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신문스크랩

三公不換圖

앤 셜 리 2010. 9. 6. 19:56

단원 김홍도가 말년에 그린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를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자체 소장 단원 작품들을 전시하는 작은 특별전(10월 10일까지)을 마련하면서 장기간의 보존처리를 마친 이 대작을 공개한 것이다.

1995년 단원 탄신 250주년 이후 처음이니 실로 15년 만이다.

삼공불환(三公不換)이란 자연과 더불어 사는 평안한 삶은

영의정·좌의정·우의정의 삼정승 자리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단원은 이 낭만적이면서 허허로운 주제를 그리면서 왼쪽 절반은 평화로운 들녘과 강변 풍경이 있는 산수화로 그리고, 오른쪽 절반은 규모 있는 양반집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아

아낙네의 베 짜기, 아이들의 글공부, 딸아이의 그네뛰기, 친구와의 만남, 농사짓는 사람, 새참 나르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 거기에 집에서 기르는 개와 닭까지를 향토적 서정 넘치게 그렸다.

 

폭 4m가 넘는 대작인 데다 단원 나이 57세의 무르익은 필치를 유감없이 구사하여 산수화와 풍속화가 한 폭에 집대성된 명작으로 되었다.

그림 왼쪽 위에는 단원과 절친했던 홍의영(洪儀泳)이 이 그림의 내력을 밝혀놓았는데 내용인즉 한(韓)씨 성을 가진 유수(留守;강화유수 한만유?)가 1801년 12월 임금님(순조)이 앓던 수두(水痘)가 쾌유된 것을 기념한다며

간부 세 사람에게 각기 갖고 싶은 그림을 말하라고 하여 '꽃과 새', '신농씨가 치수하는 그림', '삼공불환도'를 제작하게 해 나누어 준 것의 한 폭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삼공불환도'에는 홍의영이 그림에 걸맞은 시를 써 넣었는데 그 내용은 삼국지에 나오는 중장통(仲長統)의 '낙지론(樂志論)'이었다.

"살기 좋은 집에는 넓은 논밭이 있고, 타작마당, 채소밭, 과수원도 있다. 배와 수레가 있고, 심부름하는 이가 있어 육신이 쉴 수 있다.

좋은 벗들이 모이면 술과 안주로 즐기고, 맑은 물에 몸을 씻고 바람 쐬며 놀다가 시를 읊조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전아한 노랫가락을 연주하고 통달한 사람과 도를 논하며 고금의 인물을 평해 본다.

 

책임질 일을 맡지 않고 천수를 다하면 우주 밖으로도 나갈 기분인데 어찌 제왕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부러워하겠는가." 지금이라도 이런 삶이라면 국무총리, 부총리 자리와 바꾸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미술사