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47) 시인이 세 번째 산문집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현대문학)를 냈다. '궁핍이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따뜻한 가난의 시 세계'(시인 김선우의 평)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아 온 그는 산문집에서도 사람을 부드럽게 안았을 때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를 담은 글을 써 왔다.
52편이 수록된 이번 산문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지난 1월 사별한 모친과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사연들이다.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에서 가난한 어머니가 덜어준 국밥을 먹다 눈물이 흘러들어 간 국물을 마셨던 일을 고백해 독자를 울렸던 그가 이번에는 떠나는 어머니를 붙잡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담아 사모(思母)의 노래를 불렀다. 1996년부터 강화도에서 홀로 살고 있는 시인은 지난겨울 고향(충북 중원군)에서 모친의 병상을 지켰다.
'어머니, 소가 되셨나요. 왜 코뚜레를 하고 계세요?/ 어머니, 코끼리가 되셨나요. 왜 코에서 나온 호스로 미음을 드시죠?/ 어머니, 소처럼 벌떡 일어나세요./ 어머니, 코끼리처럼 큰 소리로 저를 한 번 불러주세요./(…)/ 어머니, 산소 코뚜레 빨리 풀고(…) 코끼리 코 뽑아내고, 걸어서 안되면 제 등에라도 업혀 쇠 두레박 타고 저 평지로 내려가요./(…)/ 그러자고요!/ 그러자고요!!/ 아무 말 안 하셨으니까 분명 대답한 거예요.(…)' (〈산소 코뚜레〉)
모친과의 영결식 전날, 영정을 마주 보며 밝게 웃어야 했던 사연도 공개했다. 생전의 모친은 노총각 아들이 번듯하게 양복 입은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했다. 마지막 소원을 들어 드리기 위해 시인은 상조회에서 빌린 검은 양복을 입고 모친의 사진과 마주 섰다. '그 모습이라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문상객 없는 새벽에 제가 어머니 앞에 서서 기왕이면 웃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환하게 웃었던 거예요. 머리가 좀 희끗희끗해서 그렇지, 근사하지는 못해도 그래도 볼만은 했지요?'(104쪽)
글에도 온도가 있다면 함민복 시인의 글은 체온처럼 따뜻한 36.5도다. 자신이 겪은 가난의 여러 풍경들을 보여주는 함민복 시인의 글은 "무엇이 이 궁핍의 세상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느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아버지를 여의고 힘들게 살았던 고교 시절, 그는 등록금을 낼 돈이 없으면 학교 대신 냇물에 뛰어들어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으며 마음을 달래곤 했다.
함민복 시인의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들어 준 이들 중에는 정육점을 운영하는 친구의 아버지도 있었다.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돼지고기를 잡아 온 적도 있었다. (…) 정육점을 운영하는 친구 아버지가 불렀다. 한 꿰미만 달라고 하며 친구 아버지는 돼지고기 한 토막 포장해 주었다. 그러면서 다음에도 고기 많이 잡으면 또 들르라고 했다. (…) 우리가 고기 사 간 적이 없다는 사실을 친구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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