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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왜 國學을 홀대합니까”

앤 셜 리 2010. 6. 3. 16:59

• “한국은 왜 國學을 홀대합니까”

 

 일본의 프런티어는 일본 안에 있다.

’ 2000년 1월 오부치 일본 총리 책상에는

이런 제목의 보고서가 올라왔다.

 

전문가 49명이 10개월 동안 ‘21세기 일본의 구상’을 논의한 내용이었다.

새 세기의 국가 전략을 짜 달라고 당부한 오부치는

전문가들과 함께 1박2일 합숙토론까지 했다.

 이렇게 공들여 나온 결론이 흥미롭다.

 ‘일본 안에 잠재돼 있는 훌륭한 자질, 재능, 가능성을 발굴해 활용하고 꽃피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일본의 미래를 여는 열쇠다.’

 

 세계화 시대를 가장 일본적인 것으로 돌파해 나가자는 합창이 일본 총리실에서 울려 퍼진 셈이다.

이런 결과는 이 프로젝트의 좌장을 가와이 하야오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소장이 맡을 때부터 예고됐다.

 센터는 일본 국학의 재평가를 주도한 신(新)교토학파의 요람이고 가와이는 그 핵심 인물인 것이다.

 

 센터가 1986년 문을 여는 데 산파 역할을 했던 사람이 오부치의 정치 사형(師兄)인 나카소네 총리였다.

 그리고 가와이를 2003년 문화청 장관으로 발탁한 건 오부치의 후임 고이즈미 현 총리다.

 가와이가 이끄는 일본 문화청은 일본 국학의 태두인 모토오리 노리나가의 재조명을 시작으로 전통문화 부흥에 올인하고 있다.

 

 일본 지도자들보다 더 부지런히 ‘국학열(國學熱)’에 풀무질을 하는 사람들이 중국 지도자들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작년 2월 “조화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공자의 핵심사상을 꺼냈다.

 원자바오 총리는 작년 9월 스승의 날 ‘발분하지 않으면 계도하지 않고 답답해 하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는다’는

논어 술이(述而)편의 한 구절을 읊었다.

중국에선 지도자들의 한마디가 거대한 메아리가 된다.

작년에는 베이징대 칭화대 런민대 등 대학들이 국학원(공자연구원) 설립 경쟁을 하더니 올해엔 한 술 더 뜬다.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학반’까지 줄줄이 생겨났다.

중국 정부는 2004년 서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 100여 곳에 공자학원을 세웠다.

 한때는 공자를 도구(盜丘·도둑놈 공자)로 손가락질하던

 중국 공산당에 이런 혁명적인 변화의 씨가 뿌려진 건

1980년대 중반이다.

후야오방 주석과 자오쯔양 총리는 일찌감치

“중국의 전통문화를 선양하는 것이 사회주의 정신문명 건설의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이 나라의 정권은 상고사와

고대사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고구려 재단에 당초 약속의 절반쯤인 170억 원을 3년에 나눠 지원하다가 그것도 아까운지 동북아재단에 통폐합시켰다.

근대사에선 대통령 지침대로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사례를 파헤치기 바쁘다.

이런 일을 하는 갖가지 위원회에 지금껏 쏟아부은 혈세가 2518억 원이다.

 

 정권부터 민족의 역사를 등한시하니 일본은 교과서 왜곡으로,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대한민국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국학이라면 ‘무슨 고리타분하고 국수주의적인 얘기냐’고 시큰둥해 하는 지도자들이 민족의 미래를 열기는 어렵다.

 

스스로 업신여기면 남의 종 노릇만 한다는 것이 세계사의 교훈이다.

 세계화도 좋지만 세계와 나눌 자기 것이 있어야

세계화가 신이 날 것 아닌가.

미국을 쥐고 흔드는 유대인 학교에선 민족정신과 역사만큼은 학생들의 머리가 맑은 오전에 가르친다.

 우리나라에선 국사가 대입 수능시험에서 선택과목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일제가 짓밟은 단군사상을 부활시킨

홍암 나철에 대한 박사논문을 2003년 국내에서

처음 쓴 사람은 일본인 학자다.

 그는 한국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한국이란 나라는 왜 국학을 홀대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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