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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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의 책 향기]

앤 셜 리 2010. 6. 3. 16:58

[이주향의 책 향기]

 

헬니어링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렌 `

 • 저 가을 산을 어찌 혼자! 언제부턴가,

 맑고도 여린 가을 햇살이 싸하게 몸 안으로 들어오면

죽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모든 것 다 내려놓고 햇살이 시작하는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었지요.

 

 슬픔인지, 그리움인지, 황홀감인지, 아픔인지

 구별할 필요도 없이,

 마침내 삶과 죽음의 경계조차 풀어버리는

 가을 산의 가을 햇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서 헬렌 니어링은 7세기 중국의 시를 인용하면서 남편 스콧 니어링을 추억하고 있네요.“

 

저 가을 산을 어떻게 혼자 넘나.

우리 둘이서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준비도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린 님을 어이할까요.

 혼자일수록 아름다운 것은 저릿저릿한 아픔인데.

 ‘아름다운 삶…’은 스콧을 잃고 한동안 휘청거렸던 헬렌의 자서전입니다.

이별은 사랑의 결과이니, 이별까지도 사랑이라고 아무리 되뇌어도 사랑이 이별을 준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헬렌은 이렇게 쓰고 있으니까요.

 “나는 나보다 21살이 더 많은 스콧이 먼저 갈 가능성이 많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 생각은 하지 못하고 지내왔다.

세상에 신비한 게 많지만, 신비 중의 신비는 인연의 힘입니다.

 스콧과 만나기 전 그녀는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이었습니다.

크리슈나는 또 얼마나 많은 이를 매혹시켰던 사람인가요?

그러나 헬렌의 기억 속에 그는 신비를 팔아먹는 천박한 장사치였습니다

 

. 한때 가까웠지만 지금은 남이 된 이에 대한 평가는 무심하고 정확하다기보다, 엄격하고도 집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에 대한 ‘나’의 평가는 ‘너의 삶’에 관여한다기보다

‘나의 삶’을 드러내고 변화시키고 규정해가는 법인 거지요.

 헬렌은 크리슈나에게 환멸을 느끼고 완전히 떠납니다.

헬렌이 크리슈나를 온전히 떠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스콧을 온전히 만날 수 있었을까요?

 

물론 어렸을 적부터 채식을 했고, 한때 크리슈나를 사랑했던 걸로 봐서 헬렌은 젊은 날부터 영성에 관심이 있었던 거겠지요.

 그 관심이 나이든 유부남이었던 데다, 반전(反戰) 운동을 하다 대학에서 쫓겨나 실직자가 된 스콧에게로 인도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스콧이 헬렌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스콧은 아마 땅에 발을 딛고 안정감 있게 살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리고 헬렌이 스콧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도시 중상층의 가정에서 별 어려움이 없이 성장한 헬렌이

, 삶을 별 장식 없이 단순화하고 단순화하면서

 그 자리에서 날마다 자연과 만나며 영성을 구현하는 삶을 살 수 있었을까요?

 “가장 위대한 일은 우리의 작은 자아 속에서가 아니라 우리 삶이 우주 전체와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고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을 꾸려가야 하는 것”이라는 이들의 자연주의 철학은 책 말미에 인용한 스티븐슨의 말 속에 세속화되어 있습니다.

 

“나는 별이 빛나는 곳에서 누군가 동반자가 있어 내 손이 닿을 수 있는 곳 가까이 누워 있었으면 했다.

남자가 자연 속에서 사랑하는 여자와 사는 것은 모든 생활방식 가운데 가장 완전하고 자유로운 삶이다.

” 수원대 교수·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