강체이다.
오래 걷다보니 연세가 있으시고 나도 다리가 아팠다.
롯데 커피숍에서 커피라테 두 잔을 시켜놓고 다리를 달랬다.
지하 1층 푸드코트에는 짝이 좋아하는 찐빵과 만두 파는 곳이 있다.
빵과 만두 5개씩 10개에 3만 3천 원.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
옆에서 구경하시던 할아버지가 굳이 당신이 계산하시겠단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인사드리며 호의를 받았다.

만두와 찐빵
9시 뉴스에서는 크리스마스 특수로 경제가 성수기를 맞은듯 보도 하던데 현장은 한산하다.
여의도 빨간건물 현대백화점과 타임스퀘어가 젊은이들 핫한 종합 쇼핑몰인데 썰렁하다. 저 홀로 반짝이는 트리들..울려퍼지는 케롤송이 없으면 사람들 웅성거림 온기라도 있어야 하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에 트리를 안보면 서운할 거 같아 타임 스퀘어 메인 광장에 설치된 대형 트리를 보러 밖으로 사왔다. 날이 밝아선지 밋밋하다. 밤에 조명이 들어오면 다른 세상이 되겠지.
미스터리한 이 조형물은 어떤뜻일까 네이버에 알아보니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포 서동호 작가의 "카르마" 라는 작품이라고 한다. 동ㆍ 서ㆍ 남ㆍ북을 향해 걷고 있는 건장한 남성들 어깨에 있는 사람들이 아래쪽 사람들 눈을 가리고 있다.수많은 관계속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동시대인에게 전하는 위로가 담긴 작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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