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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우침의 말씀

[스크랩] 3천리 좁은 땅에 싸움질만 하다니 / 박석무

앤 셜 리 2010. 8. 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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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리 좁은 땅에 싸움질만 하다니


경제도 많이 발전하였고, 민주주의도 제법 높은 수준에 이른 것은 사실입니다. 예전의 가난한 나라보다는 얼마나 좋아진 세상이고, 무서운 독재치하에서 신음하던 시절로 보면 얼마나 자유와 인권이 신장된 세상입니까.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요.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치는 젊은이들, 온갖 일에 불만만 쌓여 자살하는 사람만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세상, 정당은 없고 붕당싸움만 이어지는 정치판,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간극은 갈수록 벌어지는 양극화의 극단적인 세상, 모두가 우리를 슬프게 해주는 것들입니다.

일세의 애국자이자 시대고를 해결하려고 온 몸을 바쳐 학문에 몰두하여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학자 다산은 억울한 귀양살이 생활에서도 나라를 바로잡고 인민의 행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간절한 애국시를 지었습니다.

    편 가르며 자기만 옳다 아옹다옹 싸우는 꼴                 蠻觸紛紛各一偏
    객지에서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솟네                         客窓深念淚汪然
    산하는 옹색하게도 3천리뿐인데                               山河擁塞三千里
    비바람 섞어치듯 싸운 지 200년                                風雨交爭二百年
    수많은 영웅들이 길을 잃고 얼마나 울었던고               無限英雄悲失路
    먹이 다툼에 형제간 싸움 언제쯤 뉘우칠까                  幾時兄弟恥爭田
    은하수 길어서 말끔히 씻어내면                                若將萬斛銀潢洗
    밝은 태양 따사로이 온 누리를 비치련만                     瑞日舒光照八

「흥분에 겨워(遣興)」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1801년 신유교옥으로 모진 국문을 받아 망가진 신체를 이끌고 저 먼 경상도의 장기, 오늘의 포항시 근처의 외딴 바닷가에 귀양살이 하면서 지은 시인데, 비좁은 3천리 땅에서 붕당싸움만 벌이면서 망가지는 나라꼴에 하도 가슴이 막혀 읊었던 시로 보입니다.

선조 8년에 동서로 분단된 이래 200년이니 너무도 긴긴 싸움이 아니던가요. 더럽고 추잡한 붕당싸움, 은하수라도 퍼서 말끔히 씻어내어 평화로운 세상이 오게 하고 싶다던 다산의 뜻이 간절하기만 합니다. 다산 때부터 또 200년입니다.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한스러운데, 동서로 갈라졌고, 거기서 또 붕당으로, 거기서 또 갈라져 싸우고만 있으니 얼마나 기막히는 일입니까.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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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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