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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왜 변호사를 그만두셨어요?"

앤 셜 리 2010. 9. 6. 17:37

작가로서 나는 종종 강연을 하게 된다. 기껏해야 책이나 읽을 줄 알고, 타고나길 세상과 불화하는 존재인 작가가 낯선 사람들 앞에 서서 뭔가를 말해야 한다는 것은 참 어색한 일이다.

하지만, 독자들이란 언제나 작가에게 호기심이 있기 마련이다. 한국인의 이산(diaspora·나라를 떠나 이곳저곳에 흩어져 삶)을 담은 다음 소설을 쓰기 위해 도쿄에 와 있는데, 이곳에서도 그들은 늘 묻는다. 왜 작가가 되었는지, 왜 잘나가는 기업 변호사를 때려치웠는지. 초등학생 자녀를 조기 유학 보낼 정도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한국의 부모들은 일곱 살 때 미국에 이민 가서 법대를 나오고 변호사가 됐는데도 결국 작가의 길을 택한 내가 이상하다는 듯 질문을 던진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세계여성포럼에 참석했을 때 나는 버지니아 울프(영국 소설가·1882~1941), 돈, 자살이란 내용을 담아 '여성 작가'란 무엇인지 강연했다. 그 자리에서 한 어머니가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해 좋은 질문을 했다.

그 어머니는 미국에 유학 중인 고등학생 딸이 공부를 잘하는데, 선생님들이 미술과 문학에 소질이 있다고 칭찬한다며 걱정스레 나의 경험을 물었다(나는 '굉장한 일'을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열성 엄마를 또다시 만난 것이다). 딸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데, 아마도 어머니는 딸이 법조인이 되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내가 뭐라고 조언을 했던가?

첫째, 나는 그처럼 똑똑하고 창의적인 딸을 두셨다는 걸 축하했다. 물론 나는 어머니들의 현명한 관심을 이해한다. 1996년 변호사를 그만두고 2007년에 첫 소설을 내기까지, 그 11년간의 적막한 세월 동안 나는 거의 돈을 벌지 못했다. 사실 소설로는 별로 큰돈을 못 번다. 그래서 나는 그 어머니에게 딸더러 법률 보조원으로 일하도록 권해보라고 말했다. 미국의 법대는 돈이 많이 든다. 만약 그 딸이 법률 보조원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법조인이 되는 것도 싫어할 것이고, 그러면 자기가 질색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 수십만 달러나 되는 거액을 퍼부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세 자매 중 둘이 법대를 나와 변호사가 되었지만 지금은 둘 다 변호사로 일하지 않는다. 뉴욕 퀸스의 단칸방에서 딸 셋을 키우며 열심히 일했던 우리 부모님은 종종 "너희들 그 학비면 하와이에 아파트도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놀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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