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웃분들, 지나다 들린 분들, 해피크리스마스 보내고 계시겠지요.
2024년 한 해를 돌이켜 보며 무사히 여기까지 오신 것에 감사하고 새로운 2025년의 작은 소망들 모아보는 시간 되십시오. 사랑합니다.♡
"예수의 가르침은 교리적이 아니라 합리적이다" 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크리스마스이브에
내가 아는 사람 중 누가 젤 외로운 분일까.
5년 전 유방암으로 아내를 먼저 보내고 자식도 없이 홀로 지내시는 89세 강 할아버지께
문자를 드렸다. 오늘 시간 어떠세요? 저하고 데이트하실까요?
"좋습니다." 1분 대기조처럼 대답도 빠르시다.
영등포역 개찰하시고 그 앞에서 12시에 뵈어요.
오래전에 문화센터에서 알게 된 분이다.
시장 쪽 동네만 다니던 분이라 대리석 바닥에 넓은 매장 밝은 조명아래 우뚝우뚝 서있는 마네킹들.. 분위기가 생경한 듯 두리번두리번하시더니 "화려하네 다른 세상이네
구경할 게 많네 난 이런데 처음이라" 다리와 눈을 어디다 둘지 모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신다. 이쪽으로 이쪽으로~ 몇 번을 가는 길을 수정하며 모셔야 했다. 에스칼레이터 탈때는 둘이 발맞춰 올랐다.
4층, 한일관에서 갈비탕을 주문 했는데 할아버지 치아가 가운데 앞니 세 개만 있고 양쪽이 텅 비어 있었다.
식탁벨을 눌러 종업원에게 가위와 집게를 빈 접시도 하나 부탁해서 국물에 잠겨있는 갈비를 꺼내 잘게 썰어 접시에 놓았다. 소스에 찍어 천천히 드시라고..
식후,
모자를 사고 싶다고 하시기에 모자가게 몇 군데를 들렸지만 맘에 드는 게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젊은 사람 취향이지 할아버지가 원하는 베레모 모자는 없었다. 혹, 이마트 쪽 유니클로에 있지 않을까 들렸지만 벙거지 모자만 잔뜩 있었다 지하상가 쪽으로 내려와 찾아보았지만 결국 모자는 사지 못했다.
"어르신은 걸음도 씩씩하고 귀도 밝고 참 건강하세요" 자존감도 세워드리며..
6층에서 아래층까지 모시고 다녔다.
어머님이 102세까지 장수하신 유전인자인지 이분은 혈압도 당뇨도 없는 건강체이다.
오래 걷다보니 연세가 있으시고 나도 다리가 아팠다.
롯데 커피숍에서 커피라테 두 잔을 시켜놓고 다리를 달랬다.
지하 1층 푸드코트에는 짝이 좋아하는 찐빵과 만두 파는 곳이 있다.
빵과 만두 5개씩 10개에 3만 3천 원.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
옆에서 구경하시던 할아버지가 굳이 당신이 계산하시겠단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인사드리며 호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